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어린이집 보육료 딜레마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어린이집 보육료 딜레마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8.30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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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예산 최저보육①] ‘보육료 현실화’ 주장이 반복되는 이유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013년부터 시작된 전면 무상보육. 하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낮은 보육료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구조 때문에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보육예산의 적절성과 구조적 문제를 따져보고, 보육예산의 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 기자 말

보육 현장에서는 낮은 보육료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구조 때문에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비뉴스
보육 현장에서는 낮은 보육료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구조 때문에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비뉴스

11년째 멈춘 어린이집 영아 1일 급간식비 1745원. 베이비뉴스는 지난 3월 ‘1745원 어린이집 식판전쟁’ 기획보도를 통해 이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영유아기 부모들의 90.4%가 어린이집 급간식비 액수를 모르고 있었다. 또 부모들이 생각하는 적정 급간식비는 ‘3000원 이상’이 81.6%로 조사됐다.
 
하지만 급간식비 현실화는 결국 ‘보육료 인상’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보육료 안에 인건비, 관리운영비, 교재·교구비, 급간식비, 시설비 등이 다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지출이 커지면 급간식비 등 다른 비용 지출을 줄여야 하는 구조 때문에 보육 현장에서는 오랜 시간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최저임금인상과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보육료 인상률은 2013년, 2014년, 2017년 동결됐다. 3~5세 누리과정 보육료는 올해까지 7년째 동결됐다. 신혜선 기자 ⓒ베이비뉴스
최저임금인상과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보육료 인상률은 2013년, 2014년, 2017년 동결됐다. 3~5세 누리과정 보육료는 올해까지 7년째 동결됐다. 신혜선 기자 ⓒ베이비뉴스

3~5세 누리과정 보육료는 올해까지 7년째 동결됐다. 같은 기간 0~2세 보육료 평균 인상률은 3.5%. 2013년, 2014년, 2017년에는 동결됐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9.0%를 기록했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정부지원 보육료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사회·경제적 현상을 정책에 녹여내지 못했기 때문에 운영난이 가중돼 폐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11월 현재 전국의 어린이집 모두 3만 9181개소로, 2015년 4만 2517개소에 비해 3년간 3336개소가 감소했다.

◇ ‘보육료로 운영이 안 돼요’ 어린이집 수입-지출 직접 살펴보니

그렇다면 현재의 보육료는 현실과 얼마나 맞지 않는 것일까. 실제 어린이집의 월별 수입-지출 내역을 통해 따져봤다. 경기도에 있는 한 민간어린이집의 2018년 결산서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어린이집의 수입은 ▲보육료(양육자가 ‘아이행복카드’로 결제) ▲기본보육료(정부 지원) ▲누리과정운영지원금 ▲부모부담금(특별활동비와 필요경비 등)으로 구성된다.

어린이집 지출은 ▲인건비 ▲관리운영비 ▲급간식비 ▲교재·교구비 ▲행사비 ▲시설비 등으로 세분화된다. 인건비는 담임교사 인건비와 기타교직원(원장, 조리사, 운전기사 등) 인건비로 나눌 수 있다. 관리운영비는 수용비, 공공요금, 기타운영비, 업무추진비로 나뉘고, 시설비는 시설장비 유지비와 자산취득비로 구성된다.

경기도 A 민간어린이집의 2019년 기준 아동 1인당 연령에 따른 보육료 지원 내역. 신혜선 기자 ⓒ베이비뉴스
경기도 A 민간어린이집의 2019년 기준 아동 1인당 연령에 따른 보육료 지원 내역. 신혜선 기자 ⓒ베이비뉴스

0세의 경우, 양육자가 국가 바우처인 ‘아이행복카드’로 45만 4000원을 결제하고 정부에서 48만 5000원을 어린이집으로 지원해 실제로 아동 한 명에게 93만 9000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3~5세의 경우는 누리과정 보육료 22만 원, 이 금액은 7년째 동결된 상태다.

