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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유보통합... 지금 정부가 제시해야 할 것은 유보통합 로드맵?

[김영명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지금은 ‘시범’이 아니라 ‘결정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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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시범사업을 반복하고 있고, 지자체는 선거를 앞두고 단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베이비뉴스
유보통합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시범사업을 반복하고 있고, 지자체는 선거를 앞두고 단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베이비뉴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유보통합 정책은 2024년 말까지 비교적 속도감 있게 추진돼왔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정책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고, 정권 교체 과정에서 유보통합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 현장은 통합이 되는 것인지, 멈춘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시범사업을 반복하고 있고, 지자체는 선거를 앞두고 단기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며, 그동안 보육을 주도해 온 복지부는 한발 물러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범사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명확한 결단과 로드맵이다. 유보통합이 실효성 있게 전개되기 위해 정부가 반드시 결단해야 할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2년짜리 국가 로드맵을 공식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유보통합이 언제, 어떤 단계로 완성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2026~2027년을 목표로 한 2개년 국가 로드맵을 공표하고, 분기별로 법·제도·재정·행정에서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통합 전 과도기 동안 전국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중단·과도기 운영지침을 마련해 현장의 혼란을 멈춰야 한다.

정책이 멈춰 있는 사이, 혼란은 고스란히 현장의 몫이다. 지금 어린이집에서는 “통합은 한다는데 언제인지 모르겠다”, “기준이 바뀌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일상이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운영자는 시설 투자와 인력 채용을 미루고, 교사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부모는 “올해 들어가도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안고 입소 상담을 받는다. 로드맵 부재는 곧 불안의 연장이다. 아이와 부모, 그리고 교직원은 모두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다. 
 
둘째, 유보통합은 법·재정 패키지로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유보통합은 법만 바뀐다고 실현되지 않는다. 관련 법 개정과 함께 재정 이관과 재원 확보 방안이 동시에 결정돼야 한다. 법은 교육청으로 넘기되, 예산은 불확실한 상태로 남겨두는 방식은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보통합 관련 법 개정과 재정 패키지를 분리하지 말고, 하나의 묶음으로 국회에 제시해서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통합기관의 ‘전국 공통 최소 기준’을 확정해야 한다.

통합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교사 대 영유아 비율, 이용시간 운영 기준, 영유아중심 놀이중심 교육과정, 아동의 휴식권, 안전, 장애·특수교육 지원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최소 기준을 법적 효력을 가진 형태로 확정해야 한다. 기준 없는 통합은 지역 격차와 기관 간 불신만 키울 뿐이다.

넷째, 이중구조인 교직원의 자격·양성 해결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유보통합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유치원 교원과 보육교사로 나뉜 자격·양성·처우 체계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통합 교원 체계에 대한 단계적 로드맵, 경력 인정과 처우 개선 방안, 전환기 연수와 대체인력 지원책을 동시에 마련하지 않으면 현장은 버틸 수 없다. 

교원 자격과 처우, 경력 인정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교직원은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이 자격이 앞으로도 유효한가”, “경력이 인정되는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그 결과, 현장에는 다수의 교사가 떠나고, 남은 교사는 과중한 업무를 떠안는다. 교사의 불안정은 곧 교사와 영유아의 관계 안정성 붕괴로 이어진다. 유보통합이 영유아 중심이라면, 교직원의 안정은 전제 조건이다.

다섯째, 추진위원회는 ‘연장’이 아니라 ‘결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2026년 1월 3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던 유보통합추진위원회의 활동 기한이 2029년 1월 30일까지 3년 연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추진위원회는 연장됐지만, 무엇을 언제 결정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현장은 또다시 시범사업 대상이 될지, 기준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은 실험 대상이 되고, 아이와 부모는 매번 다른 기준에 적응해야 한다. 이는 정책 실험의 비용을 가장 약한 존재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유보통합 추진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 법제, 인력, 장애·취약아동, 정보시스템 등 분야별로 결정 기한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합의가 지연되는 사안은 임시 기준이라도 먼저 고시해 현장이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지자체 선거성 지원이 아닌 국가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유보통합 관련 지원은 지자체장의 의지와 선거 일정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이는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 중앙 기준이 없으니 지자체는 각자 지원책을 내놓는다. 어느 지역은 지원이 늘고, 어느 지역은 그대로다. 

정부는 중앙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지방이 의무적으로 함께 부담하는 중앙-지방 매칭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매칭 사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유보통합을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 중앙–지방 책임 분담 구조는 아직 미흡하다. 특히 농산어촌, 소규모 시설, 장애·취약 아동에 대해서는 추가 지원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은 ‘실험의 시간’이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다. 유보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현장은 피로와 불신 속에서 무너지고, 통합은 이름만 남게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시범사업을 반복하는 정부가 아니라, 기준과 책임을 확정하는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결단하지 않으면, 혼란은 계속 아이와 부모, 교직원이 떠안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범사업이 아니라, 기준을 정하고 책임을 지는 정치와 행정이다. 유보통합이 아이의 하루를 위한 정책이라면, 그 하루를 더 이상 불확실성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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