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길일수록 천천히 걸어보세요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17. 어쩌면 여름이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일 수 있습니다
걷기 시작하면 육체와 영혼이 대화를 나누게 되니 하나가 아닌 둘이 됩니다. 걷는 행위는 몸과 마음, 정신과 육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되지요. 걷기는 몸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걷기와 함께하는 철학은 몸과 마음의 통합적 사고이며 매우 현실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일까요?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던 복잡한 문제들도 그저 걷기만 했을 뿐인데 걷는 동안 실현 가능한 해답을 얻곤 합니다. 때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다스리거나 용서를 하기 위해서도 걷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걷기는 어떠한 요령도 허용되지 않는 지극히 현실을 기반으로 하기에 어느샌가 평온해진 내 마음과 생각을 바꿔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겪은 수 많은 인생경험은 우리의 몸에 배어 있고 또 마음속 깊숙한 곳에 기억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뭔가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는 반드시 내 몸과 마음에 쌓인 경험과 지혜를 끌어내어 곱씹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지요.
지나온 삶을 묵상하며 현재 상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조망하는 것. 그 일을 하기 위해서 걷기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걷기라는 행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주변의 자극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환기시키는 것. 우리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모든 생각에서 벗어나 그저 걷는 행위에만 집중하니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명상일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동시에 수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걷기는 모든 감각 특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지 않고 오로지 걷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이왕 걷는 것 내 몸과 마음에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죠. 그 요령을 조금 알려드려 볼게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샌가 시작점과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많은 길을 걸어온 것이지요. 이때는 호흡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흡을 놓치지 않고 일정한 리듬을 유지할 때가 바로 최적의 걷기 상태인데요. 먹는 일도 흐름이 끊기면 더 배가 부르고 맛이 없게 느껴진다고 하잖아요. 걸을 때의 호흡도 그와 비슷한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이제 주위로 눈을 돌릴 여유가 조금씩 생겨날 거예요. 나무 하나하나 ‘어찌 이렇게 자랐나’ 싶어 기특한 생각도 들고 새소리 하나하나 청량하게 들리고요. 눈과 귀를 비롯한 오감으로 받는 느낌도 새롭게 강해집니다. 자연을 오롯이 품어 안을 수 있는 여유와 마음 두는 곳이 점점 넓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걷는 행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그리고 나와 연결된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다니다 생각의 종착점인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좋은 길일수록 천천히 곱씹으며 걷는 것을 권합니다.
무더운 여름 깊은 숲속을 찾아가 보세요. 어쩌면 여름이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일 수 있습니다.
꼭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가까운 곳 어디라도 좋으니 오늘은 꼭 시간을 내어 걸어보세요. 그리고 길을 통해 반짝이는 지혜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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