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장애아동은 아동도 장애인도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아동은 아동도 장애인도 아니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11.3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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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 저자 이정은·김동석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어린이 재활난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애아동과 가족들은 의료기관을 찾아 지역을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언제쯤이면 집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장애아동이 사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오고 있다.

장애아동가족을 포함한 시민들이 바라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비영리단체 (사)토닥토닥과 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에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구체적인 바람을 담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마인드북스, 2020년)를 출간했다.

그간 국내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의 구체적인 모델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나 기초자료조차 없었다. 김동석 (사)토닥토닥 대표는 “구체화된 시민의 바람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에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면서 “열악한 용역 예산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연구에서 맡아 연구해준 결과가 나왔고, 시민들이 알 수 있게 풀어 책으로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저자인 김동석 대표와 이정은 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 연구위원을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베이비뉴스에서 만나 시민들이 바라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 모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저자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학령기 장애아동, 치료와 교육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하는 상황”

지난 20일 서울시 서초동 베이비뉴스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 이정은·김동석 저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서울시 서초동 베이비뉴스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 이정은·김동석 저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중증장애아동 재활치료 현실은 어떤가요?

김동석(이하 김) : “중증장애아동은 성장주기와 발달단계에 따라 꾸준한 재활치료가 지속돼야 합니다. 거주지 인근에 소아재활 의료기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죠. 그러나 소아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동 수에 비해 지역 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해 장애아동가족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소아재활치료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223개소였고 그중 43%는 수도권에 분포해 있습니다. 전국 226개 시·군·구당 평균 1개소에도 못 미치죠.”

- 장애아동이 겪는 문제에는 소아재활치료 의료기관 부족 외 어떤 게 더 있을까요?

이정은(이하 이) : “치료가 계속 필요한 아동인데 치료 수가가 낮은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의료수가 문제가 있고요, 병원에 가더라도 질 좋은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소아재활치료사 대부분 신입 치료사 중심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대부분 손으로 일대일 치료를 해야 하는데 처우는 열악해 이직률이 높습니다. 아이들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사와 관계형성도 중요하지만 매번 새로운 치료사를 만나 부모도 아이도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죠.

재활은 다학제 접근이 필요합니다. 치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치료계획, 통합운영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전문가의 가이드 없이 보호자들은 ‘이게 좋다’고 하면 이것, ‘저게 좋다’고 하면 저것,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부담은 크고 아이들 치료의 효과는 높지 않은 겁니다.”

김 : “무엇보다 장애아동에게는 치료가 필수이고요, 만 3세 이상부터 의무교육대상자로 교육도 필수입니다. 둘 다 필수인데 문제는 학령기가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치료를 못 받아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건강이 안 좋아서 치료에 초점을 맞추면 교육이 소외됩니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나 부모는 무리수를 두게 되죠. 학교나 병원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 “대한민국에는 장애아동 중심 시스템도 소아재활치료 시스템도 없다”

김동석 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장애아동 중심 시스템도 소아재활치료 시스템도 없다"가 성토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동석 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장애아동 중심 시스템도 소아재활치료 시스템도 없다"가 성토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어떤 부분이 좀 개선되면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 : "학령기에 병원에 가면 치료를 충분히 못 받게 되다 보니 학교 가기 전에 과하게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전문가 가이드도 부족한데, 좋다는 걸 무리해서 하는 경우가 있어 경제적 부담도 크고요, 그런데 그 선택을 나무랄 수는 없어요.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으니까요.

제가 한 재활병원을 방문해 보니,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낮 시간 2시간 30분 동안 선생님이 아이를 돌보고, 그 시간 보호자들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병원으로 들어가서 가능해진 것이죠.”

-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내 교육이 함께 들어가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김 : “시민들이 바라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모델은 치료와 교육, 돌봄이 함께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병원학교’는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에 국내 30여 개 있는데요, 이건 장애아동을 위한 건 아닙니다. 수술 등으로 장기 입원해 있는 비장애 아동 대상이에요.

현행 특수교육법상에 따른 순회학급(병원 파급학급)이 운영되고 있어요. 문제는 유아·초·중등 학년 구분 없이 통합반으로 운영된다는 겁니다. 연령에 따라 교재·교구나 환경도 달라져야 하고요, 교사 자격도 다르잖아요. 특수교육 모델 수립을 위한 정책용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보호자인 부모님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요?

김 : “지금까지 치료, 교육, 돌봄 등 다 개인이 가족이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애아동의 경우, 일반 병원에서 진료가 어렵습니다. 재활의학과뿐 아니라 한 병원에 가면 치과, 정신의학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다 따로 존재하고 있어요. 이동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장애인 당사자 중심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장애아동이 중심이 된 시스템은 없어요. 그 사실에 대해선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요. 소아재활치료 프로세스 시스템 자체가 구축이 안 돼 있어요. 대한민국의 장애아동 시스템은 가족이 알아서 하는 시스템입니다.”

- 현재 진행 중인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모사업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김 : “드디어 12월 22일에 대전에 국내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정부 공모 사업은 충남권(대전), 경남권 병원 두 곳, 전북권(전주), 강원권(춘천·원주), 충북권(청주) 센터 네 곳이 선정돼 진행되고 있어요. 전남권과 경북권은 공모에 나서지 않았고, 수도권과 제주도 권역은 이 사업에서 처음부터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어 해당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장애아동은 아동인데 아동이 아니라고 하고요, 장애아동은 장애인인데 장애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장애아동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상황인데요, 정부 부처에서는 이렇게 서로 미루고 있는 거죠. 어린이재활병원이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현실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겁니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문제는, ‘권역’이라 하면 책임 중심병원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병원들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거예요. 권역 내 소아재활체계 구축이 같이 진행이 돼야 하는데요, 국가사업과 지자체 사업 사이에서 애매하게 진행되다 보니 병원 운영 예산 문제 등에 있어 지자체에서는 부담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어떤 법에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라는 말이 없어요. 법적 근거가 시급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장애아동 일상 찾기의 시작”

이정은 연구위원은 "장애아동의 일상을 찾아주는 일이 궁극적 목표이고, 그 일의 시작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정은 연구위원은 "장애아동의 일상을 찾아주는 일이 궁극적 목표이고, 그 일의 시작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책에는 영국 사례가 자세하게 소개가 돼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 : “전국에 병원 아홉 개 생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 발달 성장에 있어선 치료만 중요한 게 아니라, 교육과 돌봄이 같이 가야 해요. 병원에 치료와 교육과 돌봄이 같이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고 다른 병원까지 확산되는 모델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모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공공적 역할을 하려면 가치에 충실해야 해요.

전문가 다학제(사회복지사, 특수교사, 심리사 등) 공동의 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도 주체로서 존중되고 논의에 참여해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다학제 인력에 대한 협력과 소통이 필요해요.”

-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 책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시는지요?

김 : “이 책을 통해 전국적으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재활병원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와 관련된 병원, 종사자, 대학 관련 학과들 이런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모델, 여기서 출발해서 연구가 여러 방면에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말 그대로 이제 시작입니다.” 

이 : “장애아동도 학교 가고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고 엄마랑 마트도 가고 일상을 즐길 수 있어야 하잖아요. 병원 내 치료와 돌봄, 교육이 연계되면 아이들의 일상도 찾아주고 엄마의(부모님의) 일상도 찾아줄 수 있어요.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치료와 교육과 돌봄을 통해 장애아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겁니다. 그 일의 시작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만드는 것이고요, 병원 건립이 끝이 아니라 이 병원으로부터 지역자원이 개발돼 연계되고 공공병원이 바로 서서 민간병원과 같이 상생하면서 지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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