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가 '학폭'에 연루된다면?
열심히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가 '학폭'에 연루된다면?
  • 칼럼니스트 이수경
  • 승인 2021.03.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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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으로 키우는 부모, 권리로 자라는 아이] 학교폭력 '미투', 방관해선 안 되는 이유

올해 우리 가정은 일곱 살이 된 둘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지난해 유치원 6세반에 다니던 아이는 여섯 살 차이가 나는 누나와 함께 성장해서인지 생각과 말투, 노는 방법 등 모든 것이 조숙해서 도통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7세반에 가고 싶다고 했다. 막상 7세반에 가니 진도가 맞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 아등바등 애를 쓰면서도 재미있어 해 어른들의 걱정과 우려는 잊혀졌다. 그리고 올해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을 했다. 학교에 적응할 때 6학년이 되는 누나가 학교에 함께 있으면 의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1학년은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매일 등교하고 있는데, 아이가 복도를 지나다 만난 유치원 동기가 반가이 인사하는 아이를 불러 세워 “야, 반말 하지마! 너 앞으로 만나면 형이라고 불러라!”고 했단다. 아이가 6세반에서 바로 7세반으로 올라갔던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새로운 학교생활에 만족을 하면서도 본인을 형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놀이에 껴주지 않는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속상했는지 잠들기 전 몇 번이고 이야기를 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감안하고 결정했음에도 아이가 안쓰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작은 일로도 마음이 아프고 애처로운 데 아이가 더 커서 다른 이유로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혹 폭력에 휘말리게 된다면 그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리고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이 커진다.

근래에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학교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외에 혹시라도 학교폭력에 휘말리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 과거에 비해 학교의 체벌도 없어졌고 폭력에 대한 신고 절차나 예방법 등 제도도 마련되었다는데 여전히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그 원인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공간이 이전에는 학교라는 장소였다면, 이제는 학교와 학원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사이버공간까지 넓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신체적 폭력, 왕따, 성폭력을 포함해 SNS 안에서의 금품 및 데이터 갈취, 소환해서 가두기 등 그 방법 또한 매우 다양하고 잔인하다. 아이들을 둘러싼 모든 공간과 상황에서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폭력은 잘못이지만 ‘말을 못 알아들어서, 눈치가 없어서, 빌려달라는 것을 주지 않아서’ 식으로 ‘맞을 짓을 했다’고 피해자에게 이유를 찾는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국가, 인종, 종교 그 어떤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맞아도 되거나 학대 받아도 사람은 없다. 따라서 ‘오죽하면 때렸을까’라는 생각이 반영된 채 피해자를 바라보는 제3자의 태도는 2차 가해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학교폭력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힘을 가진 사람이 대세가 되고 힘없는 이들이 이에 편승해 동조하거나 심지어 즐기거나 방관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베이비뉴스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학교폭력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힘을 가진 사람이 대세가 되고 힘없는 이들이 이에 편승해 동조하거나 심지어 즐기거나 방관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베이비뉴스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학교폭력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힘을 가진 사람이 대세가 되고 힘없는 이들이 이에 편승해 동조하거나 심지어 즐기거나 방관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정의와 신뢰, 공감이 대세인 세상이 돼야 한다. 옳지 않은 것은 단호하게 평가되고 적극적으로 폭력에 반대한다면 가해자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폭력적 상황에 가해자나 방관자에 대한 처벌강화라는 또 다른 제도를 만들기에 급급한 시대가 됐을까. 제도나 법으로 인간의 의지를 규제하는 것 역시 중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 학교를 만들기 위해선 문제를 사안별로 해결하는 단편적인 제도 마련보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옳지 않은 일에 분연히 일어나고 약자의 위치에 있는 친구를 돕는 일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이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안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대중의 분위기와 의식에 편승한 삶이 아닌 양심과 도덕, 정의를 좇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뤄졌으면 한다.

학교 문제로 시작해서 거시적으로 마무리가 됐지만, 우리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이며 책임과 의무의 이행자임을 감안할 때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배려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학교와 사회는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칼럼니스트 이수경은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한 후 복지관에서 근무했고 2010년부터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동의 권리를 위해 일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전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개발 N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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