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학대 사건? 아동학대는 '비정상가족'의 일 아니다"
"계모 학대 사건? 아동학대는 '비정상가족'의 일 아니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6.1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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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 법제화를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법상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되고,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실상 가정 내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돼, 아동학대 행위자들의 변명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Change 915 :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징계권 조항의 삭제를 요구해왔고, 최근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한국아동단체협의회도 "민법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가정 내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아동을 체벌하지 않고 양육하는 긍정적 훈육 부모프로그램을 전국 12개 지역에 여는 등 체벌근절 캠페인, 아동권리 교육 등을 진행해왔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와 지난 15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공적 아동보호체계가 개입하고도 아동학대 사건 막지 못해"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Q. 최근 이슈가 된 아동학대 사건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나 종속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고 봅니다. 부모가 아동을 처음부터 잔혹하게 학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훈육’과 ‘사랑의 매’라는 이름 아래 한두 대씩 시작한 체벌이 점점 강도를 더해가죠.

우리는 다른 성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동에게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통용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학대를 외부인이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징후를 발견하더라도 '아이를 좀 혼 내나 보네', '아이 키우다보면 한번쯤 그럴 수 있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알려진 두 사건 모두 사건 이전에 공적 아동보호체계가 개입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가방에 갇히는 등 가정 내 학대를 당한 끝에 아동이 사망한 천안 사건에서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가정 내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창녕의 피해아동은 가정위탁보호를 받다 원가정으로 복귀했습니다. 지난해에도 학대 피해로 아동보호시설에서 분리돼 있다 원가정으로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다시 가정 내 학대로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대 피해를 입어 원가정에서 분리한 아동을 가정에 돌려보내기 전에 학대 위험이 없는지 면밀하게 진단하고, 부모와 가정환경이 아동을 양육하기 적절하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동학대에 대응할 때 아동의 권리를 가장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는 아동이 분리됐을 때 아동이 최대한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아동보호체계가 미흡합니다.

또한 단순히 아동을 분리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가정이 양육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 원가정이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줄 정책이 함께 필요합니다.”

◇ "사소한 체벌도 언제든지 더 큰 폭력으로 아동 향할 수 있어"

아동학대 근절 위한 시민사회 공동 성명 발표. 자료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학대 근절 위한 시민사회 공동 성명 발표. 자료사진 ⓒ세이브더칠드런

Q. 법과 제도 변화를 포함해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친권에 대한 신화가 여전히 강력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체벌을 비롯해 학대를 당하고 있어도 심각한 상해를 입지 않으면 '부모가 아이 키우다보면 한두 대 때릴 수도 있지', '이 정도는 아동학대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나 ‘경미해’ 보이는 사안이라도 이것을 일회적 상황이라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욱 심각한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조기징후라고 보고 아동학대 신고 등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아동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에서 확인하는 바와 같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보편적 인권을 가진 존재입니다. 아동을 보호하는 한편 아동이 권리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옹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안전 교육뿐 아니라 시시때때로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Q.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경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동학대에 대한 보도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마련한 ‘인권보도준칙’의 목적 또한 ‘인권의 증진’이며, ‘언론은 일상적 보도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고 적고 있습니다.

또 제7장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에서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익명성을 보장하고 피해상황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아동의 피해상황과 개인정보를 노출한 언론 보도는 이 조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생활, 가족, 가정, 통신에 대해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으로 간섭받지 않으며 또한 명예나 명성에 대해 불법적인 공격을 받지 않을’ 권리(아동권리협약 제16조)를 침해하고 아동을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보도입니다.

그리고 아동학대 행위를 한 보호자가 친부모가 아닌 경우라 하더라도 불필요하게 계모와 계부로 밝히는 것에 신중해야 합니다. 아동을 잘 양육하고 있는 많은 계부모에게 편견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친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많은 부모로 하여금 아동학대를 ‘비정상 가족’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로 바라보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 "아동 이익 최우선에 둔 체벌금지 법제화 조속히 이행해야"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근절 캠페인 대중 강연'을 해왔다. 자료사진은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연 모습. ⓒ베이비뉴스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근절 캠페인 대중 강연'을 해왔다. 자료사진은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연 모습. ⓒ베이비뉴스

Q. 법무부가 최근 징계권 삭제를 통한 전면적 체벌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매우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체벌근절이 법제화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법 개정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실효성 있는 체벌근절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아동보호체계 개선뿐 아니라, 아무리 가벼워 보이는 체벌일지라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부모의 양육을 지원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담긴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배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아동학대 방지법을 통해 체벌을 금지하는 법령을 마련한 일본은, 법이 시행되기 2개월 전인 올해 2월 노동후생성에서 가이드라인을 발간했어요. 여기에는 '아무리 가벼운 체벌이라도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며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훈육과 체벌은 어떻게 다른지, 체벌 없이 아동을 양육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정부 관계부처가 이러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한편, 긍정적 훈육 부모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부모가 비폭력적이고 아동권리를 존중하는 양육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Change 915 :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캠페인에 함께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체벌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우리 사회는 ‘거짓말을 해서’, ‘울고 보채서’, ‘밥을 먹지 않아서’ 훈육이라는 명분 아래 보호자의 손에 목숨을 빼앗긴 수많은 아동들을 목도했습니다. 또 다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가해자에 대한 비난과 처벌만으로 지나가지 않으려면 아동들의 죽음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아동학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아동학대의 뿌리에는 '애들 가르치다 보면 한두 대 때릴 수도 있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체벌일지라도 그것이 훈육이나 ‘사랑의 매’로 둔갑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더 큰 폭력이 아동을 향할 수 있습니다.

민법 징계권 삭제는 아동도 성인과 동일하게 권리의 주체로서 인간 존엄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국가가 아동의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한다는 선명한 의지가 될 것입니다. 아동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징계권 삭제와 함께 아동권리 인식제고 및 부모 교육 등이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체벌금지 법제화를 조속히 이행하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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