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다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초등학교.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4일 중 2일은 등교, 2일은 온라인 수업 옵션과, 주 4일 모두 온라인 수업 옵션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했다. 보통 8월 말에 학기가 시작하는데, 올해는 온라인 수업 준비 등의 이유로 9월 중순이 다 되어서야 개학했다.
그런데 막상 개학하고 보니, 내 예상과는 다른 흐름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졌다. 아이들은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만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나머지 시간은 웹사이트에서 숙제를 받아 완성하고, 기한 내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물론 나중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난 2주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수업은 실시간 수업이라기보다는, 아주 간단한 내용을 안내받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자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플랫폼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 수업 내내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개학 둘째 날엔 학교가 소속된 교육구 전체의 서버가 마비돼서 세 시간 이상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 셋째 날엔 학교가 정전됐다. 덕분에 큰아이 담임선생님은 자택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다섯째 날. 이틀 걸러 하루씩 전체 화상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고, 아이 숙제 파일이 올라가는 교육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접속이 안 되는 웹사이트를 앞에 놓고 큰아이는 내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 온라인 수업 시작하자 흩어지는 아이들…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 고민이다
둘째가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던 유아 음악놀이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하기에, 시범 수업을 신청했다. 그룹 화상 채팅 앱을 켜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선생님과 엄마들은 반가워서 손을 흔드는데,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수업(이라기보다는 놀이 안내가 맞겠다)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화면 안 아이들이 거의 사라졌다. 여기저기 아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엄마들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린다. 사라진 아이들은 스크린 앞에 돌아올 줄 모르고, 둘째의 집중력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이따금 다른 사람들의 모습만 확인할 뿐 둘째는 이내 본인이 하던 놀이에 집중한다.
다른 집 아이들도 일탈 혹은 탈출을 감행하고, 선생님과 엄마들만 어색하게 코로나를 원망하는 말만 주고받을 뿐이다. 나는 시범 수업을 끝으로 정규수업엔 등록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더 제대로 된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교사와 아이들 간 긴밀한 상호작용 없인 불가능할 것 같은데.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른 미국 아이들은 수영장도 가고, 마스크도 안 쓰고 놀이터에서 노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냐고, 큰아이가 물었다. 작은아인 이제 묻지도 않는다. 그저, 아쉬운 목소리로 “엄마, 아직 바이러스 안 없어졌지?”라고 말할 뿐이다. 전체 화상 채팅에서 선생님은 먼저 나가시고, 같은 반 아이들 몇몇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 큰아이 웃는 소리를 들으니 마냥 안쓰러울 뿐이다.
미국 공교육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다는데, 그래도 따로 사교육을 하겠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해본 적 없었건만, 개학하고도 남아도는 시간과, 심심해하는 아이 표정을 보니 이젠 화상 수업이라도 좀 듣게 해줘야 하나 처음으로 고민이 된다.
그런데, 그마저도 안 될 것 같은 둘째의 무료함은 도대체 어떻게 채워줘야 하나. 오빠의 짧은 화상 수업 중 카메오 출연하는 동생이 우리 집 둘째뿐만이 아닌 것을 보니, 선생님도, 아이들도, 부모들도, 참으로 머리 아픈 혼돈의 계절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