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부모에서 벗어나는 법, 3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답정너' 부모에서 벗어나는 법, 3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2.06.13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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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답을 정해놓고 아이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부모
아이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의 의사 결정을 지지해 줄 때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의 의사 결정을 지지해 줄 때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베이비뉴스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답정너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령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사람, 오로지 긍정적인 평가를 바라는 사람, 결국엔 자기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는 사람 등이 있다. 답정너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의견을 물어보는 것 같지만,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은 정해져 있기에 시간을 들여 열심히 조언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답정너 부모가 있다. 답정너 부모는 아이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화법을 주로 사용한다.

답정너 부모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오늘 뭐 먹고 싶어?’라고 질문한 뒤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이미 예정된 메뉴인 ‘돈가스 먹을까?’라고 답한다. 덧셈 놀이를 할 때도 ‘2+3은’이라고 한 후 이제 막 덧셈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의 생각은 무시한 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5’라고 말해버린다. 정답을 알아도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한 법인데, 아이가 생각할 시간도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어떤 학원 다니고 싶어’라고 할 때도 아이는 발레 학원을 원하지만, 미리 생각해 놓은 영어 학원에 보낸다. ‘신발 어떤 거 신을 거야’라고 물으면 아이는 ‘운동화’라고 하지만, 옷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두’를 신게 만든다. 이처럼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척 질문은 하지만, 결국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결정을 내린다. 흔히 말하는 시작은 좋으나 끝이 안 좋은 대화이다.

이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문제 행동의 전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이가 게임을 계속하면 ‘게임 그만해’, 부정적 생각을 하면 ‘왜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오늘 유치원에서 선생님한테 야단맞았어’라고 하면 ‘네가 잘못했으니까 그렇지’, 친구와 싸워서 집에 오면 ‘그 친구랑 이제 놀지마’라고 하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섣불리 판단해 결론을 내려 버린다. 이렇게 되면 아이도 조급한 마음이 생겨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입을 점차 다물게 될 수도 있다. 부모가 깊은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해도 아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아요’, ‘몰라요’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상황을 외면한다.

답정너 부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답정너 부모는 보통 성격이 급한 편이다. ‘빨리빨리’, ‘얼른얼른’, ‘어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감정을 나눌 여유도 없이 늘 서둘러 결론을 내려 버린다. 그래서 성급함을 몰아내고 침착함과 여유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의 의사 결정은 부모의 권한이 아니다. 아이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의 의사 결정을 지지해 줄 때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질문을 한 후 기다림의 시간을 준다. 부모가 생각하는 시간과 아이가 생각하는 시간 사이에는 갭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른답게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질문을 한 다음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을 최대 5~15초까지 준다. 기다리는 동안 ‘그래, 말할 때까지 엄마가 기다려 줄게’라고 하면 아이는 ‘엄마가 나를 존중해주고 기다려주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부모가 질문한 후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는 보다 길게 구체적으로 대답했다.

답정너로 아이보다 먼저 움직이지 말자. 아이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자. 부모가 먼저 답을 정해 놓고 아이가 대답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닌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이 스스로 답을 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때, 비로소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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