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도 걱정한 한국 사교육, ‘아동인권법’으로 잡겠다더니
UN도 걱정한 한국 사교육, ‘아동인권법’으로 잡겠다더니
  • 김재희·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4.2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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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62] 문재인 정부 3년 결산 - 아동인권법

【베이비뉴스 김재희·최규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보육공약 이행을 감시하는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을 맞아, 현재 추진이 중단된 주요 공약들을 다시 살펴봅니다. 이번에 ‘소환’할 공약은 아동인권법입니다. - 기자 말

영유아 사교육 업체에서 주장하는 조기교육의 연령이 돌 전후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 사교육 업체에서 주장하는 조기교육의 연령이 돌 전후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중국, 일본과 함께 아이들의 일상을 연구한 적이 있어요. 3개국 질문지를 똑같이 만들었죠. 그 질문지에 ‘학습지 하기’를 넣는다고 하니까 다른 나라 학자들이 ‘왜 넣느냐’고 묻더라고요. 학습지를 아이들이 하는 걸 이해 못하는 거예요. (…) 우리처럼 어린 아이들이 학습지를 하는 일이 보편적이지 않은 거예요.” 

언젠가부터 ‘첫 돌도 공부 시작하기 늦은 때’라는 말이 사교육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기숙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9월 베이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사교육 풍토 때문에 생긴 씁쓸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한국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은 이미 상당한 규모입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수행한 2017년 연구에서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추정비용은 11만 6000원, 연간 총액은 약 3조 7397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교육 비율도 높아집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6년 연구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에서 2세 아동 세 명 중 한 명(35.5%)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의 경우 네 명 중 세 명(83.6%)이, 평균 주 5.2회, 1회당 약 50분을 사교육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영유아부터 시작하는 사교육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한국 아동의 행복 수준은 10점 만점에 6.57점. 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행복도 수준은 ‘꼴찌’입니다.

이 조사에서 만 9~17세 아동의 70% 이상은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학교(27.5%), 친구관계·학교 밖 활동(27.0%), 학원 또는 과외 수업(23.3%), 자기 학습(19.6%) 등을 들었습니다.

◇ 놀이시간 보장·영유아 사교육 억제 약속한 ‘아동인권법’ 공약

대통령 공약을 확인해보자고 하는데, 갑자기 왜 사교육을 이야기하냐구요? 지금부터 말씀드릴 ‘아동인권법’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켜주겠다며 아동인권법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은 ‘사교육비 경감’을 약속하면서 세부사항으로 “아동인권법 제정으로 적정한 학습시간과 휴식시간 보장”을 명시했습니다.

이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한 놀 권리, 평생 습관이 되어야 할 독서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초등학생 놀이와 독서 시간 보장 추진”과 “영유아 대상 과도한 사교육 억제”를 덧붙였습니다. 즉, 아동인권법의 핵심은 ‘놀 권리 보장’과 ‘학습시간과 놀이시간의 법제화’에 있습니다.

아동인권법은 대선 전 설문조사에서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7년 3월, 국민 1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정책 공약 선호도 설문조사를 공개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영유아(아동) 인권법 제정’에 ‘적극 찬성’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2월 20일~27일까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시민 1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공약 선호도 설문 조사 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7년 2월 20일~27일까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시민 1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공약 선호도 설문 조사 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아동) 인권법’은 응답자 86%가 적극 찬성했다”며 “영유아 시기에 조기교육과 과도한 학습부담으로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하고 영유아의 지나친 사교육을 제한하며 놀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국민 3551명을 대상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진행한 긴급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아동인권법’은 전체 15개 교육 정책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우선순위에서는 ‘중학교 입시 경쟁 완화’와 ‘대입전형 단순화’ 등에 이어 네 번째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혔습니다.

◇ 2017년 대선 직후 교육 정책 지지율 조사 1위 ‘아동인권법’ 

물론 이때부터 ‘아동인권법 제정’을 향한 가시밭길은 예견됐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긴급 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에서 “법률을 제·개정”해야 하고, “(교육) 시간 규제로 인해 유아 대상 영어학원 및 종일제 학원 등의 반발”을 이유로 아동인권법 제정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 평가했습니다.

‘아동인권법을 제정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표류했습니다. 지난해 5월 베이비뉴스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교육부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에, 여성가족부는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우리 소관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선 공약집에서도 밝혔듯, 아동인권법은 UN아동권리협약에서 출발합니다. 1989년 11월 채택한 UN아동권리협약은 이 세상 아이들이 마땅하게 누려야 할 생존·보호·발달·참여의 권리를 담았으며, 국가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협약은 31조에서 ‘놀 권리(the right fo play)’ 또한 보장하고 있습니다. 

“첫째, 당사국은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둘째,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활동에 마음껏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하며 이들의 문화, 예술, 오락 및 여가활동을 위해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를 주도록 촉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아이들의 삶은 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UN 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국가보고서 심의 현장에서 “과도한 교육시간 때문에 개선된 놀이정책에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고, 심의 이후 최종견해에서도 아동의 쉴 권리와 놀 권리 보장을 강조했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아동인권법 제정을 약속했다. 자료사진 ⓒ 베이비뉴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아동인권법 제정을 약속했다. 자료사진 ⓒ 베이비뉴스

◇ “아동인권법은 놀 권리 보장 사회적 합의 마련하는 시작점 될 것”

지난 3년 동안 아동인권법은 왜 추진되지 못했을까요?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아동인권법뿐 아니라 유아교육 정책 추진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를 던질 수 없는 아동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응답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고질적 병폐”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아동인권법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말합니다. 양 선임연구원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처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대한민국 아동들의 학업스트레스는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며, “아동인권법은 우리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아동인권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선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놀이 시간을 법으로 정한다는 내용은 놀이의 범위에 대한 너무나 다양한 논쟁을 낳을 수 있다”며, “동시에 적정 학습이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도 따라온다”고 말했습니다.

아동인권법의 취지는 당연히 지지한다고 밝힌 박 부연구위원은 “놀 권리는 아이들의 삶에서 매순간 이뤄지는 교육활동과 돌봄 속에 녹아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별도의 법을 만들어서 규제를 늘리기보다는 있는 제도와 정책에 놀 권리 관점을 철저히 반영해서 아이들의 생활을 바꿔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아동인권법이 보다 넓은 의미의 권리를 포괄하기를 기대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의 내용은 아동인권법이란 이름에 비해 협소하다”며, “아동인권법이 화두가 된다면 논의 기회가 마련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대안적 모색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삶을 학습 아니면 놀이, 놀이 아니면 학습으로만 단순하게 보지 말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총체적인 삶을 봐야 한다”며, “아동인권법이 추진된다면 한 국가의 아동관을 담고 아동인권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담는 일반법으로서 그 위상과 내용이 확장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2020년 4월 28일 현재 문재인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베이비뉴스
2020년 4월 28일 현재 문재인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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