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 문제 있다는 교사, 집에선 안 그런다는 부모
이 아이 문제 있다는 교사, 집에선 안 그런다는 부모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09.2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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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느린 아이 받아들이기, 교사도 부모도 시작은 서툽니다 

‘느린 아이’만 답답한가요? 교사와 부모도 서로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는 부모가 왜 아이의 느림을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고, 부모는 ‘우리 애가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라며 도리어 선생님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교사도 모두 미숙할 수밖에 없답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면 우리도 고작 다섯 살이거든요. 미숙함을 인정하는 것, 여기에서부터 서로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느린 아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는 교사와 부모님의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 “애가 집에선 안 그런다고요? 아이 장애 인정 못 하는 게 아니고요?”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는 것만이 제대로 된 장애 교육의 출발이라 믿었던 시절. 그래서, "우리 애 집에선 안 그래요"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했죠. ⓒ베이비뉴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는 것만이 제대로 된 장애 교육의 출발이라 믿었던 시절. 그래서, "우리 애 집에선 안 그래요"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했죠. ⓒpexels

교사 단체 메시지 방이 요란합니다.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들어가 보니, 자녀의 느림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 쉽게 변하지 않는 부모에 관한 이야기로 북적북적합니다. 아이에 대해 백날 설명하고 이야기해도 “우리 애가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요?”라며, 담임이면서 왜 아이를 잘 모르냐는 표정으로 이렇게 한마디 하면 선생님들 기운이 쭉 빠지지요. 이때부터 교사와 학부모는 ‘거짓말쟁이를 찾는 추격전’을 시작합니다. 

저 역시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초임 교사 시절, 아이의 부족함을 부모 앞에 낱낱이 이야기하고 ‘이게 진짜 당신 자식이다’라는 확인을 받아내기라도 하듯이 부모를 대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참 잔인하게도, 아이를 인정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이라고 굳세게 믿었거든요. 자폐인지, 지적장애인지에 따라 교육 방법이 약간 달라지는데, 그 부분에서 부모가 ‘우리 애는 아닙니다’라고 하면 어떤 것도 시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장애가 있으니, 이제 아이 데리고 치료 시작하셔야죠.”

“아이 학교 끝나고 치료 다니려면 바쁘실 텐데, 어머니가 계속 일하는 건 무리 아닐까요?”

그땐, 선배 선생님께 배운 대로 상담을 했는데, 아이를 낳고, 일하는 엄마로 살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교사와 부모 관계를 떠나, 여자 대 여자로, 인간 대 인간으로 위에 말은 참 잔인한 말이었음을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미숙해서 그랬던 듯합니다. 특수학교에서의 생활은 고작 5년 반뿐이었거든요. 우리는 참 쉽게 잊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면 부모도 다섯 살, 아이가 여섯 살이면 부모도 고작 여섯 살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 참 어렵습니다. 특히 마음이 어렵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 절대 절망을 드리우지 않으리라는 결연한 눈빛이 보입니다. 어떤 날은 그 강해 보이던 눈빛에서 깊은 슬픔이 읽히기도 합니다. 때로는 건드리면 툭 터져버릴 것 같은 처연한 눈빛으로 만날 때도 있습니다.

아이의 하루는 부모의 하루였을 것입니다. 아이가 치료실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날엔 그나마 웃었을 테고, 답도 없이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날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교사도, 함께 힘이 듭니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삶, 참 힘듭니다. 결연하다가도 깊은 슬픔이 읽히는 눈빛을 볼 때면, 교사도 함께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는 일에 최대한 상처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pexels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삶, 참 힘듭니다. 결연하다가도 깊은 슬픔이 읽히는 눈빛을 볼 때면, 교사도 함께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는 일에 최대한 상처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pexels

제가 첫 담임 시절의 일입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현실을 인정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넓고 길게 아이를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지를 만들었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이가 1년 동안 배웠으면 하는 것은? ▲아이가 5년 안에 이것만은 해냈으면 하는 것은? ▲10년 뒤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것은? ▲20년 후 아이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어떤 부모의 답변은 그때 제게 긴 한숨을 끌어내게 했습니다.

“아이가 1년 동안 배웠으면 하는 것은 ‘엄마’라고 말하는 것. 지금은 옹알이밖에 못 해서요. 올해 안에 ‘엄마’ 소리 듣고 싶어요.”

“5년 안에 아이가 걷는다면 좋겠어요. 아직 스스로 못 걷거든요. 그리고 기저귀도 떼었으면 좋겠고요.”

“10년 뒤엔 중학교에 다니고 있겠네요.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 다닌다면 좋겠어요.”

“20년 뒤 우리 아이는,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에 다니고 있으면 좋겠어요. 예쁜 여자친구도 있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저는 그때 이 부모의 답변을 보고, 아이에 대해 객관적 사고가 불가능한 부모, 이성적 사고를 잃어버린 부모, 아이의 장애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부모라고 느꼈습니다.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때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 살짜리 선생님이었으니까요.

