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님이 지켜주세요" 원아 모아 예배드린 국공립어린이집
[단독] "하나님이 지켜주세요" 원아 모아 예배드린 국공립어린이집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2.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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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A어린이집, 매주 원아 대상 예배 형식 '성품교육'… 코로나19 휴원 중에도 강행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우리나라가 어려운 가운데 있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셔서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주세요. 지금은 가정학습기간이라 많은 아이들이 나오진 않았지만 건강을 지켜주시고, 어린이집에 나온 모든 아이들도 (중략) 우리 어린이집을 지켜주심에 감사드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24일 A어린이집의 원아 대상 '성품교육' 중 교사 발언)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매주 원아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어린이집은 경기 수원시에 있는 국공립 A어린이집.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약 1시간씩 모든 원아와 교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성품교육’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예배’를 해왔다는 것이다. 베이비뉴스는 실제 A어린이집에서 진행된 '성품교육'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 속 스크린에는 '나는 예배자입니다'라는 찬송가 제목이 적혀 있고, 그에 맞춰 율동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상영되고 있다. 한 교사가 스크린 앞에 나와 찬송가를 부르며 율동을 지도하고 있다. 일부 원아는 율동을 따라하지만, 더 많은 원아들은 가만히 있거나 장난을 치고 있다. 교사들은 원아들을 보며 한쪽 옆으로 나란히 앉아 있고, 율동 동작을 따라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동작을 따라하도록 지도하기도 했다.

◇ "너무 멋지게 예배드린 것 같아"… 찬송가·기도·성경공부 예배 형식 그대로

찬송가 영상을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율동을 가르치고, 성경공부와 기도까지 했지만 A어린이집에서는 ‘예배’ 대신 ‘성품교육’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A어린이집 교사를 포함한 복수의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월요일마다 3세부터 7세까지 모든 원아와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전 10시 45분부터 11시 30분까지 '성품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성품교육'은 일지에 기록된 적이 없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설명이다. 한 제보자는 “수업 계획안, 보육계획안, 일지 등에는 '안전교육'이라고 쓰거나 이 활동('성품교육') 내용은 완전히 빠져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원 지시가 내려졌을 때도 '성품교육'은 강행됐다. 수원시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관내 모든 어린이집에 임시휴원 명령을 내렸다. 한 제보자는 “최근 휴원 지시가 내려졌을 때도 (긴급보육으로) 나오는 종일반 원아를 데리고 두 명이 됐건 세 명이 됐건 월요일이면 무조건 진행했다”면서, “방학 때도 나오는 원아들을 데리고 하고 단 한 주도 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10일 촬영된 것. 원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인 24일에도 A어린이집에서는 모든 원아를 모아놓고 찬송가를 부르는 '성품교육'이 진행됐다.

24일 '성품교육' 당시 녹음 파일에는, "오늘 너무 멋지게 예배드린 것 같아"라는 교사의 육성도 나온다. '성품교육'라고 표현했지만 '예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우리 어린이집을 지켜주심에 감사드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이라고 기도까지 드리고 있다.

A어린이집의 '성품교육'은 '예배'와 같이 성경공부까지 진행됐다. 24일 '성품교육' 녹음 파일에 따르면, "바이블 티처(성경교육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성경공부가 시작되고, 교사가 읽어주는 성경 내용을 아이들이 따라 말하기도 했다. 제보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날의 성경 내용과 관련된 만화나 동영상, 뮤지컬 영상 등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날에는 뮤지컬 영상을 보여줬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국공립 A어린이집에서는 매주 모든 원아와 교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성품교육’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예배’를 해왔다. 실제 '성품교육' 영상 갈무리. ⓒ베이비뉴스
경기 수원시에 있는 국공립 A어린이집에서는 매주 모든 원아와 교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성품교육’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예배’를 해왔다. 실제 '성품교육' 영상 갈무리. ⓒ베이비뉴스

◇ 학부모 “'예배' 알고 있지만 아이에게 피해 갈까봐 버텼다”

A어린이집은 2018년 3월 민간어린이집에서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됐다. 한 제보자는 “그동안 예배가 싫어서 어린이집을 그만둔 학부모도 있었고, 교사들 가운데도 '원장이 다니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한 압력을 받아 그만둔 교사도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집이 작성해 학부모의 서명을 받는 '운영동의서'에는 “성품교육은 기독교식으로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학부모들은 A어린이집에서 이처럼 '예배'에 가까운 형식의 '성품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A어린이집 학부모 B 씨는 25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알고 있었지만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버텼다”고 표현했다. B 씨는 “처음 (입소) 상담할 땐 '예배' 안 한다고 했는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찬송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속옷만 입고 ‘난 하나님이야’라고 말하고, 밥 먹다가도 이 쌀은 하나님이 주신 거야’라고 말하는 등 하나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는 “저는 무교라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심하게 세뇌될 줄은 몰랐다. 다른 학부모는 '예배'가 너무 싫어서 다른 어린이집으로 가기도 했다”면서, “아이가 월요일마다 '예배' 때문에 가기 싫다고 해서 (오전에 하는 '성품교육'을 피해) 조금씩 늦게 보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어린이집 원장은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25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원장 C 씨는 “지금 상담 중이라 통화가 어렵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자에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A어린이집을 관리하는 수원시는 이 내용을 알고 있을까. 수원시 담당자는 25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예배'가 아니라 (동영상) 프로그램을 틀어주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예배'나 찬송가 이야기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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