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육, 교실 밖의 성장환경까지 함께 만들어야
[개발도상국 영유아, 배움의 격차를 줄이다] 4. 초록우산 르완다사무소 케일럽 바노게(Caleb Banoge) 사무소장
기고=케일럽 바노게(Caleb Banoge)[email protected]수정 2026.11.02 15:14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출생 국가나 환경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충분한 배움의 기회를 위해 ‘개발도상국 영유아, 배움의 격차를 줄이다’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취약지역 영유아가 처한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과제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모든 아동이 생애 초기부터 배움의 기회를 보장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공감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르완다에서 영유아교육 사업을 진행하며 거듭 고민해 온 질문이다. 아이들은 교육기관에서 또래와 어울리고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며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만으로 배움과 성장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기관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만큼이나 교실 밖 성장환경이 어떠한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유아기는 신체와 인지, 언어와 사회성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아이들은 교육기관에서 놀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익히지만, 배움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와 나누는 대화와 함께하는 놀이,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운다. 충분한 영양과 안정적인 돌봄 역시 성장의 중요한 토대다.
그러나 사는 지역, 국가별로 성장환경의 편차가 존재하고 이는 발달 초기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교육에서부터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르완다 사례는 개발도상국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영유아교육을 접근할 때 학교, 가정, 지역사회 연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2025년 르완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만 3~5세 아동의 취학 전 교육 순취학률은 50.3%로, 약 절반이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르완다 인구보건조사에서도 5세 미만 아동의 27%가 발육부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르완다 곳곳에서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아이들, 부모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지거나 다른 사람의 돌봄에 의존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교육시설과 놀이교구, 교사가 부족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 초등학교 입학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이후 학습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교육과 돌봄을 가정의 일상으로 연결하고자 초록우산은 2016년부터 르완다에서 영유아교육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는 가사보, 은고마, 나비후 지역에서 영유아교육센터와 가정어린이집을 통해 놀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가정의 양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동료들과 함께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의 역량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부모 교육과 가정 모니터링을 통해 아이의 말과 행동에 귀 기울이고,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를 함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또한 영양죽 제공과 조리 시연, 텃밭 조성 등 영양 관리, 장애 등으로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의료서비스와 보조기기 연계, 저축모임과 생계활동 지원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활동은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아이가 교육기관 밖에서도 안정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에서의 이러한 노력은 부모가 양육 방식을 돌아보고 자녀의 교육과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교사와 지역사회 구성원도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는 개별적인 지원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교육, 돌봄, 보건·복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르완다에는 ‘우부레레 부루타 우부부케(Uburere buruta ubuvuke)’라는 속담이 있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 잘 기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교육기관과 지역사회가 힘을 보태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적절한 지원이 연결될 때 아이들의 성장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개발도상국 영유아교육 지원은 교육시설의 숫자나 지원 아동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움이 일상에서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아동에게 필요한 영양, 보건, 생계 지원이 적시에 연계되고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영유아교육을 바라보는 시야를 교실 밖으로 넓혀 모든 아동이 충분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 기사 어떠셨나요?
Copyright ⓒ 베이비뉴스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이 기사, 내 경험은?우리 아이 성장에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베이비뉴스 편집국편집국 질문57분 전
아이의 교육 경험이 가정에서도 이어지도록, 부모님께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