부모 소득 10계단 오르면 자녀는 2.5계단 올라... 세대 간 대물림 심화
비수도권 출생 저소득층, 수도권 이주 어려워... 고향 남으면 하위 고착 80% 넘어
부모의 소득순위가 100명 중 10위 상승하면 자녀의 소득순위는 2.5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자산 순위가 10위 상승할 경우에는 자녀의 자산 순위는 3.8위 상승했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 세대로 상당 부분 이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자녀가 부모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경제력이 개선되고,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과 자산 모두 최근 세대에서 대물림 정도가 심화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부모의 순위가 10위 상승할 때 자녀의 소득·자산 순위가 얼마나 함께 오르는지를 보면, 1970년대생 자녀는 각각 11위, 28위였던 반면 1980년대생은 32위, 42위로 확대됐다. 이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자녀가 부모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교육환경과 직장 등 경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함께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한 자녀의 평균 소득 백분위는 부모보다 6.5%포인트 상승한 반면, 비이주 자녀는 오히려 2.6%포인트 하락했다.
이주 효과는 출생지와 이주지에 따라 크게 달랐다. 수도권 출생 자녀는 수도권 권역 내에서 이동할 경우,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계층 상향 이동이 나타났다. 반면 비수도권 출생 자녀는 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경제력 개선 폭이 컸지만, 동일 광역권 내 시·도 간 이동에서는 그 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과거 세대(현재 50대)의 경우,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거점도시 대학을 졸업한 집단과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집단의 평균 소득 백분위는 각각 61.7%, 62.3%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최근 세대(현재 30대)에서는 격차가 뚜렷해졌다. 수도권 대학 졸업 집단의 평균 소득(61.8%)이 지역 거점도시 대학 졸업 집단(53.3%)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는 거점도시 대학의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비수도권 전반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또한 "비수도권에서 광역권을 벗어나지 않는 이주가 경제력 향상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점은 특히 저소득층 자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저소득층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서울·수도권으로 이주를 포기하고 인근 거점도시 등 권역 내 이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모 자산이 하위 25%에 속한 자녀는 상위 25% 자녀보다 수도권으로 이주할 확률이 43%포인트 낮았다.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자녀들의 ‘가난의 대물림’ 현상은 심화됐다.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자녀가 여전히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과거(1971~1985년생) 50% 후반에서 최근(1986~1990년생) 80%를 넘어섰다. 반면 소득 상위 25%로 진입하는 비율은 13%에서 4%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선택이 국가 전체로는 지역간 양극화와 사회통합 저해, 나아가 초저출산에 이르기까지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비수도권 저소득층 학생의 이동성 강화를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을 통해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비수도권 거점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구 감소와 재정 여력 축소를 감안할 때, 비수도권 산업 기반과 일자리 개선을 위해 거점도시에 대한 집중 투자가 긴요하다고 밝혔다. 거점도시 중심의 지역 성장은 비수도권 내 이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하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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