◇ 열정은 넘치는데 이해는 부족했던 ‘한 살짜리’ 선생님의 깨달음

“원장님, 이 부모님은 왜 아이가 집에선 다 한다고만 말할까요? 교실에서 모습과 비교해보면 믿을 수가 없어요.”

어느 날, 한 선생님이 제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교실에서 늘 봐오던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서 부모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약간 의심했습니다. 부모는 자기가 보고한 아이의 모습을 선생님이 믿어주지 않자, 치료실에서 아이의 모습을 또 설명합니다. 역시 교사는 못 믿겠다는 눈빛입니다. 

아이를 위해 같은 배를 탔으니,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노를 저어야 하는데, 이 둘이 신뢰의 관계로 들어서기엔 아직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이 선생님께, 제가 처음 교사가 되고 열정 넘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한 대목 들려주었습니다.

“저를 정말 힘들게 하던 녀석이 있었어요. 다리에 모터라도 단 듯이 잠시도 쉬지 않는 아이였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교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기본이고, 밤새 환경판을 만들어 벽에 붙여놓아도 아이 손에 금방 너덜너덜해지기 일쑤였죠.

교실 안 금붕어는 그 아이 입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금붕어가 퍼덕거리는 느낌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매번 제 눈을 피해 금붕어를 잡아 입속에 넣고,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아이였거든요. 그러니 교실 화초며, 영역구성이며 말끔할 날이 없었어요.

저는 이 아이 가정생활이 정말 궁금했어요. 내 아이라면, 화 안 내고, 혼내지 않고 매일 사랑하며 키울 수 있을까? 아직 결혼 안 한, ‘아가씨 선생님’이 가진 궁금증이었지요.

그러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어요. 우리 반은 토요일마다 산에 올랐어요. 이 열정 넘치는 아가씨 선생님의 성화에 못 이겨 한 가족씩 돌아가면서 저와 함께 등산했습니다. 오전 등산을 마친 어느 날, 이 아이 부모님이 집에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는 것 아니겠어요? 처음으로 그 아이 집에 방문했었죠.

그런데, 그날 느낀 배신감이란! 아이 집은 깨끗했고, 어항에는 구피도 살고 있었어요. 화초는 윤기 있게 잘 자랐고, 화분의 자갈이나 모래알도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어머니, 아이가 이거 가만히 두나요?”

“네, 선생님. 집에선 그렇게 안 해요.”

그때 어찌나 부끄럽고 민망하던지. 그동안 동료 교사들과 모여 이 아이 부모님은 거짓말쟁이라고 얼마나 설파하고 다녔는데…. 어머니가 안 힘들다고 한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이었구나. 

교실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녀석...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으려 거짓말한다고 생각했는데, 환경의 차이에서 아이의 태도나 모습이 다를 수도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병아리 교사의 실수였습니다. ⓒpexels
교실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녀석...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으려 거짓말한다고 생각했는데, 환경의 차이에서 아이의 태도나 모습이 다를 수도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병아리 교사의 실수였습니다. ⓒpexels

그렇다면 이 녀석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이가 다섯 해를 매일 살아온 집은 더는 궁금한 것이 없는 공간이지만,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 때마다 바뀌는 환경판, 매일 바뀌는 수업…. 이 아이들은 나와 이 교실이 무척 궁금했겠죠. 그래서 이것저것 손 안 닿는 곳 없이 호기심을 해결하느라 교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그럼, 치료실에서는 왜 잘한다고 이야기할까요? 구조화한 환경, 책상 하나 사이에 두고 교사는 준비한 과제를 제시하고, 아이는 수행하는 역할. 그러니 호기심을 가질 환경적 산만함이 없었을 겁니다. 또래가 옆에서 재잘대지도 않았을 테니, 교사의 말은 더 잘 들렸을 테고, 작은 교실에 필요한 교구만 꺼내놨을 테니, 아이가 산만함을 보일 시간도, 공간도 없었겠죠.

제 경험상, 이해가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사와 부모의 신뢰 관계를 지속해서 해쳐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와 부모는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부모와 아이는 정말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부모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단어의 선택이 서툰 예도 있습니다. 이런 건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지, 아닌 것을 그렇다고 박박 우기는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체크 리스트 중 만 1세 아이가 숨바꼭질할 줄 안다에 체크했다 칩시다. 이때 부모는 내 아이의 능력을 상향 조정해 ‘장애’의 굴레를 벗으려는 것이 아니라, 아마 영아기에 하는 ‘까꿍놀이’와 구분하지 못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이럴 땐 부모에게 숨바꼭질과 까꿍놀이를 설명해주고, 다시 물어보면 해결될 간단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기분 나쁠까 봐 물어보지도 못하고, ‘이 거짓말쟁이 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라며 속으로만 앓습니다.

