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평등하지 않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출산 후 어린이집을 알아보니 어린이집 내에도 직장·국공립·민간·가정·협동조합 등 다양한 유형이 있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적용하는 법과 행정부처가 달라서 수많은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급식비 지원 차이부터 시작해 특별활동과 방과후 수업의 차이, CCTV 설치 의무와 열람 규정의 차이, 교사 전문성의 차이, 놀이 공간의 차이 등 수많은 차이 속에서 어떤 기관에 우리 아이를 보내야 할까, 수많은 부모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그 문제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친구와 부대끼며 하루종일 스트레스에 쌓여 지내면서도 어른들의 도움 없이는 문제가 문제라고 말을 할 수 없다. 급식비 차별로 인해 어떤 아이는 6000원 이상의 식사를 하고, 어떤 아이는 2000원도 되지 않는 식사를 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은 불평하지 못한다. 가까운 동네에 유아교육기관이 부족해 먼 곳으로 차를 타고 등·하원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이 시스템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다.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이 그저 그냥 버텨주기에 지금의 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혹여나 부모들은 내 아이가 기관 분류에 따라 사회적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도 걱정하게 된다. ‘OOO 유치원 출신, OOO 어린이집 출신’ 이러한 꼬리표로 동네에서 아이들끼리 그룹으로 나누어져 관계 형성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게 된다.
◇ “영유아기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더 좋은 기관을 선택하기 위해 또는 기관으로부터 받지 못하는 양질의 유아교육을 위해 사적 자원을 동원하면서 발생하는 교육 불평등 문제이다. 아이들의 출생이 급격히 감소하고 한 자녀 가구가 증가하면서 부모가 가진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영유아들의 발달 격차가 커지고 있다. 영유아 대상 사교육의 증가로 인한 계층 간 위화감도 커지고 있다. 부모의 자본력에 의해 교육과 보육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영유아기부터 발생한 교육 불평등은 학령기를 지나며 더 극대화될 것이기에 영유아기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근본 대책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관리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근거 법률을 통일하는 것이다.
결혼을 안 했을 때는 ‘언제 결혼할 거냐’는 요구 속에 놓인다. 결혼하면 ‘언제 아이를 낳을 거냐’고들 말한다. 아이를 하나 낳고 나면 ‘하나 더 낳아야 하지 않냐’고들 말한다. 우리 사회와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내 아이가 겪을 불평등한 환경과 제도 앞에서 어떻게 안심하고 아이를 기를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양육수당을 올린다지만 그런 지원은 일시적인 지원일 뿐이다. 지원금 올리는 것으로 ‘아이를 안심하고 키워도 되는 사회가 되었다’라고 누가 생각할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영유아 아이들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격차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는 일이다.
최근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5세 미만 어린 시절 환경의 지대한 중요성’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교육기회 불평등 해소는 ‘초·중·고’보다는 ‘영유아 시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영유아 단계의 불우한 환경은 ‘불평등의 씨앗’이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영유아 단계의 교육에 전폭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이다. 부디 이번 대선은 유보통합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단행해 전폭적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공약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부모들은 질 높은 영유아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내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대선 후보에게 아낌없는 한 표를 던질 것이다.
미래의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자괴감이 드는 일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내 아이와 나의 행복을 보장하라고. 부모의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나라가 아니라 국가가 미래 세대를 차별 없이 온전히 책임지라고. 부모가 되기를 선택한 이들이 교육 불평등 걱정 없이 한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국가에 책임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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