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을 위한 양육코칭, 3개월 만에 변화는 시작됐다
장애여성을 위한 양육코칭, 3개월 만에 변화는 시작됐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12.29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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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엄마 시즌4] ①장애여성의 자녀양육을 돕는 '행복가족 레시피'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할 보편적 권리로써 ‘아이 낳고 키울 권리’를 이야기하는 「바퀴 달린 엄마」 특별기획 시리즈를 2017년부터 연재해오고 있다. 시즌 1, 2에서는 장애를 가진 부모 열한 가족을 국내에서 만났고, 시즌 3에서는 미국의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를 방문해 미국 장애부모의 양육 현실과 지원 서비스를 살펴봤다. 시즌 4를 통해서는 국내 장애인 부모를 위한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 기자 말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여성장애인의 자녀양육을 돕기 위한 '행복가족 레시피' 사업을 진행한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와 한보영 사회복지사.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여성장애인의 자녀양육을 돕기 위한 '행복가족 레시피' 사업을 진행한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와 한보영 사회복지사.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를 가진 부모가 비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처음 갔을 때 엄마와 아이는 눈맞춤이나 스킨십이 전혀 없었어요. 애착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았던 거죠. 3개월 정도 지나자 엄마와 아이가 동시에 부둥켜안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

2002년 설립된 국내 최초 여성장애인 전문복지관,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성프란치스꼬복지관)에서는 장애여성의 자녀양육을 돕기 위해 ‘행복가족 레시피’ 프로그램을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아동기 자녀를 둔 장애여성을 위한 것으로, 엄마교육, 집단놀이지도, 가정방문코칭 등으로 구성돼 있다.

‘행복가족 레시피’ 프로그램을 맡은 성프란복지관 성인1팀 한보영 사회복지사와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를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성프란복지관 회의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을 통해 장애를 가진 엄마가 있는 가정에 자녀양육코칭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감각장애가 있으면… 요리나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등 활동 힘들어”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은 2002년 설립된 국내 최초 여성장애인 전문복지관이다. 출산용품 대여 및 산후조리원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은 2002년 설립된 국내 최초 여성장애인 전문복지관이다. 출산용품 대여 및 산후조리원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프란치스꼬복지관은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팀이 나뉘어 있다. 성인1팀에서는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해 30대~50대 여성장애인의 욕구에 맞춰 ▲출산 준비교실 ▲태교교실 ▲출산용품 대여 ▲산후조리원서비스 ▲(서울시 사업)홈헬퍼 파견 ▲여성장애인 자녀양육지원 ‘허그맘’ ▲여성장애인 가정기반 양육코칭 ‘행복가족 레시피’ ▲여성장애인 자녀 한솔교육 지원 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행복가족 레시피’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외부지원 사업으로 진행하다가 올해부터 복지관 자체 사업비로 진행했다. 지난해는 여덟 가정, 올해는 네 가정을 지원했다.

한보영 사회복지사는 “자체 사업이라 축소된 부분도 없지 않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복지관으로 엄마들이 와서 부모교육을 주 1회씩 4회 받고, 또 아이와 함께 복지관에 방문해 주 1회씩 4회 집단놀이치료를 한 후, 가정방문 코칭을 이어갔으나 올해는 가정방문만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애초 4월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은 9월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성프란치스꼬복지관 측은 9월 6일부터 12월 13일까지 각각 다른 유형(시각·청각·정신·지체)의 장애를 가진 네 가정을 12회씩 방문했다. 장애를 가진 엄마와 아이가 상호작용을 잘 할 수 있도록 놀이를 매개로 상담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정보의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 대상자 모집부터 쉽지 않았다. 한 사회복지사는 “다른 지원 사업을 이용하는 분들의 정보를 팀 회의를 통해 공유하고, 양육코칭 서비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분들에게 전화를 드려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장애가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시각, 청각 등 감각장애가 있는 경우, 아이가 원하는 요리나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등 활동은 함께 할 수 없다. 아이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놀이·양육 전문가가 가정에 방문해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이번 프로그램은 장애를 가진 엄마들에게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던 엄마, 지금은 아이보고 까르르 웃어요”

황유선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움직임동작치료사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비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3개월 정도 지나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황유선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움직임동작치료사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비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3개월 정도 지나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부분 장애를 가진 엄마들은 자신의 양육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우리 아이가 왜 이러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고요. 어떤 분은 본인 스스로 너무 우울하고 본인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으니 아이와 상호작용도 거의 없었어요. 장애보다는 엄마 기질에 따라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 지도에 대해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른 것 같아요.”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의 얘기다. 그는 이번 사업을 통해 너댓 살 아동의 가정에 마흔여덟 번 찾아가 양육코칭을 진행했다.

