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는 왜 저상버스 경사로 안 내려주나?
유모차는 왜 저상버스 경사로 안 내려주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5.09.25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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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유모차 엄마도 버스 타고 싶다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아이와 외출할 때 필수품인 유모차. 하지만 정작 유모차를 들고 외출하려 하면 발목을 잡는 게 한둘이 아니다. 베이비뉴스는 2013년부터 영유아의 보행권 보장을 위해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http://safe.ibabynews.com)을 펼쳐왔다. 매년 가을에는 캠페인 서포터즈 소망식을 열고 있다. 올해 소망식은 10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소망식을 앞두고, 유모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 중에서 가장 불편을 느끼고 있는 버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는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저상버스에 오르는 유모차 엄마. ⓒ베이비뉴스
저상버스에 오르는 유모차 엄마. ⓒ베이비뉴스

 

유모차를 끌고 버스에 타는 일은 쉽지 않다. 승하차 시 오르고 내려야 하는 높은 계단은 물론, 오르자마자 무섭게 오르는 속력, 어깨엔 아이를 매고, 한 손엔 접은 유모차를 잡고 타야 하는 고생까지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버스기사의 따가운 눈총, 승객들의 볼멘소리와 냉담한 시선들은 유모차 이용자를 더욱 힘 빠지게 만든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엄마들의 진짜 심정은 어떨까? 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http://kakao.ibabynews.com)와 육아 블로그, 카페 등에서 엄마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타기도 전에 출발…위험해"

 

엄마들이 버스를 탈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은 배려가 부족한 버스기사와 이들의 급한 성격이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다 타기도 전해 달리는 버스 때문에 버스 승차가 꺼려 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엄마는 "버스에 타면 다른 승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유모차를 한 쪽에 넣어야 하는데, 버스에 타서 앉기도 전에 출발하는 기사님들 때문에 힘들다"며 "자리에 앉을 동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다른 엄마는 "버스기사의 배려 없는 운전으로 자리는 잡지도 못한 채로 간 적이 있다. 당시 한 손으론 유모차를 한 손으론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는 버스에서 팔이 빠져라 매달려 간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고 서럽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엄마는 "버스에 타더라도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인식자체의 문제라 생각 된다"고 전했다.

 

운전기사의 급한 성격으로 버스에서 넘어지는 엄마들도 있었다. 한 엄마는 "10번 중 8번 이상은 기사님에게 항의를 듣는다"며 "차도 그냥 바로 출발해서 유모차랑 같이 엎어지기도 했다. 아이랑 유모차 들고 버스타기 무섭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면전에서 승차거부를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한 엄마는 "유모차 들고 버스 타지 말라고 거부당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화끈거리고 화나던지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곤욕"이라며 "기사는 빨리 타라고 눈치주고 뒷사람들도 수근 거린다"고 토로했다.

 

◇ "승객들 눈치 보느라 주눅 들어"

 

버스에 오르는 유모차 엄마. ⓒ베이비뉴스
버스에 오르는 유모차 엄마. ⓒ베이비뉴스

 

버스기사의 부족한 배려와 더불어 승객들의 따가운 눈총도 버스를 이용하는 엄마들에게 크나 큰 장벽이었다.

 

한 엄마는 "버스든 지하철이든 유모차 끌고 타면 무슨 죄지은 사람 탄 것 마냥 쳐다본다"며 "그렇다고 외출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진짜 애는 낳으라고 떠들면서 유모차 끌고 타면 주위에서 보는 시선은 따갑다"고 토로했다.

 

다른 엄마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 타는 애기엄마를 봤는데 기사도 승객도 인상을 쓰며 '빨리 타'라는 눈치를 줬다"며 "그 때의 인상이 너무 진하게 기억돼 대중교통은 무조건 아기띠 하고 탄다. 허리, 다리, 어깨 끊어질 듯 아프고 다리는 마비 올 정도"라고 말했다. 

 

냉담한 시선을 너머 모진 말을 던지는 승객들도 적지 않았다.

 

한 엄마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에서 내릴 때 시간이 오래 걸리자 뒤에서 기다리던 청년이 '아 택시를 타든가 자가용을 타든가 바빠 죽겠다'고 말을 하더라"며 "이해가 되면서도 두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타기 힘든데 그런 말을 들으니 더 힘들다"고 고백했다.

 

다른 엄마도 "퇴근시간,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탔는데 '저러니 맘충이란 소리 듣지'라는 이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고 속상해 했다.

