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명칭 ‘영어유치원’, 학원만 아니면 괜찮다?
불법 명칭 ‘영어유치원’, 학원만 아니면 괜찮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11.22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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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대상 영어교육 프로그램·콘텐츠,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 그대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 한 영어교육 업체는 “집에서 만나는 영어유치원”이라는 문구로 유아 대상 영어 방문학습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 한 영어교육 업체는 “집에서 만나는 영어유치원”이라는 문구로 유아 대상 영어 방문학습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유아 대상 영어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에서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영어유치원’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 그곳에서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으로 방문학습 프로그램이나 교육 콘텐츠를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 부스를 차린 A 영어교육 업체는 “집에서 만나는 영어유치원”이라는 문구로 유아 대상 영어 방문학습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B 이동통신사는 IPTV를 통해 서비스되는 유아 대상 영어교육 콘텐츠에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같은 곳에서 열린 유아교육 박람회에 참여한 C 이동통신사도 IPTV 유아 대상 영어교육 콘텐츠를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으로 홍보했다.

교육부는 매년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 위반 등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매년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및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통해 지도·단속을 실시해오고 있다.

올해 4월 합동점검에서도 21개소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점검하고, 법령 위반 학원 20개소를 적발해 벌점 부과, 과태료 처분 등 총 58건의 행정처분을 한 바 있다.

현행 유아교육법은 “이 법에 따른 유치원이 아니면 유치원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제28조의2)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제35조) 또는 심할 경우 시설 폐쇄까지 명할 수 있다(제32조).

◇ 교육부는 ‘오인 여부’에 초점… 학원 시설 아니면 규제 근거 없어

교육부는 영어학원의 명칭뿐만 아니라 온라인 광고 내용에 대해서도 ‘영어유치원’ 사용을 단속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교육부는 전국 897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상의 광고 내용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영어유치원”, “킨더가든(Kindergarten)”, “키즈 스쿨(Kids School)” 등 유치원 유사 명칭을 사용한 불법광고 62건을 적발해 과태료 등 행정처분과 시정조치를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유아교육 박람회에서 확인된 바처럼 유아 대상 방문학습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으로 홍보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을까.

교육부는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학습지 업체나 이동통신사는 ‘학원시설’이 아니기 때문. 지난 19일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담당자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학원에서 ‘영어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단속이 가능하지만 학습지 업체의 경우는 단속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시설’이 유치원도 아니면서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유아교육법에 따라 단속이 가능하지만 시설이 아니고 학습지 업체라면 단속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필요하다면 해당 업체에다가 왜 굳이 ‘영어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사실 학부모들도 단순히 ‘영어유치원’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학습지 업체를 유치원으로 오인하진 않을 것 같다”며, “(유아교육법이 아니면) 광고법을 위반해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 소지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이동통신사는 IPTV를 통해 서비스되는 유아 대상 영어교육 콘텐츠에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한 이동통신사는 IPTV를 통해 서비스되는 유아 대상 영어교육 콘텐츠에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 교육시민단체 “법적 문제보다 실제 학부모 인식 악영향 고려해야”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는 법적 문제보다 실제 학부모들의 인식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9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영어유치원’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칭하는 잘못된 말이기 때문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영어유치원’ 명칭을 사용한 홍보로 마치 ‘영어유치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아직도 ‘영유’(영어유치원)-‘일유’(일반유치원) 하는 말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인다”며, “법적 문제는 그 다음이고 실제 부모들의 인식에 주는 악영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아교육법상 규제의 취지를 생각할 때 실제로 이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는 교육부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교육부는 온라인 맘(mom)카페 22곳에 ‘영어유치원’ 대신 ‘유아 영어학원’으로 표현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언론에도 학부모들이 올바른 정보 취득을 할 수 있도록 ‘영어유치원’ 대신 ‘유아 영어학원’으로 사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적으로는 학원시설에 대한 규제만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학부모들이 접하는 정보에서 ‘영어유치원’이라는 잘못된 명칭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교육부도 이미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양 연구원은 “유아교육 콘텐츠를 ‘영어유치원’이란 명칭으로 홍보하는 것은 업체들 역시 그 단어가 가진 힘을 알기 때문”이라며, “유아교육 박람회에서 ‘영어유치원’ 명칭으로 홍보한 업체들은 모두 대기업인데 시장 내 본인들의 위치를 인식한다면 책임감을 갖고 자정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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