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나는 남편과 한 달에 한번 둘만의 데이트를 한다. 처음 시작은 둘째가 돌이 될 즈음이었다. 아이가 둘이 되니, 둘만의 시간이 정말 너무 부족하다 생각하던 차, 결혼기념일에 하루 휴가를 내고 영화를 봤었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라 옛날 연애하던 시절도 생각나고 참 좋았다. 그 이후로 한 달에 한 번씩 휴가를 내고 아이들 없이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물론 바쁜 때도 있고, 아이가 아픈 때도 있고, 집안일이 있어 지키지 못 하는 달도 많지만, 되도록 지키도록 노력한다.
이번 달에는 영화 <트랜스포머 3>을 보았다. 넷째의 수유간격이 두 시간밖에 안 돼 막내를 안고 영화관에 갔다. 그동안 친정이나 어린이집의 도움으로 둘만의 데이트를 즐겨왔지만, 만 5개월도 안 된 막내가 어쩐지 안 됐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아기 안고 영화관에 간다기에 한번 해보자 하고 감행한 것.
영화는 정말 여름영화다웠다. 2년마다 한 번씩 남편 생일에 맞춰 개봉한 이 영화. 남자들이 좋아하는 세 가지, 로봇, 자동차, 여자가 나오는 영화라며 좋아하는 남편 덕에 꼭 극장에서 보고 있다. (나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 언제나 그랬듯 빙글빙글 돌리고 번쩍번쩍 빛나고 유치한 이야기. 남편이 3D를 고집하지 않아줘,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그래도 남편과 조단조단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득한 팝콘을 집어먹으며 영화를 보는 데이트 분위기는 참 좋았다.
영화 중간에 주인공의 부모님이 몇 번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하자 어머니가 일침을 놓는다. “Happy wife, happy life!" 혼자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영화가 끝난 후 남편에게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실 영화 한 편 보는 게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여유가 나를 여유 있게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 집 안의 내무부장관이 행복해야 집이 평안한 것은 당연지사.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도 행복하지 않은 분위기로 영향을 미친다. 나를 온 우주로 삼고 자라는 아이가 넷이나 되므로,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운동을 하고, 우울한 날은 쇼핑도 한다. (인터넷쇼핑이라도, 아이쇼핑이라도 말이다.) 나의 행복에 남편의 역할은 아주 지대하다. 아이들 재우고 남편과 나누는 맥주 한 잔과 이야기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한 달에 한번은 아이들 없이 영화와 외식을 즐기며 둘만의 시간을 즐긴다.
사실 하루하루가 늘 행복할 수는 없다. 넷째 낳고 부쩍 늘어진 뱃살과 과중한 집안일에 울적한 기분이 들 때도 많다. 이제 여름방학이라 어떻게 네 녀석들과 즐거운 방학을 보낼 수 있을까도 고민이다. (방학 동안 나의 중요 과제는 ‘다정한 엄마 되기’이다.)
물론 남편도 회사일 힘들고, 집에 오면 아이들이 매달리고, 주말이면 집안일 거드느라 고단할 것이다. 출퇴근도 먼 데다 집에 오면 혼자 쉬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산 후 모유수유하는 기간만큼이라도 야근과 회식을 자제하고 최대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산후우울증과 장마우울증이 겹쳤는지, 줄곧 울적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누구보다 내 자신이 행복해야 우리 집에 행복한 기분이 가득할 것이 아니겠는가. 아이들 방학을 맞아 늘 집에서 네 녀석이 북적북적 시끄러울 텐데 말이다.
(tip! 아기 안고 영화보기는 참 힘들었다.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기가 추울까, 불편할까, 시끄러울까, 아기 얼굴과 팔 다리를 수시로 만져보고 들여다보느라 영화는 뒷전이었다. 아기는 흔들며 꼭 안아줬더니 금방 잠이 들었지만, 아기에게 정말 미안했다. 은형, 미안! 다시는 엄마가 괴로운 영화관 데려가지 않을게.)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는건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