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3년엔 전국 모든 지역서 ‘인구 자연감소’…“지역별 남은 시간 달라”
한미연 ‘2026 대한민국 인구보고서’…17개 시도 중 16곳 이미 자연감소
2043년이 되면 전국 모든 지역에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자연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이미 17개 시도 중 16곳에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된 가운데, 유일하게 자연증가를 유지하고 있는 세종시도 2043년에는 자연감소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일의 인구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사장 정운찬, 원장 이인실·이하 한미연)은 16일 『2026 대한민국 인구보고서: 시한부 지방 인구』를 발간하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 제목에 담긴 ‘시한부’라는 표현은 지역별로 인구 소멸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멸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 남은 시간이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남은 시간을 정하는 것은 출산율이 아니다
인구보고서는 인구 문제를 지역 단위로 다시 들여다본다. 그동안 인구를 논할 때 기준이 된 것은 합계출산율 0.8 같은 전국 단위 숫자였고, 그 평균 안에서 지역별 격차는 뭉개졌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시도별 인구 정점 시점을 따져 보면 아직 정점을 맞지 않은 곳은 제주(2032년), 충북(2034년), 인천(2037년), 경기(2038년) 네 곳뿐이다. 나머지 열두 곳은 이미 정점을 지났고, 대전과 광주는 각각 2014년과 2015년으로, 감소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 이들에게 인구 감소는 대비할 미래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현재다.
이 격차를 만드는 것은 출산율이 아니다. 출산율이 서울보다 훨씬 높은 전남이 서울과 같은 속도로 인구를 잃고, 감소가 가장 완만한 지역도 출산율이 높은 곳이 아니라 사람과 일자리가 모이는 곳이었다. 청년이 어디로 움직이는지가 지역의 남은 시간을 결정한다는 것이 이번 인구보고서의 진단이다. 문제는 그렇게 청년이 몰려가는 수도권이 정작 아이 낳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는 점이다. 청년이 모인 곳에서는 아이를 낳기 어렵고, 아이 낳기 좋은 곳에는 청년이 없다. 책은 이 역설을 푸는 것이 지역 인구정책의 핵심이라고 본다.
◇ 지방이 무너지면 수도권도 무너진다
인구보고서는 지방 도시를 대한민국 인구의 방파제이자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규정한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하나의 ‘인구 공급망’으로 움직여 왔다. 지방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지방 중추도시로,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도시의 인구를 채우는 구조다. 그 출발점이 무너지는 사례가 경북 영양군이다. 섬 지역을 제외하고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로 2026년 7월 기준 15,972명이 사는데, 지금 추세라면 20년 안에 1만 명 선마저 무너진다. 이처럼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운 지역이 늘어나면 공급망은 출발점부터 끊긴다.
끊긴 공급망의 끝에는 수도권이 있다.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2052년 53.4%까지 높아지지만,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는 138만 명 줄어든다. 비중이 오르는 것은 수도권이 커져서가 아니라 비수도권이 훨씬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구보고서는 2050년 인구 분포를 카토그램(특정 통계 수치에 따라 지도의 면적을 변형하는 시각화 기법)으로 그려 보여준다. 인구에 비례해 면적을 다시 그린 이 지도에서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은 2050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영호남과 강원은 실선에 가까울 정도로 압축돼 사실상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 세 번째 연례 보고서, 올해는 지역을 본다
『2026 대한민국 인구보고서: 시한부 지방 인구』는 시도별 인구추계, 지역을 떠나는 청년, 부풀려진 계획인구와 초광역 대응, 지역에 뿌리내린 외국인, 인구 공백을 메울 AI와 로봇까지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됐다. 계봉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 국내 인구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14인이 집필에 참여했다. 2024년부터 매년 인구의 흐름을 진단해온 연례 보고서로, 세 번째인 올해는 지역이라는 렌즈로 인구 문제의 구조를 들여다봤다.
한미연은 이 책을 통해 ▲지역 현실에 맞춘 인구 정책 설계 ▲청년 유입을 넘어 정착으로의 정책 전환 ▲권한과 재정이 함께 움직이는 초광역 체제와 동네 단위 인구 진단 ▲단기 인력 공급을 넘어선 외국인 정주와 사회통합 ▲공공 AI 플랫폼을 통한 이동·돌봄·안전망 연결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안한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반복된 위기의 언어에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최근 출산율 반등이 거기에 안도감까지 보탰다. 그러나 출산율이 기적처럼 뛰어올라도 아이를 낳을 사람 자체가 이미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시한부라는 표현은 절망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자각하게 만든다”며 “지난 10일 시행된 인구전략기본법으로 대한민국 인구 정책의 판이 새로 짜이는 지금,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세밀히 읽어낸 정책을 새 판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 대한민국 인구보고서』는 9월 중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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