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생명이 탄생함으로써 얻는 이름, 부모. 그러나 부모라는 이름의 의미가 단지 그것만이 아님을 나의 부모님,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선배 부모님들을 통해 어설프게나마 알고는 있었다.
메이가 눈을 끔벅이며 나를 쳐다볼 때 이따금 "이 녀석은 누구지?", "내가 이 아이의 아빠라고?" 하는 아리송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결국 부모가 되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짠!'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느끼며, 쌓이고 버무려지면서 만들어지는, 한편의 긴 복합장르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이가 태어난 지도 어느덧 100일이 넘어간다.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해 준 경험 중 하나, 바로 메이의 '똥'과 관련된 것이다.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온 메이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꼴로 썩 괜찮은 변을 봤다. 그렇기에, 메이의 육아와 관련된 다른 것들에 비해 적어도 메이의 '응가'에 대해서만큼은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렇게 물었다.
“어제 메이가 똥을 쌌었나..?”
"글쎄?...앗, 그러고 보니 엊그제도 안 쌌잖아!"
메이가 이틀이나 변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우리는 급하게 신생아의 배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각종 다양한 정보를 찾아본 결과, 아기에 따라 대변 횟수는 차이 날 수 있으며, 모유를 먹느냐, 분유를 먹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메이는 모유를 먹고 있는데, 그럴 경우 3일에서 최대 일주일까지 변을 못 봐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유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혹시 변비는 아닐까? 등의 우려를 하며 메이의 작은 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아기의 작은 몸부림에도 후다닥 달려와 기저귀를 확인하고 실망하기를 거듭한 지 어언 4일째 되던 날, 서투른 풀피리 연주 비슷한 소리에 이어 메이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 역시 이 소리를 들었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떨리는 손으로 기저귀의 찍찍이를 조심스레 오픈했다.
그리고, 시큼한 향기와 함께 짙은 황토색이 보이는 순간 우리는 환호했다. 누가 보면 장원급제라도 한 것 마냥 메이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기 똥 때문에 몇 날 며칠을 노심초사하다, 아기 똥이 든 기저귀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종일 콧노래가 절로 나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아 이게 부모 마음이구나, 이렇게 부모가 되나보다 싶었다. 물론 이 정도는 앞으로 올라야 할 수많은 산 중에서도 가장 낮은 산이겠지만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명규는 결혼 2년 차 2020년 2월에 딸 아빠가 된 프리랜서 MC 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그림 그리는 진행자 ‘구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초보 아빠인 구담의 '라이브 육아일기 MAY'는 매달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육아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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