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2남 중 막내인 남편과 무남독녀 외동딸인 나의 가족계획은 딸 하나였다.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둘을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째 딸이 태어나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딸아이가 옆 테이블에 자매끼리 노는 모습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다가 그 곳으로 가서 끼고 싶은지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그 사소한 일을 계기로 우리 부부는 ‘둘째를 가질까?’라는 생각을 처음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첫째가 27개월때 둘째를 출산했다.
소위 독박육아인 나는 (둘째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둘째를 낳고 후회했던 적이 많았다. 둘이 동시에 울어댈 때, 둘째 목욕시키는데 첫째가 말썽 피웠을 때, 밤에 둘째가 울어서 첫째가 깰 때, 둘째 아기띠 하고 간신히 나갔는데 첫째도 안아달라고 떼 쓸 때, 하루 종일 두 아이 보느라 내 생활은 전혀 없을 때...
그래도 위의 것들은 참을 수 있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한 아이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 다른 한 아이도 함께 병원에 하루종일 같이 있다가 결국엔 옮아서 두 아이가 같이 입원하게 되는 경우였다.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두 아이는 병원 입원을 자주 했었다.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이 들던지...
하지만, 둘째를 낳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시간은 줄어들고 행복한 시간이 늘어났다. 외동딸로 자라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두 아이를 보면서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물론 티격태격 싸우고 서로 때리고 울기도 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둘을 낳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가 돌이 지나자 점점 언니와 함께 놀기 시작하고 말이 트이면서부터는 그렇게 언니를 찾는다. 집에서 다투다가도 밖에 나가면 손을 꼭 잡고 친구들끼리 놀 때도 서로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첫째는 누가 간식을 주면 동생 줄 거라고 가방에 챙겨 와서 동생을 만나면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저런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하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는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이 깔깔대느라 한 시간이 넘게 잠을 못 자는 적도 많다. 어서 자라고 혼내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은 둘째 낳고 후회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를 나 하나 힘들다고 후회했다니, 그 시간들을 지우개가 있다면 깨끗히 지워 버리고 싶다.
경제적으로는 하나일 때 보다 풍요롭게 못 키우지만 그보다 훨씬 값진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부족함 속에서 양보와 배려를 배우고 이 세상에 부모 아닌 의지할 형제가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지금 꼭 잡은 두 손 놓지 않고 평생 서로 힘이 돼 주고 사이좋은 자매가 되기를.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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