기본보육료는 기존 부모부담금을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어 지자체마다 지원금이 다르다. 누리지원금은 아동 1인당 7만 원을 지원받지만, 여기서 누리과정 처우개선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운영에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반에 20명의 아동이 있다면 누리지원금은 한 아동당 7만 원씩 모두 140만 원. 이중 교사에게 처우개선비로 30만 원이 지급되고 나머지 금액을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이 금액은 누리교사 채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경기도 A 민간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반영한 예상수입과 예상 지출내역을 통해 운영의 현실을 살펴봤다. 신혜선 기자 ⓒ베이비뉴스
경기도 A 민간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반영한 예상수입과 예상 지출내역을 통해 운영의 현실을 살펴봤다. 신혜선 기자 ⓒ베이비뉴스

이 표는 경기도의 한 민간어린이집 사례를 반영한 것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반영해 반 정원을 모두 최대로 채운 것을 전제로 실제 월 수입과 지출액을 정리했다. 연령에 따른 반별 수입에 실제 지출금액을 빼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입과 지출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0세의 경우 약 43만 원, 3세의 경우는 약 95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는 걸까. 이 어린이집의 경우 지자체에 의해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지정돼 다른 항목에서 추가 지원금을 받고 있는 덕분에 운영이 가능하다.

다른 민간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지자체 보육정책위원회에서 정한 20만 원 안팎의 부모부담금으로 적자를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지자체에 따라서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부모부담금을 별도로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의 경우 반별 담임교사 인건비를 245만 원으로 동일하게 반영했다. 이 인건비는 급여 190만 원, 퇴직금 15만 8333원(급여의 1/12), 4대 보험 부담금 19만 원(급여의 10%), 식비 5만 원, 복리후생비 15만 원을 반영한 것으로, 경력에 따른 수당은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2018년 보육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보육교사 평균 급여는 213만 원. 기본급이 168만 9000원, 수당이 44만 1000원이다. 보육교사 1일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17분, 보육교사 평균 연령은 40.9세였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 월급으로 환산(주 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하면 174만 5150원이다.

보육료 인상이 최저임금이 인상에 미치지 못하면, 어린이집의 전체 지출 중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다. 정해진 보육료 안에서 모든 비용을 ‘알아서’ 써야 하는 구조상,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육 현장의 현실. 이 과정에서 보육의 질은 떨어지고,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도 나빠질 우려가 크다.

낮은 출산율로 인한 재원 아동의 감소와 반별 정원 미충족으로 인한 보육료 지원 감소 역시 문제다. 현재 보육료는 ‘아동 한 명에 얼마’ 하는 식으로 지원된다. 반별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해 보육료 지원이 줄어들고 교사 등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차라리 반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나오는 것이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법에 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 안에서 반별 정원을 가득 채워야만 보육료 지원 액수가 많아져서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육의 질과 교사들의 노동 환경은 나빠지는 것은 당연. 현재의 보육예산은 ‘최저노동’과 ‘최저보육’을 전제로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현실성 있는 보육료가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보육서비스 질 향상"

정부는 2005년, 2009년, 2013년, 2018년 네 차례에 걸쳐 표준보육비용을 조사했으나 보육료 현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표준보육비용이란 0~5세 영유아에 대한 적정수준의 보육서비스제공에 필요한 비용으로, 인건비, 교재·교구비, 급간식비, 관리운영비, 시설 설치비 등을 산출해 책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조사하는 표준보육비용이 실제 보육예산 책정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표준보육비용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표준보육비용 자체가 보육료 책정에 ‘참고자료’로만 사용될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

“현행 보육료는 표준보육비용 산정에 준해 책정된 것이 아니라 기준비용에서 국가예산에 맞추어 조금씩 인상됐다. 표준보육비용 보육료 등의 정부지원 단가 기초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김익균 협성대 아동보육학과 교수, 7월 5일 ‘보육의 균형성장을 위한 대토론회’)

6월 20일 보건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2018년도 표준보육비용 계측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발표한 조사 결과보다 22% 인상한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지난 29일 발표된 2020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는 0~2세 보육료는 ‘3% 인상’, 누리과정 보육료는 ‘동결’됐다.

“전국 어린이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적정 보육료를 산출토록 하겠다. 무엇보다 표준보육비용을 법제화해 적정한 처우개선을 이루겠다.”

2012년 대선 직후 당시 박근혜 당선인이 한 말이다. 대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보육환경 개선과 보육서비스 확대를 위해 표준보육비용 법제화를 통한 보육서비스 질 제고,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점진적 확대, 사립어린이집 시설개선비 지원, 시설 운영 투명성 강화 등의 세부계획”을 제시했다.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역시 “영유아의 보육료를 서비스의 질적 수준 제고와 교사처우 개선이 이뤄지는 수준으로 무상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라며, “3년마다 표준비용 산정 결과를 반영한 보육비용 지원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육료 현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는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다. 보육예산의 적절성과 구조 개선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는 최근 1년 사이에만 다섯 차례 개최됐다.

“보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린이집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보육하는 보육교사의 근로환경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 특히 보육료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감안한 현실성 있는 보육료가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보육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명수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7월 5일 ‘보육의 균형성장을 위한 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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