양육코칭 첫날에는 아이와 엄마의 ‘TCI 기질 및 성격검사’를 통해 기질에 따른 양육방식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초기에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관찰한 뒤, 여러 놀이를 준비해 집으로 다시 찾아가서 치료사와 아이가 어떻게 놀고 상호작용하는지 엄마에게 보여주고, 엄마와 아이가 똑같이 따라 하도록 코칭한다.

우선 엄마와 아이의 행동의 지켜본 뒤, 아이의 놀이에 엄마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거나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곤 한다. “이럴 경우에는, 어머니, 아이가 원하는 걸 하려고 하면 어머니께서 '아니 그것 말고' 하셨는데 아이 입장에서 어떨 것 같아요, 라고 물어요. 엄마가 '내가 이렇게 하는구나'하고 느끼게 한 후,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 가볼게요' 하고 행동을 수정할 수 있게 개입합니다."  

아이가 엄마랑 놀기 싫다는 아이도 있고, 놀아 본 적이 없는 아이도 있었다. 이럴 때는 '어머니도 놀이를 같이해 보실까요?' 하면서 엄마를 놀이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엄마들도 3개월 정도 지나니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황 치료사는 “저(치료사)랑 놀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엄마한테 잘 가고 눈 마주치고 웃고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아이보고 까르르 웃기도 하고요. 일시적이어도 아이에게 반응하는 건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개인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또래보다 발달이 조금 느린 편”이라는 게 황 치료사의 판단이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치료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가정 환경이 열악해서 할머니가 거실 한편에 주무시고 있는 가운데, 아이와 냉장고 앞에 앉아서 치료교육 진행해야 하는 사례가 있는 등 별도의 치료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주된 문제점이다.

◇ “더디지만 따라오고 아이를 포용하는 모습… 누구나 엄마구나”

한보영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엄마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 대한 상담치료를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보영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엄마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 대한 상담치료를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하루 50분의 놀이치료, 그리고 하루 10분의 부모교육.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는 반응은 엄마와 치료사 공통의 반응이다. 가정에 방문해서 서로 적응하고 관계를 맺고 교육과 상담으로 연결할 땐 친밀감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엄마에게서 문제점이 보이더라도 바로 문제점부터 꺼내놓을 순 없다. 엄마와 치료사가 친해져서, 엄마가 지적사항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야 그때부터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한보영 사회복지사는 “다양하게 아이와 놀이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좋았고, 아이와 대화가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점에서 장애를 가진 엄마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하지만, 한 번에 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짧게 느껴졌고, 일시적으로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서비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장애를 가진 엄마들의 공통 의견”이라고 전했다.

한 복지사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일차적으로 엄마들에게 심리상담 치료를 통해 무엇인가 받아들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애 때문에 아이한테 피해가 있으면 어떡할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 장애여성들이 대부분 장애남성과 결혼을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태에 양육도 혼자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 부담감, 심리적 위축감이 크고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족 모두에 대한 상담치료를 진행하면 좋을 거 같다.” 

황유선 치료사는 향후 과제로 엄마들을 위한 ‘공동체 모임’ 구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황 치료사는 “서로 지지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공동체가 주는 힘이 있다.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참여나 의지가 다르겠지만 어울려 관계를 맺고 정보도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 치료사는 올해 사업을 시작하면서 ‘과연 치료를 할 수 있을까?’,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어느새 사업을 모두 끝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혼란스럽고 의심스러웠지만 크고 작은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아이 행동과 양육 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이었지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제가 개입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아이에게 행동으로 반영됐다. 아이와 놀고 관계 맺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더디지만 따라오고 아이를 수용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엄마구나, 하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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