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 주소 노출 막는다…법원 직권 보호 추진
허영 의원, 민사소송법·가사소송법 개정안 대표발의
이유주 기자[email protected]수정 2026.10.27 12:42
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의 주소가 이혼소송 등 법적 절차에서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직권으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국회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가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6일 대표발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9월 경기 광주에서는 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긴 여성이 이혼소송 중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받고 자신의 위치가 알려지지 않도록 생활했지만 이혼소송 서류가 남편에게 송달되는 과정에서 새 거주지 주소가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도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소송관계인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데다 법원이 보호제도와 신청 방법을 사전에 안내할 명시적인 의무가 없어 피해자가 제도를 모르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신청하지 못하면 주소가 상대방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가사소송법」 개정안은 이혼·재산분할·친권·양육·면접교섭 등 관련 사건을 접수할 때 법원이 당사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우려와 주소·연락처 공개 의사를 확인하고 개인정보 보호조치의 내용과 신청 방법을 안내하도록 했다.
또한 확인 결과 위해 우려가 인정되거나 임시조치·잠정조치·피해자보호명령·신변보호조치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기록의 열람·복사·송달에 앞서 개인정보 보호조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에는 우선 심사 대상임을 표시해 신속히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보호조치 관련 사실 확인과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와 접근권한·보유기간은 심사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뿐 아니라 법원의 직권으로도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보호조치 결정 시 실제 거주지 대신 소송대리인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법률구조법인의 사무소, 법원이 부여하는 송달전용 주소 등을 소송 기록상 주소로 지정하고 해당 주소를 통해 소송서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렇게 별도의 주소가 지정된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취소되더라도 소송기록에 실제 주소를 표시하지 않고 법원이 별도로 관리해 상대방을 포함한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 피해자의 거주지를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소송서류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허영 의원은 “폭력을 피해 어렵게 옮긴 거주지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알려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가 보호제도를 알고 직접 신청해야만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이 위험을 확인하고 소송서류를 보내기 전에 보호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자가 주소 노출과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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