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하는 아이 뇌 기능, 부모가 만듭니다 
분노 조절하는 아이 뇌 기능, 부모가 만듭니다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9.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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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아이 뇌의 '감정 시스템' 발달

Q. 우리 아이는 짜증을 너무 심하게 냅니다. 블록을 갖고 놀다가 자기가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으면 블록을 냅다 던져버리고, 사달라는 간식을 사 주지 않으면 마트에서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엉엉 울어요. 유치원에서도 친구와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 친구를 때리고 깨물기도 했다네요. 아이를 달래도 보고, 같이 화도 내봤지만, 소용이 없어요. 저도 점점 지쳐갑니다. 화 잘 내고 짜증 많은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아이, 왜 이렇게 짜증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못 견딜까? ⓒ베이비뉴스
우리아이, 왜 이렇게 짜증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못 견딜까? ⓒ베이비뉴스

A. 아이의 뇌 발달 중 중요한 감정 시스템이 바로 부모의 육아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 부모와 주고받은 상호작용이 성인이 된 후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만드는 뇌의 시스템과 신경전달물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이성의 뇌는 본능이나 감정의 뇌에 쉽게 제압당한다. 아이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위협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로 이뤄진 하위 뇌의 충동이 상위 뇌인 이성의 뇌를 무력화한다. 그럴 때 아이는 겁먹은 동물처럼 행동하게 된다. 싸우기 아니면 도망치기 반응을 보이며 화를 내고 떼를 쓰거나 아니면 반대로 잔뜩 움츠러드는 것이다. 

부모가 폭력적이라면 아이 뇌의 시스템과 신경전달물질은 폭력적인 세상에 적응하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하위 뇌는 과잉 경계, 과잉 공격이나 두려움, 또는 과잉 방어를 하는 방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 어린 시절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향후 뇌의 감정 시스템 발달을 결정한다 

하위 뇌는 분노와 두려움, 분리불안, 탐색, 보호의 역할을 담당한다. 하위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경보체는 편도체다. 편도체는 아이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의 의미를 해석한다. 편도체에서 뭔가를 위협적으로 인식하면 그 정보가 뇌의 시상하부로 전달되고, 시상하부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상대와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게 만든다. 

하위 뇌는 태어날 때부터 잘 발달 된 상태인 반면, 상위 뇌는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도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 상위 뇌 중 전두엽은 타인에게 관심을 두게 하고, 대뇌피질 상부는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두게 만든다. 아이의 전두엽과 대뇌피질은 아직 발달하는 중이므로 아이의 변연계는 다른 뇌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두려움, 웃음, 울음 등의 감정을 조절한다. 

아이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뇌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므로 가설을 세우거나 논리적인 추론을 하거나 자기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두고 거리를 두거나 앞으로의 일을 예상할 줄 모른다. 아이에게는 ‘지금, 여기’만 존재한다. 아이의 사고도 나름의 논리를 따르지만 그것 역시 자기중심적이다. 

어린아이는 상위 뇌가 하위 뇌와 통합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상황을 상대적으로 파악하거나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등의 사고를 하는 것이 어려워 즉각적인 감정 반응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 자제력을 잃고 갑자기 화를 내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전반적으로 공감 능력과 자기 이해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감정의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아이와 함께하고, 아이에게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며, 아이가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이의 뇌는 아직 감정을 조절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김영훈
아이의 뇌는 아직 감정을 조절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김영훈

이렇게 부모의 육아 방식에 따라 아이의 뇌와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으로 분노와 불안을 다스리며 자제할 수 있는 신경회로를 갖추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하위 뇌의 격한 감정과 원시적인 충동을 다스리는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면 스트레스 상황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경회로가 발달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남을 배려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없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인 옥시토신은 출생 시 분비되어 산모와 아기의 유대감을 높인다. 오피오이드는 부모나 보호자가 아이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거나 품에 안아줄 때 생성된다. 아이를 따뜻하고 세심하게 보살피면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가 분비되면서 부모-자녀 간 유대감이 강화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애착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내버려 두거나 학대하면 오피오이드와 옥시토신 분비가 차단되고 그 결과 아이는 지속해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시달린다. 이때 아이의 뇌에서는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 '감정' 다스리는 뇌 기능 발달에는 부모 영향 커

문제 해결, 자각, 스트레스 대처 능력, 감정 이입, 친절과 같은 고차원적인 상위 뇌의 기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아이가 떼를 쓸 때는 아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안아주고 달래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자상한 반응을 보이면 아이의 뇌 안에서는 스트레스를 이기고 분노를 조절하고, 친절과 동정심을 유발하는 연결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연결이 생성된 아이는 자라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게 만드는 의지와 동기를 갖는다. 또한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며 사람들과 사랑하고 화합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상위 뇌가 하위 뇌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아이가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떼를 부린다면 일단 달래주자. 아이가 격한 감정을 조절하도록 부모가 달래주면 상위 뇌와 하위 뇌를 연결하는 상하 회로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회로는 자연스럽게 하위 뇌의 분노, 두려움, 불안 같은 원시적인 충동을 제어한다. 상하 회로가 생성된 아이는 화가 났을 때 상대를 물거나, 때리거나 혹은 도망치는 원시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의 감정이 폭발했을 때 아이를 진정 시켜 이 위기를 넘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달래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아이를 안고 다른 방에 가서 흥밋거리를 보여주거나, 우스꽝스럽거나 엉뚱한 행동을 해서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부모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해주자. 예를 들어 “장난감 가게에서 본 빨간 자동차를 사 주지 않아서 화가 났구나”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아이와 경쟁하기보다는 아이가 적절한 말을 쓸 수 있도록 돕자. 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존중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부모가 맞춰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억압하지 마라. 아이들은 부모에게 금세 자기가 맞춘다. 생존하고, 받아들여지고, 사랑받아야 하니까.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달려오지 않는다면 금세 울음을 그치는 법을 배운다. 젖을 세게 빨아서 엄마가 걱정하는 것 같으면 천천히 빠는 법을 배운다. 아기는 자기의 욕구와 감정을 억압해 부모를 기쁘게 하는 법을 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아기는 자기의 진짜 감정을 억압하고 부모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며 외부세계는 무조건 적대적이라고 믿게 된다.

고지식한 아이는 환경의 변화를 힘들어하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아이에게는 부모가 하루 계획을 일관되게, 예측할 수 있게 설정해 주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변화는 피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닥친다면 미리 아이가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자.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아이를 짧은 시간, 자주 노출시키며 지켜보자. 아이의 생각을 바꾸려면 천천히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선천적으로 성격이 급하다면 부모는 아이와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급한 마음에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일의 순서를 잘 짚어주자. 특히 밥 먹기, 씻기, 책 읽기 등 반복되는 일에는 규칙적인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예민하고 까다롭다면 세심한 눈길로 살펴 작은 변화에도 편안하게 반응해주자. 아이가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린다고 혼내지 말고 “화가 많이 났구나, 무척 속상해하는구나”라고 공감하는 것이다. 엄마가 제 마음을 알아준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아이의 까다로운 행동은 차츰 누그러들 것이다.

외출 한번 하려면 준비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릴 만큼 느린 아이에게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부모가 서두르고 재촉한다고 해서 아이의 행동이 빨라지지 않는다. 단, 시간 내에 해야 할 일을 미리 알려주어 시간을 배분하는 요령을 아이가 터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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