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여서가 아니라, 친구라서 양보하는 거야”
“장애아여서가 아니라, 친구라서 양보하는 거야”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12.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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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나와 조금 다른 친구와 친해지는 법

이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모니터에 나오는 사람의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했습니다. 메롱, 동물 흉내 등 부모와 아이는 재미있게 동작을 따라 합니다. 그리고 지체장애인이 등장했습니다. 그 특유의 근육 움직임이 나오고,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그 움직임을 따라 하지만, 부모는 차마 그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가진 편견은 이렇습니다. 아이들과는 매우 다릅니다. 장애에 대해 공론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리낌이 없습니다. “선생님 얘는 왜 말을 못 해요?” 정말 궁금해서 묻습니다. 비장애부모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장애아이에 대해 물을 때 당혹스러움을 느낀 적이 많을 겁니다. 

나와 조금 다른 친구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나와 조금 다른 친구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특히 그 아이의 부모가 옆에 있다면 더 말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혹시나 내 대답이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늘 고민하다 얼버무리고 맙니다. 그러면 아이는 ‘아, 이렇게 못하는 것을 말하면 기분이 나빠지니 말하면 안 되는 거구나, 뭔가 잘못한 일이구나…’ 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렇게 장애가 있는 친구에 대해 아이는 한 걸음 더 멀어지겠지요. 장애를 ‘네가 도와주면 이 친구도 할 수 있다’, ‘조금 더 크면 이 친구도 할 수 있다’라고 포장하지 않고,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이야기해주는 것, 함께 고민을 공감하고 나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 그렇다면 나와 다른 친구들을 늘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장애가 있거나 느린 친구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예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엄마, 왜 우리 반 OO이는 말을 못 해?”

같은 나이라도 발달이 느린 아이들은 말을 전혀 안 하거나, 잘 하지 못합니다. 말을 하더라도 상황에 맞는 대화가 힘든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가 이런 친구에 대해 궁금해할 때, 어떻게 대답해주면 좋을까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OO이도 나중에 말하게 될 거야.”

“네가 말을 많이 걸어주고 가르쳐 주면 말을 할 수 있어.”

그 친구도 크면 좋아질 거야, 네가 도와주면 잘 할거야라는 대답이 나쁜 답은 아니지만, 이러면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는 친구 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비장애아이가 ‘선생님’처럼 장애아이를 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 따라, 평생 말을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도 있습니다. 언어치료사도, 특수교사도 다방면으로 애를 쓰지만, 말을 하게 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교사의 역할을 부여하게 되면, 나중에 친구가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대답은 어떨까요?

“세상에는 말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 친구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야.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손을 내밀어 표현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해. '같이 놀자'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해서 너와 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야.” 

다양한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들도 즐겁고 슬픔을 느끼는, 우리와 똑같은 ‘마음’이 있다고 알려주세요. 같이 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먹고 싶을 때는 말하지 않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알 수 있어요. ‘마음’이 있다고 하는 건, 친구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같이 놀지 않으면 속상한 마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거라고 설명해주세요.

장애아이들에게도 ‘친구와 함께 놀 권리’는 있답니다. 하지만, 비장애아이들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어요. ‘무조건 장애아이와 놀아야 해’, ‘도와줘야 해’라는 식의 대답은 안 됩니다. 자칫, 장애아이들은 같이 놀면 나만 힘들어지는 아이라는 인식이 생겨서는 안 되니까요. “OO이와 같이 놀고 싶으면 놀아도 좋아! OO이도 좋아할 거야” 정도만 이야기해도 됩니다.

◇△△는 블록 놀이 혼자만 하려고 해, 나는 △△랑 놀기 싫어!

장애아에게도 비장애아에게도 친구와 함께 놀 권리가 있답니다. 비장애아에게 장애아와 무조건 친하게 지내라고, 양보하라고 말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장애아에게도 비장애아에게도 친구와 함께 놀 권리가 있답니다. 비장애아에게 장애아와 무조건 친하게 지내라고, 양보하라고 말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베이비뉴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부모 마음으론, 아이의 이런 말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조건 양보하라고 하려니 아이가 딱하고, 무조건 같이 놀지 마라고 하기엔 이기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고민입니다. 

“친구가 다 가지고 놀고 싶었나 보다. 그 친구는 잘 모르잖아. 그냥 네가 좀 양보하는 건 어때?”

“사실 엄마 아빠 생각에는 그 친구랑 놀지 않는 게 좋겠어.”

이런 대답이 좋을까요? 유아기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특징인 시기입니다. 배려나 양보 등을 익히는 시기이긴 하지만, 완전한 배려와 양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양보가 어려운 유아기에, 놀이 상황에서 양보만 강요하면 아이들은 양보만 해야 하는 장애 친구를 슬금슬금 피할지도 모릅니다.

상과 벌의 기준으로 도덕적인 행동을 만들어가는 유아기 친구들에게 잘못된 중재는 자칫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친구와 놀이하는 혹은 도와주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함께 놀이 자체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담임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보세요. 

이런 대답은 어떨까요?

“△△가 블록을 다 들고 가서 속상했겠다. 엄마 아빠라도 △△와 놀기 싫을 것 같아.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가 아직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어려워서 나눠 쓰기가 어려운 모양이야. 블록놀이 할 때 △△와 안 놀고 싶으면 안 놀아도 괜찮아. 그런데, △△와 네가 다투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는 뭐가 있을까?”

아이가 장애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제일 먼저 해줘야 할 것은 아이의 속상함에 대한 ‘공감’입니다. 친구와 함께 놀이하다가 속상함, 서운함을 이야기한다면 그 감정을 지지하고 공감해주세요. 정서적인 위로를 받은 아이들은 타인의 처지를 ‘공감’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교육은 그 다음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습니다.

◇ 장애아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아이들끼리 싸운 겁니다 

아이들마다 잘하고 못하는 것들이 모두 다 다릅니다. 아이가 장애아의 부적응적인 면에 속상해한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거나, 친구의 하루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정말 귀여웠어”, “선생님에게 칭찬받았어” 등 긍정적인 표현을 함께 한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정적인 표현이 이어진다면 선생님에게 알려주세요. 유아기의 장애인식은 평생 갑니다. 장애를 보는 눈에서, 사람을 먼저 보는 눈을 아이가 알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우리들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 친구는 장애가 있으니까, 네가 양보해.”

“장애가 있으니까 다른 친구를 때리는 거 아닌가요?”

비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서 가끔 듣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장애’를 이유로 특혜를 줘서도 안 되고, ‘차별’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장애아여서가 아니라, 친구라서, 내가 배려받았을 때 좋았던 기분을 친구에게 되돌려 주고 싶어서 양보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요. 장애아에게 무조건 배려하라고 가르쳐서도 안 됩니다. 또, 장애아라서 다른 친구를 때리는 게 아니라 그저 아이들 간 다툼일 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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