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당근이 맛있다고? "당근이지!"
겨울 당근이 맛있다고? "당근이지!"
  • 칼럼니스트 신혜원
  • 승인 2020.12.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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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의 열두 가지 채소 이야기] 당근으로 특별한 크리스마스 만들어 봐요

식탁 위에 초록색 반찬이 나오면, “써!”, “안 먹어!!”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록 잎채소의 대부분이 쓴맛이니, 먹어보지도 않고 거부한다. 그럼 녹황색 채소의 대명사 당근은 어떨까?

새콤달콤 귤과 닮은 주황빛, 채소치고는 단맛, 씹으면 오도독오도독 재미있는 소리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은 얼추 갖춘 셈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초록 잎채소보다 더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 아직 당근의 '찐'맛 모른다면 겨울 당근 먹어보자 

겨울 당근 먹어보자. 당근이 이렇게 맛있었나 할 맛이다. ⓒ베이비뉴스
겨울 당근 먹어보자. 당근이 이렇게 맛있었나 할 맛이다. ⓒ베이비뉴스

아직 당근의 찐맛을 못 느꼈다면 겨울 당근을 먹어보자. 여느 계절보다 달아서 ‘당근이 이렇게 맛있었나?’ 할지도 모르겠다. 추위를 이겨내느라 단단하게 여물었다는 겨울 당근, 땅속에서 삼삼오오 뿌리를 키워가며 단맛을 품어냈을 당근 가족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제아무리 겨울 당근이 맛있다지만, 아이가 잘 먹을 거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먹어봐”는 그야말로 시기상조, 그냥 당근이 궁금해지게만 한다. 먼저 이파리가 풍성한 당근을 주문하자. 인터넷에서 ‘잎 당근’을 구매하면 산지에서 수확한 신선한 당근을 보내준다. 평소 자주 보던 잎이 댕강 잘린 당근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

동화책에서나 봤을 법한 당근을 잡고 흔들면 초록 이파리가 흔들흔들,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 같다. 아이 손등, 엄마 얼굴, 아빠 콧등에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우면 온 집안이 “까르르 까르르” 웃음꽃이 핀다.

동화책에서나 봤을 법한 당근을 잡고 흔들면 초록 이파리가 흔들흔들,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 같다. ⓒ신혜원
동화책에서나 봤을 법한 당근을 잡고 흔들면 초록 이파리가 흔들흔들,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 같다. ⓒ신혜원

당근 잎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제는 주황빛 뿌리에 관심을 갖게 할 차례다. 당근은 무슨 색인지, 만지면 어떤 느낌이 나는지, 속은 어떻게 생겼을지, 무슨 색일지 아이와 이야기 나눈다. 이때 당근은 딱딱하니 부모님이 썰어준다. 단면을 얇게 잘라주면 아이도 유아용 플라스틱 칼로 썰어볼 수 있다.

“당근은 땅속에서 자라는 뿌리채소란다.”

“뿌리의 주황색이 우리 눈을 좋게 해 준대.”

“당근을 자르니까 당근에서 냄새가 난다.”

“씹으니까 소리가 나네?”

“오도독오도독.”

“당근에서 물이 나오는데 정말 달다.”

부모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따라 먹기도 한다. 선뜻 먹지 않는다면, 씹는 소리만 들어보고 뱉어도 된다고 말해 주자. 뱉어도 된다는 말에 안심하고 입에 넣는다. 씹다 보면 달달한 물이 나와 삼킬 수도 있다. 물론 먹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누가 더 높이 쌓나 내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당근에 몰입한다. ⓒ신혜원
누가 더 높이 쌓나 내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당근에 몰입한다. ⓒ신혜원

둥글게 자른 당근 조각은 다시 놀잇감이 된다. 누가 더 높이 쌓나 내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당근에 몰입한다. 당근 하나만 주었을 뿐인데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찾아낸다. 놀이로 당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면, 당근을 아이가 좋아하는 조리법이나 식재료에 접목해 보자. 

