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어떻게 만들까?
장애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어떻게 만들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1.1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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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엄마 시즌4] ③장애부모를 위한 양육지원서비스 과제와 전망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할 보편적 권리로써 ‘아이 낳고 키울 권리’를 이야기하는 「바퀴 달린 엄마」 특별기획 시리즈를 2017년부터 연재해오고 있다. 시즌 1, 2에서는 장애를 가진 부모 열한 가족을 국내에서 만났고, 시즌 3에서는 미국의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를 방문해 미국 장애부모의 양육 현실과 지원 서비스를 살펴봤다. 시즌 4를 통해서는 국내 장애인 부모를 위한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 기자 말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시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 탐방에서 취재진이 만난 미국의 장애부모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시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 탐방에서 취재진이 만난 미국의 장애부모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왜 아이를 가졌는지’, ‘왜 아이를 원하는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역시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원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이너 씨)

지난 2019년 6월 「바퀴 달린 엄마」 특별기획 시리즈 취재차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헤이워드(Hayward) 시를 방문했을 때, 리베카 라이너(Rebecca Reiner·35) 씨와 호자 압둘라 니크자드(Khoja Abdullah Nikzad·33) 씨 부부가 취재진에게 한 얘기다.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내 장애부모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었다. 국내 비장애인의 장애인 모·부성권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국가인원위원회가 연구용역을 통해 실시한 ‘2018년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605명 대상) 결과,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 모·부성권 보장을 위해 임신·출산·양육을 지원해줘야 한다’(94.0%)고 응답했다. 

그러나 열 명 중 일곱 명은 ‘부모가 장애인일 경우 자녀가 장애를 가질 확률은 높을 것이다’(69.4%)라고 응답했고, ‘직접 양육이 어려운 장애인부부는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69.9%)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비장애인의 대다수는 장애인의 모·부성권 보장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직접 양육이 어려운 장애인은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인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아이 또한 부모의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보호받고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했다면 정부는 헌법에서 명시한 ‘모성보호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베이비뉴스가 「바퀴 달린 엄마」 특별기획 시리즈를 통해 만나 본 열한 가족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장애인과 부모라는 두 가지 정체성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자녀양육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는 어떤 게 있을까. 

◇ “장애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녀 교육에 대한 권리·지원 제도”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여성장애인의 자녀양육을 돕기 위한 '행복가족 레시피' 사업을 진행한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와 한보영 사회복지사.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여성장애인의 자녀양육을 돕기 위한 '행복가족 레시피' 사업을 진행한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와 한보영 사회복지사.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국가인원위원회가 연구용역을 통해 실시한 ‘2018년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289명 대상)에 따르면, 국민적 인식 개선 교육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자녀의 양육 및 교육 시 차별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36.7%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녀 교육 관련 차별 경험은 ‘자녀 보육·교육기관 학부모 행사 참여 어려움’ 41.2%, ‘자녀 보육·교육기관의 정보 제공 준비 부족’ 33.9%, ‘행사 참여 준비 부족’ 30,7% 순이었으며, ‘교사의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도 22.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교육에 대한 어려움 중에는 ‘사회적 지원의 부족’ 55.8%, ‘경제적 어려움’ 55.5%로 가장 컸다. ‘자녀의 학습 지도상의 어려움’도 전체 50% 정도가 응답하고 있어 그 어려움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장애인 모·부성권 관련 정보 중 ‘가장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은 ‘자녀 교육에 대한 권리·지원 제도’(89.2%)와 ‘직장에서의 모·부성권 지원 제도’도 80% 이상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행 국내 장애여성 지원에는 어떤 게 있을까. ‘2020년도 여성장애인지원 사업안내’에는 ▲출산비용 지원(지자체에 따라 상이) ▲여성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고충상담(임신·출산·육아·법률·취업 등) 지원 ▲자체 역량강화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자조모임 및 멘토링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장애여성 임신·출산·양육 지원과 관련해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특별지원급여’라는 명칭으로 출산한 장애여성에 한해 6개월간 80시간 추가 지원한다. 만 6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장애부모에 한해 특별히 양육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 따라 '여성장애인 가사·육아·산후 도우미 파견서비스'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장애여성 홈헬퍼 지원 사업으로 만 9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데 월 70시간~120시간 지원을 한다. 전국적으로 사업의 내용과 예산배분 균형이 이뤄지지 않아 지역간 불균형이 심해진 상황도 문제다.

