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남들과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아이가 남들과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을 때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02.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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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우선 부모가 아는 장애라는 '틀'에 아이를 가두지 말 것

오늘은 아이의 느림 또는 다름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보통의 부모는 아동발달센터의 상담을 몇 군데 예약해놓고, 대학병원에 검사 대기를 걸어 놓는다. 그리고 여러 아동발달센터를 다니면서 상담을 받는데 아무리 이성적인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식 문제 앞에서는 그 이성의 줄을 놓는 일이 가끔 생긴다. 

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센터들의 상담 후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아이도 그랬는데(혹은 가르치던 제자), 치료 수업 잘 받으면 나아요. 지금은 일반 학교 다니고 있어요”란 거다. 이런 센터가 있으면 거의 맹목적으로 치료사를 신뢰한다. 어떤 곳은 주당 8~40시간씩 수업을 받으면 아이가 호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다만, 병원에서 오진이 있을 수 있듯이 전문가의 말 또한 조금씩 다르므로 여러 센터를 다녀보고 그중에 가장 긍정적이거나, 혹은 좋은 예후를 이야기해주는 곳에서 첫 치료를 시작하는 부모도 있다. 

처음 아이의 '느림'을 발견한 부모는 '치료 맹신 시기'를 거친다. "치료 잘 받으면 나아져요"라는 후기를 맹목적으로 따른다. 이 시기 부모에게는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느리고 다른' 아이만 보일 뿐이다. ⓒ베이비뉴스
처음 아이의 '느림'을 발견한 부모는 '치료 맹신 시기'를 거친다. "치료 잘 받으면 나아져요"라는 후기를 맹목적으로 따른다. 이 시기 부모에게는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느리고 다른' 아이만 보일 뿐이다. ⓒ베이비뉴스

부모가 처음 아이의 문제를 상담하는 곳이 대부분 사설 아동발달센터이다 보니, 안타깝게도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치료 교육 맹신 시기’를 거친다.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이 시기의 부모는 '아이'로서의 자녀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느리고 다른’ 내 아이만 보여 부모의 불안이 점점 더 커진다.

◇ 느린 아이에게도 '교육'이 치료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치료 교육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적절한 조기 개입은 2차 장애를 예방하게 돕고 발달을 분명히 촉진한다. 적절한 치료는 부모에게 정확한 발달정보를 제공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낸다.

다만, 치료교육과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어린이집에서든, 유치원에서든 아이는 제 나이에 맞게, 또래와 생활하고 부모가 아닌 다른 선생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정도는 부모들도 알기에, 느린 내 아이를 받아 줄 어린이집을 찾지만, 쉽지가 않다. 느리거나 다름을 아는 순간 슬쩍 밀어내는 것 같은 발언에 상처받고 힘들어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만 3세부터는 의무교육이라 교육진단(병원에서 실시하는 발달검사가 아닌 지역별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진단만으로도 특수교육대상자가 될 수 있다)만으로도 인근의 유아특수학급에 입소가 가능하지만, 어린이집 의무교육의 혜택은 아직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특수교육법으로는 일정 자격을 갖춘 어린이집까지 포함함). 그래서 어린이집에 장애가 있는 원아를 받아서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할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말을 못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장애아반에 입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발달 면에서 특정 영역 비장애아들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무조건 일반 반에 편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동을 위한 지원이 어떤 것이 가장 좋은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아이가 ‘느림의 정도’가 커서 말도 아직 못한다고 하더라도 교실 내에서 특별한 지원이 필요 없이 15명 중의 한 명의 원아로 일과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아이가 그 환경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구성원으로서 즐겁게 생활한다면, 굳이 장애아반 입소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아이가 다섯 살임에도 한글도 읽고, 영어도 쓴다고 하더라도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못하고, 착석이 어렵다면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는 게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수 도 있다는 말이다.

느림을 이유로 다름을 이유로,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의 권리까지 부모의 이름으로 빼앗으면 안 된다.

◇ 어쨌든 최선을 다할 것, 그리고 ‘느림의 스케줄’이 통용되는 세상을 만들어갈 것

당장 느려 보이는 아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최선'과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말이다. ⓒ베이비뉴스
당장 느려 보이는 아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최선'과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말이다. ⓒ베이비뉴스

“말은 못 하지만 장애아반은 아니에요” 라는 이야기를 했던 부모님께,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의 기준’이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느린 아이도 ‘느림의 스케줄’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면 된다. 지원체계가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진 나라라면, 장애라는 단어도 덜 불편할 수 있을 테다.

개별화 회의 시간에 자폐성을 가진 아들을 둔 부모님에게 ‘아이가 이것만은 했으면 좋겠다, 혹은 안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달라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반향어(남의 말을 따라 하는 것, 자폐증의 증세 중 하나-편집자주)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해 전만 해도 애가 말 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다시 한해 지나서는 아이가 시작한 반향어가 싫다니, 반향어는 말을 습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반향어만 안 하면 어디 데리고 나가도 아이가 장애가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이의 성장을 보고 기뻐하기보다, 타인의 시선에 더 마음을 쓰는 부모님이 미웠다. 나는 이어 이들에게 ‘장애인’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물었다.

“교실에서 늘 놀림 받던 친구가 떠올라요. 그 친구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던 ‘장애인’의 모습이에요. 그때 교실에서 그 친구들을 괴롭혀서, 지금 내가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괴롭습니다.”

부모가 경험하고 익혀서 알고 있는 ‘장애’라는 틀에 내 아이를 가두어 놓는다…. 슬픈 일이다.

장애는, 나와 다른 모습 또는, 느린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도 나에게는 사람이었고, 마음이 있는 동료이자 가족의 모습이었다. “내가 아는 ‘장애인’은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의 삶이 있고, 또 그렇게 잘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당장 느려 보이는 이 아이, 어떻게 성장할지 모른다. 정말 단지 느린 아이, 감각적 예민함을 가진 아이였을 수도 있고, 또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말 발달장애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아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최선의 교육으로 잘 키우는 일, 또 하나는 장애가 있고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으니까.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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