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주사 안 맞고 애를 어떻게 낳아요?"
"무통주사 안 맞고 애를 어떻게 낳아요?"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19.08.30 11: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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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자연스럽게 진통 조절하는 우리 몸의 신비

"출산할 때 얼마나 아픈가요?"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진통이다. 처음 아기를 낳는 초산모는 물론이고 둘째나 셋째를 출산하는 경산모도 진통이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무통주사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진통올 때 무통주사를 맞겠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산모는 꼭 맞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무통주사는 몸의 감각을 잃게 만들어 진통(자궁수축)을 일시적으로 못 느끼게 할 뿐이다. 결국 진통이 이어져야 출산이 이루어진다. 또한 무통주사는 자궁문이 3~4cm 열렸을 때부터 맞을 수 있는데 진행이 빠르거나 이미 자궁경부가 많이 열린 상태에서는 크게 효과가 없다. 

초산이든 경산이든 대부분 산모는 ‘무통천국’을 기대하며 어떻게든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통주사의 효과는 생각만큼 그리 오래 가지 않을뿐더러 누구나 무통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간혹 “무통주사를 맞았는데 왜 계속 아프냐”며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도 있다. 그러나 허리로 진통이 오는 것은 릴렉신 호르몬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무통주사가 이것까지 해결해주진 못한다. 

무통주사를 맞지 않아도 우리 몸은 알아서 산모의 진통을 조절한다. ⓒ베이비뉴스
무통주사를 맞지 않아도 우리 몸은 알아서 산모의 진통을 조절한다. ⓒ베이비뉴스

모든 산모에게 무통주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산모마다 진통의 강도를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산모는 이완과 호흡만 잘했더니 자궁문이 7cm 열릴 때까지 진통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진통이 잠깐 사라져서 쉴 수 있지만 무통주사의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진통이 밀려오고 이전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 무통주사는 자궁이 수축하며 생기는 통증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무통주사를 맞고 30분 정도 진통을 쉬었다면 30분 더 아파야 출산이 진행된다. 출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오히려 무통주사 때문에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무통주사를 맞지 않아도 출산하는 산모의 몸에서는 무통주사를 맞았을 때와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진통이 일시적으로 잦아들거나, 이유 없이 하루정도 진통이 멈추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내가 출산을 코칭한 산모는 무통주사를 원했지만 정작 출산 당일에는 주사가 필요 없었다.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오다가 10분 간격으로 늘어나면서 진통의 강도 역시 줄어들어 견딜만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주에 출산한 산모는 진통 중 한 시간 넘게 진통이 사라져 무통주사를 맞지 않았음에도 무통주사를 맞은 것 같은 효과를 봤다. 출산 중 진통 소강상태가 오래되면 병원에서는 촉진제를 쓰기도 하지만 1~2시간 기다리기도 한다. 

지난달 출산한 산모는 자궁문이 4cm 열릴 때까지 진통이 이어지다가 병원에 간 지 2시간 만에 진통이 잦아들었다. 5분 간격으로 이어지던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늘어나며 무통주사를 맞지 않아도 됐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진통이 시작돼 순산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일이 생길 때 마다 산모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몸이 알아서 진통을 조절하는 거예요. 자연 무통효과를 주는 거죠."

◇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완'과 '호흡'… 무통주사는 필수 아니야 

출산 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산모의 몸은 신비함 그 자체다. 임신한 산모의 몸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태아의 근골격 성장으로 배가 커지는 임신 중기에는 자궁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호르몬이 생성되고, 임신 20주부터는 릴렉신 호르몬이 나와 서서히 뼈를 부드럽게 만들어 출산을 준비하게 도와준다.

또 가진통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몸이 진통을 연습할 기회를 주는것 같다. 진진통인 상태에서는 진통의 강도가 세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하고, 진통이 갑자기 잦아들어 산모에게 쉴 시간을 주기도 하며 진통으로 아픈 와중에도 산모를 졸리게 만들어 몸을 이완시킨다.

어떤 산모는 내게 첫째를 낳을 때 출산 진행이 너무 빨라서 무통주사도 못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무통주사 없이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겠다 싶어서 둘째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고 싶다고 말했다. 첫아이 낳을 땐 처음이라 정신도 없었고, 힘들었지만 둘째 낳을 땐 잘해보고 싶다며. 이 산모는 결국 지난 2월 무통주사 없이, 회음부 손상도 없이 둘째를 순산했다.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관리, 운동, 이완과 호흡이다. 나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완과 호흡을 꼽는다. 산모의 출산을 돕는 둘라(Doula)가 산모의 출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 역시 이완과 호흡이다.

무통주사는 효과가 떨어지면 진통에 다시 적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무통주사를 찾게 된다. 하지만 산모가 이완과 호흡만 잘해도 자궁이 수축할 때 고통이 아닌 통증 정도만 느낄 수 있다. 자궁수축은 파도처럼 낮게 서서히 밀려왔다가 높은 산을 그리고 다시 서서히 밀려 나가기 때문이다.

숨을 3초간 들이쉬고 6초간 내쉬는 연습을 하자. 출산의 8할은 이완과 호흡이다. ⓒ베이비뉴스
숨을 3초간 들이쉬고 6초간 내쉬는 연습을 하자. 출산의 8할은 이완과 호흡이다. ⓒ베이비뉴스

그러므로 우리는 몸의 감각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내맡기면 된다. 자궁수축이 높은 산 꼭대기를 그릴 때 음악을 크게 틀거나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자궁수축이 초반이나 후반에 낮은 파도로 밀려오고 나갈 때 최대한 이완하며 호흡하면 된다.

무통주사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무통주사에 너무 의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첫아이를 낳을 땐 무통주사의 효과를 봤는데 둘째를 낳을 땐 무통주사의 효과를 아예 못보는 경우도 있다. 

충분히 이완하고 호흡하면서 진통의 파도를 넘기다 보면 몸이 주는 자연 무통주사의 효과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진통 중 산모의 몸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진통 간격이 늘어나거나, 강도가 약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산모가 한숨 자고 나면 진통이 다시 잘 오기도 한다.

그러니 출산을 너무 두려워 말고, 자연 무통주사의 효과를 기대하고 기다려보자. 숨을 3초간 들이쉬고, 6초간 내쉬면서 몸의 긴장을 내려놓는 연습만 하면 된다. 기억하자. 출산의 8할은 이완과 호흡이다.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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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 2023-05-21 21:14:56
잘가다가 뜬금포로 중간에 뭔 헛소리를 하나요. 마취제가 왜 출산을 지연 시켜요? 혹시나 이글보는 산모님들 출산지연시킨다는건 헛소리니 무시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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