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돼가는 유아교육 개혁… '독과점'이 문제다
용두사미 돼가는 유아교육 개혁… '독과점'이 문제다
  • 기고=박용환
  • 승인 2019.10.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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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사태 그 후 1년②] 비범국 박용환 공동대표(上)

지난해 10월 이른바 ‘비리유치원 사태’ 후 1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일부 유치원의 행태도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베이비뉴스는 참여연대·비리사립유치원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정치하는엄마들에게 지난 1년간 유아교육 개혁 최전선에서 듣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 편집자 말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하인리히는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라는 회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다.

그것은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1:29:300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은 조직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휴원 등의 집단행동을 경고했었다. 사립유치원 사태는 우연한 혹은 어쩌다 터진 일시적인 사고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치원 앞에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현수막을 버젓이 붙여놓았고 통학버스에도 그러한 현수막을 붙이고 운행했다. 수시로 휴원 등의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경고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교육당국은 임시방편적인 조치만으로 위기를 넘기는 식이었다. 징조가 있었으나, 관계당국이 제대로 주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한 식의 몇 번의 집단행동이 있었는데 말이다. 

대형사고의 정점은 2019년 3월초 전국 사립유치원들의 집단적인 개원연기 사태였다. 90퍼센트 이상 대다수 국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들은 눈과 귀를 막아 버린 결과, 그러한 무리수를 던졌고 그 결과 전국민적인 비판과 저항에 직면했다. 

◇ 사립유치원 독과점이 비리를 양산하다

사립유치원 사태가 터지기 직전, 전국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 전체 현황을 보면 2018년 10월 기준으로 국공립유치원의 반수는 1만 979개이고 사립유치원의 반수는 2만 6829개로 사립유치원의 반수가 71%에 이른다. 원아수 기준으로는 더욱 심각한데 국공립유치원을 다니는 원아수는 17만 5621명인데 비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수는 50만 8263명으로 사립유치원 비중이 74.3%에 이른다. 

이러한 데이터가 보여주는 바는 단순 명확하다.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전체의 3/4에 이르는 상황 즉, 절대적인 독과점 상황은 사립유치원 사태가 터지고 비리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전국 사립유치원의 25%가 소재(원아수 기준은 28%) 하는 경기도의 경우는 편중의 정도가 더 심해 지난 3월 개원연기 사태에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독과점은 비리를 낳게 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 면에서 사립유치원들이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동안, 아무런 국공립유치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던 정부와 교육당국도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또한 연간 2조 원이 넘는 누리과정 예산이 투여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은 오랫동안 교육당국의 감사의 사각지대였다. 유치원 개원 이래 한 번도 제대로 감사를 받지 않은 곳이 허다했다. 독과점에 감사도 안 받으니, 비리가 싹트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이라는 강력한 이익집단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고 집단행동으로 표출했으니, 유아교육 관련해서는 사립유치원 무소불위의 시대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세상은 공공화, 민주화, 투명화 되어가는데 사립유치원은 70~80년대식 전근대적 운영에 갇혀 있었다. 자신들의 철옹성을 철벽처럼 쌓아놓고 회계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나 국가 입학관리시스템 도입을 전면적으로 반대했다.

학부모가 낸 원비는 유치원에 들어온 순간, 원장과 설립자 일가의 쌈짓돈이 되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고, 매년 2조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유치원을 교육기관이 아닌 사기업처럼 운영했다. 엄마-딸-사위-조카며느리까지 동원된 족벌 경영은 일상화되었고, 원장들은 유치원 교사들이 학부모와 직접적인 연락망도 교류할 수 없게끔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운영했다.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사립유치원 문제는 현재 진행형

사립유치원들과 원장들의 그러한 무소불위 권력은 2018년 10월 5일 박용진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강제로 무산시키는 집단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국회토론회를 무산시킨 사립유치원장들의 행태는, 오히려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전국 비리사립유치원 명단 공개와 비리내역 등이 공개되면서 전 국민이 사립유치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 교육의 기회 균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헌법 31조가 말한 바대로, 교육은 기본적으로 공공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모든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립유치원 사태를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는 헌법에 부여된 교육의 기본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상당부분 도외시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년여 전부터 불거진 사립유치원 사태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와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사립유치원의 독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비리가 온존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나아가기 어렵다. 정부는 사립유치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후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한 축으로 다른 한 축으로는 사립유치원의 비리근절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오는 11월부터 도입되는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와 내년 3월 전면적으로 도입(200인 이상 유치원은 올해 3월 도입)되는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은 유아교육공공성 강화와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의 안착은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해 교육당국이 지난 1년간 가시적인 진전을 가져온 중요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패스트트랙으로 지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11월 22일 이후에는 언제든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상태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다른 쟁점 법안(공수처법, 선거법개정안)등과 비슷한 시점에 상정이 된다면,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도적인 진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한 축으로, 동시에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눈앞에 산적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편 [시동 꺼진 사립유치원 개혁… 정부는 1년째 '공회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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