향이 강한 카레에 넣고 감자, 고기와 같이 푹 끓이면 잘 먹는다. 감자와 달리 물컹해진 식감 때문에 당근만 쏙쏙 골라낸다면 볶음밥이나 달걀말이, 고기 전 등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잘게 잘라 넣어준다.

◇ 크리스마스 홈 파티, 당근 케이크로 분위기 내 볼까

이번 크리스마스엔 달디 단 겨울 당근으로 아이와 함께 당근 케이크를 만들어 홈파티를 즐겨보자. ⓒ베이비뉴스
이번 크리스마스엔 달디 단 겨울 당근으로 아이와 함께 당근 케이크를 만들어 홈파티를 즐겨보자. ⓒ베이비뉴스

코로나19 재 확산으로 인해 이번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안전하게 즐기려는 가정이 많다. 외식할 때보다 더 많이 신경 써야 하지만, 가족이 모여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때맞춰 홈 파티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이 인기다. 파티 용품부터 파티 음식까지, 챙겨야 할 것은 많지만 크리스마스에 케이크가 빠지면 서운한 법, 아이와 함께 ‘당근 케이크 만들기’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 당근 케이크 재료 : 당근 잼, 케이크 시트(또는 카스텔라), 생크림, 과일(딸기, 귤, 바나나, 포도 등)

◇ 당근 잼 재료 : 당근 2개, 사과 1개, 설탕 5Ts, 레몬즙 1Ts

▲당근은 깨끗이 손질한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데친다.

▲사과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당근과 사과는 믹서에 곱게 갈아 냄비에 넣고 졸인다.

▲설탕과 레몬즙을 넣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끓인다.

이때 설탕은 당근과 사과의 달기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단, 설탕을 많이 넣거나 너무 오래 졸이면 되직해져 빵에 잘 발라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믹서 버튼 누르기, 설탕 계량하기에 참여시킬 수 있고, 부모가 미리 만들어 식힌 후 아이에게 맛보게 해도 오케이.

▲하나, 케이크 시트(카스텔라) 사이에 당근 잼을 바른다.

“당근을 갈아서 잼을 만들었어. 어떤 맛일까?”

“꿀처럼 달아요!”

▲둘, 시트를 붙인 후 빵이 보이지 않게 생크림을 고루 펴 바른다. 둥근 옆면은 매끈하게 펴 바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 과일을 잘라 케이크를 꾸민다. 당근이나 당근 잎을 활용해도 좋다.

“엄마는 생크림으로 '겨울왕국'에 나오는 올라프를 만들 거야. 올라프 코는 무엇으로 만들까?”

“당근이요!”

“나는 당근 밭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날 루돌프에게 줄 거예요!”

올라프의 코도 되었다가, 루돌프의 먹이도 되는 당근. 이쯤 되면 당근이 좋아지지 않을까?

뿌리를 통해 흙 속에 있는 영양분을 가득 머금은 당근이다. 특히 주황빛 베타카로틴은 눈 건강뿐만 아니라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면역력 강화에도 탁월하다. 껍질에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니 칼로 벗겨내는 것보다 깨끗이 닦아 먹는 것이 좋겠다. 또 생으로 먹는 것보다 익혀 먹을 때 소화흡수율이 높아진다. 겨울이라 더 맛있는 당근으로 가족의 건강도 챙기고, 특별한 크리스마스 추억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칼럼니스트 신혜원은 다양한 현장에서 20여 년간 영양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수원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영양 전문가로 편식하는 아이와 부모를 만나면 나름의 고충이 보인다. 먹는 것보다 스마트폰이 재미있는 아이,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라도 먹이고 싶은 부모, 밥 먹는 것이 그야말로 전쟁이다. 당장 한 입 먹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열두 가지 채소 이야기’와 함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서서히, 그리고 즐겁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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