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부부 갈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2.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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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아이들이 더 큰 상처 받는다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이제 막 웨딩마치를 마치고 예쁘게 꾸민 웨딩카를 타고 허니문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을 꿈꾼다. 불행이 뻔하다면 굳이 결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섣부른 기대는 허니문에서부터 깨지기 시작한다. 사소한 일로 시작된 말다툼은 갈등으로, 다시 싸움으로 커진다. 서로를 향한 원망과 불신이 쌓이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공격성도 내보이게 되는 것이 바로 부부사이다.

 

하지만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부생활에서 갈등이 사라지기는 힘들 수 있다. 한편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처가 아니라면 적절한 갈등과 싸움은 오히려 부부 관계에 득이 되기도 한다. ‘비가 온 후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전혀 싸움이 없는 경우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단, ‘아이가 없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아이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부가 아이 앞에서 싸우고 갈등하면 부부 자신들이 받는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아이가 받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능한 부부싸움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

 

당연히 쉽지 않다. 마음처럼 잘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시기가 부부의 일평생 중 여러모로 힘든 시기와 절묘하게 겹쳐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신혼 때 아이를 낳는다. 신혼이란 2, 30년 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부부라는 법적, 사회적, 문화적 틀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 시기다.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심리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아주 풍요로운 배경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신혼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가장 어려운 시기다. 집을 얻기 위해서 대출을 받았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는 말단 사원일 가능성이 높으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초기 자본으로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신혼은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지 않은 때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육아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고, 아이 키우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은 더더욱 없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서 실수하지 않고 싶어 하기에 스트레스는 더 크다. 또 태내에서부터 사교육이 성행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의 교육문제는 부모들의 주요 스트레스원이다.

 

만약 여기에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부부 관계에서도 충분히 적응을 했고 아이를 여럿 키워본 시댁 어른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연륜을 앞세워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면 불붙는 집에 기름을 쏟아 붓는 꼴이 된다. 이처럼 자녀 양육과 부부 갈등은 시기적 측면으로 보나, 현실적인 이유로 보나 결코 떨어지기 힘든 짝꿍인 것이다.

 

당신의 어린 시절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를 떠올려보라. 어떤 기분이었는가? 아마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언제 부모님의 갈등이, 감정이, 분노가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감정표현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의 커밍스(E. M. Cummings)와 동료들은 부부 갈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연구를 진행하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의 분노는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사실적으로 모든 가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나타납니다. 가족 안에서 드러나는 정서표현은 이후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가정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지각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포함해 모든 성인들의 분노 표현에 대해서 민감합니다. 그리고 가족의 불화와 아이들의 정신병리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많은 연구자들이 증명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화를 낸다. 물론 부모라면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게 된다. 화가 배우자를 향한 것일 수도, 아이를 향한 것일 수도, 가족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 대상이 누구든 부모의 화는 아이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당한 이유라면 자녀에게 화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화는 아이가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는 화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을 위협하는 타인을 향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향한 분노와 공격적 태도는 좋지 않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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