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는 무지개색 띠… '조금 다른' 아이일 뿐입니다
자폐는 무지개색 띠… '조금 다른' 아이일 뿐입니다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03.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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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4월 2일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
매년 4월 2일은 '세계자폐증 인식의 날'이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매년 4월 2일은 '세계자폐증 인식의 날'이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다음 달 2일 ‘세계자폐증 인식의 날’을 맞이해 캠페인 참여 가정통신문을 만들었다. 4월 2일, UN이 지정한 세계자폐증 인식의 날은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에 파란색 불꽃을 점등해 자폐인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날이다.

매년 우리 원 아이들은 4월 2일이 되면 파란색 복장을 입고와 패션쇼를 하며, 세계자폐증인식의 날을 응원해왔다. 밤에는 파란색 팔찌 야광봉을 가족 수만큼 보내 캠페인에 온 가족이 동참하도록 하고 인증샷을 남겼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함께 모여 진행하던 패션쇼는 진행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 과제로 넘겼다. 어린이집 가정통신문을 만들다가 고민해본다. 아이들은 자폐 친구들에 대해 무엇이 궁금할까. 비장애아 부모님들은 자폐 친구들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몇 해 전, 한 자폐증을 가진 친구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됐다. 사실 아이의 장애가 자폐이거나 지적장애이거나 하는 장애의 명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하는 고민이 실제적인 고민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행동 특성에서 자폐증세를 많이 보이고 있었다. 부모와 몇 번의 만남 이후 나는 의식하지 못하고 부모가 염려하는 아이의 행동을 “자폐증으로 인해 보이는 감각 추구일 거다”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었다.

부모는 놀란 토끼 눈으로 되물었다.

“우리 아이가 자폐라고요? 저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고 말만 못 하는 건 줄만 알았는데요.”

스스로 문을 닫은 이들을 우리는 ‘자폐’라고 부른다. 자폐라는 용어 자체가 타인에 의해 기술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자폐인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을 텐데, 지켜보는 우리가 그들을 마음을 닫은 이로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다가가는 ‘자폐’라는 용어의 무게는 섣불리 짐작할 수 없다. 진단을 받으러 가서도 ‘자폐만 아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말도, 자폐라고 진단받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는 부모님들의 표현만으로도, 용어가 가진 사회 편견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 자폐아이도 그저 아이들… 무지개처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길

자폐인의 날 가정통신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부모님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세계자폐증 인식의 날'을 맞이해 만든 가정통신문.ⓒ박현주

스펙트럼. 중·고등학생 때 과학실에서 삼각형 모양의 유리를 창가에 올려놓으면 햇빛을 받아 빛이 굴절되면서 오색찬란한 무지개색 띠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자폐는 무지개색 띠다. 같은 빛깔이 하나도 없는,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아이들이다.

우리 원에만 12명의 발달장애아가 있다. 그중에 절반 이상은 자폐아로 분류된다. 똑같은 아이는 없다. 예전에는 눈 맞춤이 안 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를 자폐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눈 맞춤이 되는 아이도, 반복적인 행동이 없는 아이들도 자폐로 진단이 나기도 한다. 자폐의 공통된 특성은 여전히 있지만, 개인차가 크다.

언어적인 특성만 해도 상당수 비율의 아이들이 언어발달의 문제를 보인다고 보고 돼 있다. 구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에서부터, 화용론적인 부분에서만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까지 다양하다. 가끔은 영어 알파벳만 외우는 아이나, 혼잣말을 심하게 해서 일과 진행이 힘든 아이, 상대방이 말한 것을 그대로 따라서 말하는 아이도 있다.

어느 날은 비장애 부모들에게 자폐 아이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있어서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분의 부모님이 그러셨다.

“그래도 그 아이들은 어떤 영역에서는 천재적인 특성이 있다면서요?”

드물게 암기력이 좋거나, 절대음감을 가졌거나, 그림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특수교육 17년 차임에도 아쉽게도 내 아이 중에는 거의 없었다. 통계상으로도 매우 드물게 보이는 유형의 자폐 아이들이다. 장애 관련 영화 등 미디어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자폐에 대한 편견이다.

이 자폐에 대한 편견은 자폐아 부모라고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도 장애-극복-성공의 공식이 세워져 있다. 장애와 연관된 영화 등에서 자폐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면, 다시 언론은 이들의 성공기를 다루면서 장애는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줬다. 이 자폐의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무섭냐면, 자폐를 가진 부모들에게 ‘네 아이도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을 거야’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 장애를 극복한 삶만이 '성공한 삶'일까요?

부모의 노력으로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분야에서 성공시킨 자폐인들의 사례들이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고, 그 뒤에는 그렇게 재능을 찾아낸 부모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자폐아는 있지만 드물다. 맹목적으로 그 숨은 재능을 찾기 위해 물 공포증이 올 때까지 수영을 시키고, 세상의 모든 필기구를 거부할 때까지 그림을 가르치는 부모들이 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물으면, 부모는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똑같다. ‘부모님은 서울대, 하버드대 나오셨어요? 좀 더 노력해서 갔어야지 왜 못 가셨어요? 그거랑 이거랑 뭐가 다를까요?’

전 국민은 명문대를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실패한 삶’이라고 낙인 찍지 않는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장애의 극복만이 성공한 삶이라면 이들에게 삶이란 너무 가혹하다.

장애인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내 시선에서만 보던 것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눈빛, 마음 그리고 생각을 옮기는 일과 같다. 자폐인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으면 한다. 내가 가진 기준에서 ‘장애’를 그들의 위치로 돌려놓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친구들을 쳐다보지 않는 자폐 아이의 행동을 '친구들을 싫어해서 그런 거구나' 단정 짓지 않기를 바란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혹은 다르게 말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사실 특수교육 경력이 오래됐고, 만난 자폐 아이들이 수없이 많음에도 나는 아직 아이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나에게 자폐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틀에 박힌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잘 몰라서, 쉽게 알 수 없어서, 눈높이를 맞추고, 무릎을 맞대고, 두 손을 꼭 잡고, 작은 몸짓에 눈을 맞추고,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아이들. 그저 아이들.

다음 달 2일은 세계자폐증 인식의 날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다른 색깔보다 파란색을 좀 더 좋아하고, 쉽게 이해하지 못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면 비교적 잘 이해하는, 장난감을 줄 세우거나 혼자만의 놀이에 푹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 곁에서 놀이하길 좋아하는 개구쟁이 악동들. 그 모습 그대로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빛깔로 더불어 행복하게 살길 바라보는 날이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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