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엄만데’… 코로나19 대책에 빠진 돌봄노동자들
‘교사도 엄만데’… 코로나19 대책에 빠진 돌봄노동자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2.2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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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정작 내 아이는 방치”… 돌봄전담사 “전염 불안 안고 출근”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20일 서울의 한 폐쇄된 어린이집 모습.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서울의 한 폐쇄된 어린이집 모습.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전염병 때문에 긴급보육하면 (저희)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멀리 계신 부모님 또는 주변 지인들께 부탁하기도 하고, 돈을 주고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요. 다른 직장맘들을 위한 정책은 있지만 보육교사맘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네요.”

“사명감을 느껴 출근하지만 정작 내 아이도 우리나라 아이인데 왜 내 자식은 방치해야 되는 건지….”

“신랑 휴가 내게 하고 전 출근했었어요.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하루 이틀이 아닐 땐 정말 답이 없어서 멀리 계시는 부모님이 올라오셔서 (봐주시고) 그마저도 안 되면 저희 아이 데리고 출근했어요.”

최근 ‘어린이집교사 상담전문’ SNS에 올라온 보육교사들의 글이다. 24일 현재 763명이 코로나19 확진. 그중 7명이 사망했다. 어린이집 교사 확진자와 영유아 확진자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보육교사들, 특히 본인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불안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휴원과 휴교가 느는 가운데 어린이집 교사와 비정규직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가 정부 대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시에 유급 가족돌봄휴가 필요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신종인플루엔자·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바이러스가 확산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등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휴교와 휴원을 권고한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경우, 휴원을하더라도 '연중 운영' 원칙에 따라 보육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긴급보육을 하고 순번제로 교사를 배치해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긴급보육 수요가 있는데 운영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 보건복지부 “신학기 운영 일정대로”… 보육교사, “교사 안전 어디에” 분노

'어린이집교사 상담전문' 네이버밴드에 게재된 댓글 캡처. ⓒ‘어린이집교사 상담전문’ 밴드 제공
'어린이집교사 상담전문' 네이버밴드에 게재된 댓글 캡처. ⓒ‘어린이집교사 상담전문’ 밴드 제공

정부는 23일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을 오는 9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어린이집 신학기 운영 안내’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어린이집은 연중 운영이 원칙이며 보육공백 방지를 위한 취지”라며, “3월 신학기 입소 등 운영은 일정대로 진행하기 바란다”는 것.

그리고 “일시폐쇄·휴원 기준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조치하되 일시폐쇄·휴원 시에는 보육공백 방지를 위한 당번교사 배치, 방역을 위한 소독 등 조치를 철저하게 해주기 바란다”고 명시했다.

공문을 접한 보육교사들은 “보육교사이기 전에 엄마인데 교사의 안전은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하면서 "정말 어이가 없네요", "진짜 근무하기 무서워요", “늘 의무만 주어지는 현실에 정말 너무 화가 나요”, "어린이집에서 누구 하나 죽어나가야 정신을 차리려나" 등 다소 격한 반응도 이어졌다.

대구 지역 17년차 보육교사이자 '어린이집교사 상담전문' SNS 관리자인 문경자 씨는 지난 21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 보육기관의 긴급보육으로 돌봄공백을 막을 것이 아니라 ‘유급 가족돌봄휴가’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 가족돌봄휴가에 대한 비용을 고용노동부가 지급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국의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 돌봄교사도 엄마이고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도 게재됐다. “장기적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에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를 포함한 모든 직장 부모들에게 내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같은 여건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용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용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 학교비정규직노조 “처우 열악한데… 책임은 늘 무한 책임”

같은 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도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정국에서 정부가 비정규직 학교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범정부차원의 비상대응체계에 들어가 인력과 재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인데 초등 돌봄, 유치원 방과후교실 등 평상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 교실의 안전대책이 교사도 아닌 비정규직 전담사에게만 맡겨진 셈”이라면서 “돌봄전담사들은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불안을 안고 출근한다. 처우는 열악한데 책임은 늘 무한 책임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몇십 명의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돌보는 게 맞는지,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 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담사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보호받아야 할 한 가정의 구성원”이라고 강조하며 “전국 공통의 안전매뉴얼과 구체적인 대응 지침을 하루빨리 내려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전반적인 대책을 제시하며 이같은 세부내용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 초등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교실에 대한 코로나19 안전매뉴얼을 시급히 마련 ▲휴업수당 지급 등 교육공무직에 대한 명확한 복무지침 마련 ▲마스크, 손 소독제 등 필요 물품 돌봄교실에 신속한 공급 ▲돌봄교실 아동에 대한 생활지도 방안 마련 ▲대구·경북 등 위기 지역과 개별 학교에 대한 전면적인 휴교 조치 등 전향적 대책 마련 ▲맞벌이 학부모의 가족돌봄휴가 유급 보장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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