◇ 장애 부모 애타는 마음… 전문가가 더 매몰찰 때 있지요  

얼마 전, 장애가 의심된다는 아이의 상담을 의뢰받은 적 있습니다. 나는 지역의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교육진단’을 받아오면 장애전문어린이집이나 통합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 뒤 특수교육지원센터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원장님, 안내를 잘못하신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우리 기관은 장애진단검사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하라고 보내드리라고 전화했습니다.

“특수교육법 제정 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장애 등록을 위해 특수교육지원센터로 가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다만, 아이에게 시급한 건 라벨링하는 ‘진단명’이 아닌, 어떤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교육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랬군요. 학부모가 찾아와서 ‘교육진단’이란 말을 안 쓰고, 병원에서처럼 장애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진단’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왔답니다. 그래서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했더니, 꿈고래어린이집 원장님이 여기서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안내가 잘못됐다고 판단해 전화 드린 것이었습니다.”

담당자와 통화를 마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를 처음 접하는 부모들에게 특수교육과 4년 내내 달달 외워 겨우 입에 붙은 ‘교육진단’, ‘의료진단’, ‘완전통합’, ‘분리교육’, ‘방과 후 바우처’ 같은 단어들은 무척 생소할 것입니다. 상담 내내 무슨 고시 공부라도 하듯 단어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받아쓰기하는 부모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그 애타는 마음을 ‘전문가’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선생님이 이런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제가 볼 땐 아이가 자폐예요. 지금 여섯 살인데, 부모가 절대 인정을 안 해요. 취학 준비도 해야 하고, 바우처도 받아야 하니, 얼마 전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고 말했는데, 병원을 몇 군데 바꿔가면서 언어장애로 진단을 받아오셨더라고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비슷한 경험을 한 선생님들이 공감의 댓글을 연달아 답니다. 그러나, 부모가 그런 선택을 한 데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실비보험 코드를 고려했을지도 모르고, 주변의 시선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이 모르는 가족 중 누군가가 격렬히 반대했을지도 모르고요. 우리 사는 세상이 워낙 복잡하니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 장애 아동의 부모와 교사는 '한배' 탄 파트너… 함께 성숙해집시다 

교사의 성숙을 기다리는 부모,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일 때까지 아이의 일상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교사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배'를 탄 파트너니까요. ⓒpexels
교사의 성숙을 기다리는 부모,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일 때까지 아이의 일상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교사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배'를 탄 파트너니까요. ⓒpexels

그런데, 언어장애로 받아오면 어떻고, 발달장애로 받아오면 어떻습니까. 정말 장애를 ‘인정’하는 것부터 특수교육이 시작될까요?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잘 못 하면, 설정한 목표치가 너무 높은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아이에게 성공감을 주기 위해 늘 작은 목표로 쪼개고, 반복해서 시행하며, 달콤함을 주는 1차 강화물과, 칭찬과 같은 2차 강화물 계획까지 세우는 특수교사입니다. 

부모 상담도 그냥,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장애’라는 단어는 너도, 나도, 세상도 쉽게 받아들이는 가벼운 말이 아닙니다. 아이의 삶, 부모의 삶, 가족의 삶이 그 단어 한마디에 좌지우지됩니다. 그 무거운 단어를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어머니, OO이가 선 긋기 할 때, 5분 동안 자리에 앉아서 잘했어요.”

“OO이가 줄서기를 할 때, 친구 뒤에 가서 서보자면 자리는 잘 찾는데, 친구들이 앞으로 한 칸씩 갈 때 같이 한 칸씩 앞으로 가는 건 아직 어려워해요. 바닥에 발자국 그림이라도 좀 붙여볼까 봐요.”

매일 듣는 아이의 일과 속 모습, 이런 상담 내용을 못 받아들일 부모가 있을까요? 작은 것부터, 소소한 아이의 일상에서부터 공감을 통한 인정을 끌어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하나,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 선생님’을 이해해주세요. 선생님들도 멋지게 익어갈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가끔 이런 말을 하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원장님, 내년에 OO 선생님이 담임선생님 되시면 저는 어린이집 옮길래요. 그 선생님은 아이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으시고, 아이 이야기도 잘 안 적어주시고, 도대체 뭐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 그 선생님, 말투도 상냥하지 않고 낯가림도 있어서 표정도 좀 어두우시죠. 어머니처럼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늘 한결같이 아이들 잘 보는 선생님이세요. 이건 같이 생활하는 동료가 아니라면 모르시죠. 말해도 믿기 어려우실 테고….”

우리 아이와 잘 안 맞는 것 같은 선생님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선생님이 ‘나쁜 선생님’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아이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칩니다.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아이는 불친절한 사람에게서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법을 배울 수 있을 테고, 공격성이 있는 아이와 같은 반이 되면, 그 친구에게 공격당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합니다.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다면, 이 친구와 어떻게 하면 함께 즐거울 수 있을지 아이들도 고민합니다. 아이에게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나쁜 선생님, 나쁜 부모는 없습니다. 그저 아직 미숙할 뿐입니다. 다섯 살 아이의 다섯 살 부모, 다섯 살 선생님이기 때문이지요.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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