 

또 다른 엄마 역시 "'집에서 애나 보지 구질구질하게 유모차 끌고 버스를 타서 민폐 끼친다'고 했다"며 "실랑이하기 싫어서 얼굴만 빨개지고 내렸다"고 회상했다.

 

다수 엄마들은 "내릴 때까지 대놓고 뭐라고 하고, '맘충'이라는 소리까지 하는 승객들 때문에 대한민국 엄마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 같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이럴거면 저상버스 왜 만들었나요?"

 

일반버스가 아닌 저상버스를 이용해도 엄마들의 고충은 여전하다. 저상버스는 경사판(슬로프)이 장착돼 휠체어, 유모차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버스다.

 

현행 '교통약자 등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장애인뿐 아니라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도 교통약자로 명시하고 저상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모차 이용자가 저상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건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저상버스를 타는 엄마들은 여전히 승객과 기사 눈치를 봐야했고, 슬로프를 내려주는 기사도 만나기 어려웠다.

 

한 엄마는 "저상버스도 솔직히 도와주지 않으면 탈 수가 없다. 한 번은 거부도 당했다. 저상버스의 권리, 이제 필수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른 엄마는 "유모차에 잠든 아이 태운 채로 저상버스 탔더니, 기사아저씨한테 호되게 혼났다. 너무 화가 나서 다산콜센터에 불편신고 접수했더니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로 버스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규도 없으므로 이의제기를 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오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엄마는 "저상버스 만든 이유가 뭔지, 운전기사들 직업정신이 부족하신 분들을 더러 본다. 대체 유모차는 버스도 못 타냐"며 "저상버스에서 내릴 때 슬로프 내려주시는 기사님 한 분 봤다"고 전했다. 이어 "저상버스여도 눈치주긴 마찬가지고, 승하차 시 버스를 도로에 너무 멀리대서 타고 내리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 "탈 생각 아예 안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 승차 시도조차 하지 않는 엄마들도 제법 보였다.

 

한 엄마는 "남편 없이 유모차로 버스 탈 생각은 전혀 못 한다"며 "버스는 '유모차 출입금지'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엄마도 "지하철은 가능하겠지만 버스는 못 탄다. 아마 승객들이 대놓고 욕할 것"이라며 "저는 지하철이 없는 지방에 살아서 유모차와 멀리 외출은 생각도 못 한다"고 털어놨다.

 

이밖에도 3~4명의 엄마들은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를 타는 게 가능하기는 하냐"며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예 탈 생각을 안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일반인들 "출퇴근 시간에는 피해주길"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엄마들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기띠를 하거나 출퇴근 시간에는 유모차 이용을 피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통로도 좁고 바빠 죽겠는데, 언제 기다리냐. 배려를 너무 당연시 요구하는 듯해 보인다. 차라리 아기띠를 하고 탔으면 좋겠다"며 "특히 계단이 있는 버스는 유모차를 끌고 타기가 불가능한데, 출퇴근 시간에는 좀 피해 달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아기들을 키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해를 하려고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러시아워 시간대는 이해하려고 해도 유모차가 공간을 차지하는 상황이 조금 짜증난다"고 전했다.

 

한 직장인은 "출퇴근 등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시간에 유모차가 자리를 차지하고 승차하는 시간까지 잡아먹는다면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며 "물론 엄마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큰 유모차를 들고 타려고 하는 엄마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듯하다"고 말했다.


◇ "유모차 배려하려고 한다"

 

유모차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다수 일반인들 속에서, 유모차를 먼저 배려한다는 직장인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20대 남성인 한 직장인은 "유모차 먼저 안쪽으로 자리 잡도록 비켜드리는 편이다. 아마 조카들을 직접 키워봐서 그러지 않나 싶다"며 "다른 예비대디들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남성 직장인은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타는 엄마들 보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며 "그 어머니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자리도 양보해드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30대 여성인 한 직장인은 "노약자석이 존중받는 이유는 그 권리를 주장하는 수많은 노인이 있기 때문"이라며 "유모차도 대중교통에서 많이 보여야 그들의 발언권이 확대된다. 앞으로도 계속 대중교통에서 유모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권리는 이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시민들은 교통약자들을 위한 저상버스가 어떤 필요성으로 도입이 됐는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선 저상버스 도입률을 높여야 하고, 지하철 임산부 좌석처럼 저상버스에 대한 홍보도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 실장은 "버스운전기사들 대상으로 인권교육은 물론, 저상버스의 탄생 배경, 교통약자의 의미 등을 일러주는 의식 교육이 의무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미현 간사는 "저상버스 등이 특정집단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점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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