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의 대표적 교육 전문 방송국인 EBS에서 아동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가 사과를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EBS 공식 SNS에 영상 홍보 게시물을 올리면서 ‘잼민좌’라는 단어를 해시태그로 덧붙인 것이다. EBS는 논란이 일자 ‘잼민좌’라는 단어 사용과 관련해 비하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몰랐다며 SNS에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잼민좌’, ‘잼민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본 결과 ‘잼민이’는 2019년 하반기 즈음 생긴 용어로, 투네이션의 어린 남자아이 목소리 TTS인 재민이 어원이라고 한다. 인터넷 검색 결과를 몇 번이고 읽어봐도 도저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투네이션은 뭐고, TTS는 뭔지, 그리고 재민이라는 단어가 왜 ‘잼민이’로 변했는지, 그리고 그 단어가 왜 아동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잼민이’의 어원을 이해하는 것은 포기했다.
그렇지만 명확한 것은 언젠가부터 ‘잼민이’가 아동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고 특히, 아동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EBS 역시 사과문에서 ‘잼민이’라는 단어가 재미있는 어린아이를 부르는 유행어라고 짐작했다며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어원을 찾기도 힘들고, 뜻도 명확하지 이 단어는 어떻게 유행이 됐고 결국 우리나라의 대표적 교육 전문 방송인 EBS에서까지 쓰이게 됐을까?
이와 관련해 먼저, 우리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잼민이’라는 단어 이전에도 아동을 비하하는 단어는 존재했다. ‘초딩’, ‘급식충’이라는 단어는 꽤 오래전부터 초등학생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의 ‘~린이’가 어미로 붙은 요린이, 주린이, 헬린이 등의 단어들이 미숙한 초보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아동을 미숙한 존재,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아동을 개념이 없는 존재,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까지 보는 시선까지도 존재한다. ‘잼민이’는 이 같은 아동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반영된 신조어로서 아동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확장되어 쓰이게 된 것일 것이다. 아동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한 ‘잼민이’라는 단어가 없었더라도 아동을 비하하는 다른 단어가 만들어지고 유행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생각해 볼 것은 디지털·미디어의 파급력이다. ‘잼민이’라는 단어는 디지털·미디어 상에서 생겨났고, 확산됐다. 뜻도 명확하지 않은 신조어는 디지털·미디어 상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디지털·미디어는 사람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냥 소소하게 쓰이던 말들도 디지털·미디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 모두가 쓰는 일상어가 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미디어에서 아동을 지칭하는 말을 사용할 때 보다 세심하고 그 말이 쓰이는 상황과 맥락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굿네이버스 '미디어 속 아동 다시보기 캠페인' 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미디어에서 쓰인 말로 인해 아동이 상처 받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EBS의 실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돌아보고 특히, 디지털·미디어 상에서 아동을 조금 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 번은 실수이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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