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질문과 관련된 책을 검색하면 수백 권이 나온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대학의 총장은 취임사에서 ‘질문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부모도 ‘질문하라’는 강연자의 눈 맞춤을 피하지만, 질문의 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는 책을 읽은 아이에게 질문하기를 강조하고, 부모 역시 아이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질문의 양이 아니라 알맞은 질문을 하는가이다.
독서 후 질문에도 알맞은 유형이 있다
책을 읽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알맞은 질문의 유형은 크게 사실적 질문, 평가적 질문, 상상적 질문, 감각적 질문, 경험적 질문 등이 있다.
첫째, 사실적 질문은 책에서 비교적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으로 책 속에 있는 사실을 대상으로 답을 도출하는 질문이다. 가령 「백설공주야, 사과를 먹으면 안 돼(웅진책방)」를 읽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왕비는 공주에게 무엇을 먹으라고 했나요?’ ‘질투와 미움에서 벗어난 왕비는 무엇을 타고 다른 나라로 갔나요?’와 같은 질문을 아이와 나눌 수 있다.
둘째, 평가적 질문은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질문이다. 앞의 책을 활용한다면, ‘왕비가 백설공주를 괴롭힌 일은 옳은 행동일까요? 아니면 옳지 않은 행동일까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셋째, 상상적 질문은 책을 다 읽은 후 등장인물이 어떻게 됐을지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야, 사과를 먹으면 안 돼」라는 책에서 ‘왕비가 떠나고 왕자를 만나 결혼한 백설공주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넷째, 감각적 질문은 책을 통해 가지게 된 느낌을 오감을 활용해 질문하는 방법이다. 앞의 책을 읽고 ‘니콜라는 백설공주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황새를 타고 왕비를 쫓아갔어요. 황새를 탄 니콜라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와 같은 내용을 아이에게 물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험적 질문은 책 속의 내용과 관련된 아이의 경험을 물어볼 때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백설공주야, 사과를 먹으면 안 돼」에서 ‘수다쟁이 니콜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서진이도 니콜라처럼 행동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도 분명 또래 아이들과 같은 시간을 들여서 책을 읽었는데, 그 결과가 다르다면 알맞은 질문과 함께하는 독서를 시작해보자. 소위 꽉 찬 독서, 제대로 된 독서 경험으로 한층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은정은 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문학박사, 문학평론가로 경성대학교 창의인재대학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는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활용」, 「문학과 인간」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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