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의 일상에서 스토리텔링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마케팅이나 비즈니스의 차원을 넘어 유아 독서교육 현장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단어의 조합에 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Storytelling'을 우리말로 바꾸어 보면 ‘이야기 말하기’ 정도로 번역이 가능하다. 조금만 번역을 부드럽게 해보자면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말하다’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실 이야기는 말을 함으로써 그 존재 가치가 생겨난다. 표출되지 못한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에서의 'Telling'을 단순한 말하기 행위 정도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그 의미는 바로 ‘이야기의 전달력’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내용과 상황에 부합하는 조건을 제대로 갖춘 전달의 기술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별로 관심이 기울이지 않는 이야기를 향해 ‘나쁜 이야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기준에 따라 그 이야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지 그것을 ‘나쁘다’라고 말한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나쁜 이야기’라는 표현은 ‘관심 없는 이야기’라고 수정돼야 하며 그 무관심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재미는 이야기의 질을 결정하고 존재 유무를 판가름할 매우 중요한 잣대이다. 재미없는 영화가 며칠 지나지 않아 극장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이야기 역시 재미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오래 남는 이야기는 결국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는 오래 기억하고 또 그것을 타인에게 전파한다.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확장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오랫동안 보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살아남는 방식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들려주는 책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야기 구조 자체가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부모의 움직임이 커야 한다. 손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는 방법 외에도 짧은 이동이 있는 움직임이 좋다. 이때 아이와의 눈 맞춤은 필수이다. 소극적으로 시작된 부모의 책 읽기 활동도 아이의 눈 맞춤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고 동작이 자연스럽게 커지며 아이의 흥미도 높아진다.
기회가 되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부모가 모여 함께 책 읽기 활동을 하는 방법도 좋다. 부모마다 다른 동작과 읽기 방식은 아이들에게 여러 경험을 갖게 하여 1:1의 스토리텔링 독서보다 다양한 상호작용의 스토리텔링 독서가 된다. 이는 앞에서 말한 책에 대한 아이의 흥미 내지는 재미의 요소도 더 높일 수도 있다.
‘우리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고민이 있다면 부모가 책을 다소 재미없게 읽고 있지는 않은지, 독서에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칼럼니스트 김은정은 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문학박사, 문학평론가로 경성대학교 창의인재대학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는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활용」, 「문학과 인간」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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