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차별 없이 잘 먹이는 일, 그렇게 어렵나요?
아이들 차별 없이 잘 먹이는 일, 그렇게 어렵나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0.02.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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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유아급식 #복지부 #최저급식비 #급식비예산 #지자체지원 #유아급식논란 #금수저 #흙수저

아이의 유치원 입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사태가 조금 잠잠해지면서 유치원은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할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요즘 입학을 앞두고 취침 및 기상 시간, 식사 일정도 전부 바꿔 나가고 있다. 특히 아침으로 간단한 죽을 제공했던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따로 오전 간식(공립 유치원이며, 신청자에게만 우유 급식을 한다고)이 없다고 하니 아침은 필수로 먹여 보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조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겠지.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목전에 둔 엄마로서 아침마다 무엇을 준비해 먹여 보내면 아이가 좀 더 든든할까.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 정부에서 책정한 아이들 밥값 알고 나면 기대할 게 없어진다 

지난해 12월 10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차별을 방치한 국회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식판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금식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2월 10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차별을 방치한 국회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식판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금식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이 다니는 기관에 대해 가장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 중 하나가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나쁜 행위들은 이제 많이 근절되는 분위기라고 하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확인이 어려운 식비를 이용해 예산을 조절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반면 투명하게 운영하는 유아 교육 기관이라 하더라도 나라에서 책정된 급식비 예산을 알고 나면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청주시의 한 어린이집 급식과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의 비교 사진은 아직도 충격적인 잔상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같은 연령대의 유아 식단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난 이유는 영유아 급간식비 최저 기준이 무려 22년 전과 똑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0~2세 1745원, 3~5세는 2000원이다. 기관들은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급식비를 합해 하루 식사(점심)와 간식을 제공한다. 

따라서 공공기관이나 회사 등 지원이 풍족한 어린이집 식비는 최대 6000원까지 웃도는 반면, 지원금이 전혀 없는 민간 혹은 가정 어린이집 등은 오로지 1745원으로 점심과 간식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우리 아이는 간식으로 오이를 즐겨 먹는데, 현재 일반 마트 평균 오이 가격이 3개에 2500원 수준이다. 아이가 한 개만 먹는다고 해도 830원꼴이니 만약 위의 기준으로 적용해 본 (지원이 없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오이를 간식으로 마음껏 먹었다면 점심으로는 어떤 반찬에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에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정치하는엄마들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에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정치하는엄마들

그러다 작년에는 한 시민단체가 어느 국회의원에게 급간식비 예산을 증액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문자를 계속 보내면 더 삭감하겠다”라는 답장을 받았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언제부터 우리 아이들의 급간식비가 어느 정치인의 기분에 따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 아이들 밥상의 '금식판·흙식판' 논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로 차별이라니. 부모로서 안타깝고 속상하다. ⓒ여상미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로 차별이라니. 부모로서 안타깝고 속상하다. ⓒ여상미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엄마들은 아예 아이들이 기관에서 밥을 잘 먹고 올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하원 길에 마중 나온 부모들 손에는 늘 급하게 배를 채울만한 요깃거리들이 들려있고, 아이들도 당연한 것처럼 간식부터 받아먹는다.

다행히,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모든 급식이 형편없다거나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둘러봤던 곳들은 모두 아이들의 고른 영양 발달을 고려해 짜임새 있는 식단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해주어야 할지 모를 때 가끔은 기관에서 나눠준 식단표를 따라 한 적도 꽤 있으니 말이다.

다만 기준이 전부 달라 어떤 아이는 ‘금식판’, 어떤 아이는 ‘흙식판’이라는 논란까지 오고 갈 정도의 급식이라면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건강과 연결된 먹거리의 차별이라니! 이 부분만큼은 부모로서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올바른 급식은 필요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교육도, 교육기관도 달라지는데 급식은 과거에 멈춰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 가정 보육을 하는 중이지만, 다가올 아이의 유치원 입학 또한 크게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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