◇ “일시적인 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 조미숙·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왼쪽부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 조미숙·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왼쪽부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성프란치스꼬복지관)의 ‘행복가족 레시피’와 한국보육진흥원의 ‘영유아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부모교육 사업’은 장애부모의 비장애 자녀양육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가정방문 양육코칭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담당자와 각 가정을 방문하는 상담사·치료사 인터뷰를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는 어떤 게 있는지 들어봤다. (관련 기사: 장애여성을 위한 양육코칭, 3개월 만에 변화는 시작됐다, "바퀴달린엄마 기사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이들은 가정방문 양육코칭 지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놨다. 조미숙 놀이심리상담사는 "8회, 12회 등 일시적인 서비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커감에 따라 발달단계에 맞게 성장하고 있는지 꾸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부모들은 자신의 양육방법에 대해 잘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치료사나 상담사가 객관적으로 짚어주고, 지지해주는 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것처럼 3개월 정도 지나자 엄마와 아이의 반응이 달라졌고, 부모들의 자녀양육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은 사업 기획 취지에 대해 "장애부모 가정의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지원하는 보육정책은 하나도 없어서 늘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베이비뉴스 미국 탐방 기사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수소문 하던 차에 두산에서 취약부모에 대한 부모교육 사업에 기부해주겠다고 해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성과에 대해, "자녀를 키우는데 엄마·아빠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양육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줘 내부적으로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만족도 또한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을지가 큰 숙제다. 조 국장은 "두산에 이 사업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기업이다 보니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보여주기를 못한 게 아닌지… 연장해서 하려면 어떻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고민이라면서 "장애부모 대상 서비스는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크지만 사업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프란치스꼬복지관의 경우도, 해당 사업이 복지관 자체사업으로 되면서 축소된 게 사실이다. 지난해 네 가정을 지원했고, 올해에도 그 규모 정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 “가족 상담치료·공동체 모임 구성 등 추가적인 서비스 필요"

장애부모의 자녀양육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서비스는 어떤 게 있을까. 한보영 성프란치스꼬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가족 모두에 대한 상담치료 진행’을, 황유선 움직임동작치료사는 장애엄마들을 위한 ‘공동체 모임’ 구성을 제안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가정방문 양육코칭 효과에 대해, “엄마가 자녀양육에 대한 확신도 생기고 정서적 지지도 받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개선점에 대해선, “부모교육 전에 부모상담, 정서적 지지, 심리지원도 같은 상담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가족 모두에 대한 상담치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미국의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에서는 자녀양육을 위한 부모상담 서비스뿐 아니라 조부모, 삼촌 등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 가족치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황 치료사는 공동체 모임과 관련해, “서로 지지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공동체가 주는 힘이 있다.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참여나 의지가 다르겠지만 어울려 관계를 맺고 정보도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TLG를 이용하는 장애인 가족들은 장애유형과 관심사에 따라 자조모임을 갖기도 하고, 자치 위원회를 만들어 TLG의 운영과 프로그램 논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TLG 창립자 겸 전무이사인 메건 커시바움(Megan Kirshbaum·77) 박사도 “비슷한 처지에 있고, 먼저 경험한 장애여성들의 ‘동료 커뮤니티’를 통한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자조모임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모두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자조모임 구성과 운영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솔 성프란치스꼬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장애가 있는 엄마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자조모임에 대한 요구가 있으나 사는 곳이 흩어져 있고 몸이 불편하니 한 공간에 모이는 게 쉽지 않다”면서 “현재로서는 사실상 유지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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