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맛있게 한 끼 먹고 오길 바랐을 뿐인데…
유치원에서 맛있게 한 끼 먹고 오길 바랐을 뿐인데…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0.07.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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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안산유치원 #햄버거병 #용혈성요독증후군 #장출혈성대장균 #식중독 #유아급식 #유치원급식

아이들의 보육 혹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고를 때, 부모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을 가게 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은 ‘거리’였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내가 빠르게 아이를 데려오고 데려갈 수 있는 곳이 우선순위였다. 

유치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국공립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실 ‘처음학교로’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이라 선발이 되어서 자연스레 입학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만 등원한다(돌봄 가정 미신청자). 그래서 유치원을 ‘다닌다’라고 말하기도 좀 어렵다. 그나마 등원하더라도 하원할 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아직 같은 반 친구들 이름조차 잘 모른다.

유치원에서도 아마 기존 계획안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부모로서 안타까운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함께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뾰족한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이가 유치원 가는 날엔 속으로 ‘그래, 하루라도 등원해서 점심이나 한 끼 즐겁게 먹고 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된장, 고추장, 멸치 등 먹거리로 구성된 ‘식재료 꾸러미’를 집으로 보내왔다. 그간 아이들에 유치원에서 급식을 못 했고, 지금도 원활히 급식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이런 방식으로 식재료를 배분한 것 같았는데, 보내온 재료 모두 깔끔하고 맛이 좋아서 유치원 급식에 막연한 믿음마저 생겼다.

그래서, 아이가 비록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며 식사할 수는 없는 상황일지라도 집 밖에서 즐거운 한 끼,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건강한 한 끼만 잘 먹고 와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 아이들 먹는 것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이유불문 용서할 수 없다 

유치원에서 건강히 한 끼 먹고 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는 그런 마음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여상미
유치원에서 건강히 한 끼 먹고 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는 그런 마음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여상미

그런데 우리가 조심할 것은 전염병만이 아니었나 보다. 믿고 싶지 않은 사건이 다시 한번 일어나고 말았다.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가 그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에, 자칫 잘못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지만 특정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것은 단순히 '실수'라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큰 일이다. 

특히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해당 유치원의 대처에 의심과 원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아이들을 교육 기관에 보냈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이유를 불문하고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아직 체내의 장기도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이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니 나도 유치원을 선택하기 전, 급식실 한번 둘러본 적이 없으면서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아이의 식사에 대해 막연한 믿음을 가졌을까 후회스럽다.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밥이라도 잘 먹고 왔으면 하는 부모의 작은 바람이 무참하게 짓밟힌 기분이다. 설상가상 날은 더 더워지는데 이대로 유치원 급식을 믿고 아이를 계속 보낼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이번 사건으로 몸과 마음을 다친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무언가 더 적극적인 대처와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안산 유치원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해당 지역 내 여러 유치원에서 급식 부실 운영 문제가 끊임없이 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고 한다.

적발만 하고 시정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 아동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기에는 아이들을 수익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경영 마인드 자체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더 강력한 법규 및 제재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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