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3년 연장, 과연 반길 일인가?
무상보육 3년 연장, 과연 반길 일인가?
  • 소장섭 기자
  • 승인 2019.11.0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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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예산 불안정성 여전...보육료 현실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교육과 보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만든 교육과정을 우리는 누리과정이라고 부릅니다. 누리과정은 만 3~5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만 5살은 2012년부터, 만 3~4살은 201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 돼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정 관리를 통합해 영유아에게 차별 없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부모가 부담해야 할 보육료도 전부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상보육'이 시작된 것도 이때입니다.

누리과정이 도입된 지, 벌써 8년째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리과정 도입 직후부터 수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갈등이 정말 첨예하게 진행이 됐었습니다. ‘보육대란’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공공연하게 거론이 됐었죠.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육대란이라는 용어가 언론기사에서 사라졌습니다. 표면상으로 보면, 예산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하게 예산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누리과정 예산의 구조를 잠시 들여다봐야합니다. 정부는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그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교육부 쪽에서 모든 예산을 부담한 것입니다. 어린이집의 경우 행정지도는 복지부가 하는데, 예산은 교육부로부터 받는 기이한 구조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부처 간 갈등도 시작이 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도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매년 내국세 수입의 약 20% 가량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청에 주고 있습니다. 시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수입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정책에 의해 새로운 지출이 생기게 된 셈입니다. 당연히, 시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없던 돈을 써야 하니까 반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시도교육청 측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발을 하기 시작했고, 이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팽팽한 갈등이 있었던 것입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칫 자신들의 지갑에서 다시 보육료를 지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육대란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갈등이 해소된 것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만들어지면서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누리과정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서, 그리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정 부담을 둘러싼 부처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든 법입니다. 이 법은 2016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서, 2017년부터 곧 바로 시행이 됐습니다. 교육세 전입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누리과정 재원을 마련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법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특별회계를 만든 것인데요. 특별회계인 만큼, 영구히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바로,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올해 12월 31일이면,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것입니다. 이 법이 이대로 종료되면, 시도 교육청 측에서는 다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유효기간 연장을 촉구해왔습니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와 정치하는엄마들이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표준보육비용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는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와 정치하는엄마들이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표준보육비용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는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다행히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연장 법안이 지난 10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고, 10월 31일 국회 본회의도 통과했습니다.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는 2022년까지 3년 연장이 확정됐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무상보육이 3년 연장됐다는 측면에서 반길 일이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종사자 입장에서도 예산의 불안정성을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반길 일입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무상보육을 이렇게 3년 단위로 연장해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구조인가, 되볼아 볼 일입니다. 태생부터 기이한 구조로 시작된 무상보육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의 예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임시방편책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눈 앞에 놓인 예산 문제만 신경쓰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게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바로 지난 7년간 누리과정 지원 단가가 22만 원으로 동결됐다는 점입니다. 누리과정이 도입될 당시의 로드맵을 보면, 2013년에는 22만 원으로 시작하지만, 2014년에는 24만 원, 2015년에는 27만 원, 2016년에는 30만 원까지 올리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물가도 오르고, 임금도 상승하기 때문에 매년 보육료를 올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에, 누리과정 단가 인상은 검토조차 안 되고 묻혀 버린 것입니다. 보육 현장에서는, 보육료 현실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보육료 인상을 위한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당 측 관계자의 입에서, 2만 원 인상이라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된 상황입니다. 2020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추가할 방침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7년간 동결됐던 누리과정 보육료 인상이 추진된다는 점은 참으로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7년 만에 겨우 2만 원을 인상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현재 영유아 1명당 투입되는 예산의 크기는 아직도 선진국의 1/3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게 학자들의 일관된 지적입니다. 심각한 저출생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보육예산 증액은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난 정부의 약속이긴 하지만, 3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약속부터 바로 이행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보육료 현실화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표준보육비용 이상으로 보육료를 책정하도록 강제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여러 개 발의돼 있습니다. 박광온, 최도자, 남인순, 김세연, 임이자, 윤상현, 김동철, 인재근 등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보육료 현실화를 위한 근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내년부터 3년에 한 번씩 표준보육비용 조사를 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될 예정으로, 지금 추진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소 3년에 한 번씩은 보육료가 자동적으로 인상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앞에는 무상보육을 완성해야 하는 큰 숙제가 놓여 있습니다. 법과 예산을 모두 챙겨야 무상보육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무상보육은 특별회계가 아니라 일반회계로 챙겨야 할 일이고,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잘 가르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예산이 필요한지 매년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파악한 뒤, 그에 맞게 예산을 편성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육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육대란의 종식과 무상보육의 완성,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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