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패싱 꼼수는 그만… 잠자는 ‘유치원 3법’부터!
공공성 패싱 꼼수는 그만… 잠자는 ‘유치원 3법’부터!
  • 기고=박창현
  • 승인 2019.11.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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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사태 그 후 1년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지난해 10월 이른바 ‘비리유치원 사태’ 후 1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고, 일부 유치원의 행태도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베이비뉴스는 참여연대·비리사립유치원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정치하는엄마들 등에게 지난 1년간 유아교육 개혁 최전선에서 듣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 편집자 말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베이비뉴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베이비뉴스

◇ #1: 박용진 3법에서 유치원 3법까지

역사적 사건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작년 한유총 사태 이후, 한국의 사립 유치원에 내재되어 있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며 사립 유치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비리 유치원’이라는 말에 대한 시비로 박용진 의원 토론회를 점거했던 일부 한유총 원장님들 덕분으로 ‘박용진 3법’이 탄생했다. 사실 사립 유치원은 스스로 ‘공공성’의 문을 열었다. 

이후 박용진 3법은 수많은 타협의 과정을 거쳐 중재안인 ‘유치원 3법(임재훈 의원안)’으로 정리되었다. 수많은 찬반논쟁을 거쳐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고, 별다른 논의도 없이, ‘슬로우’하게 1년을 잡아먹고, 2019년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6일 유치원 3법 중재안은 정부지원금의 교육목적 외 사용 시 기존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조항이 상향 조정되어 11월 22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상정될 예정이다.

◇ #2: 유치원 3법의 의미와 예상되는 변화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미한다. 유치원이 정부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고,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제안된 법안들이었다.

필자는 박용진 3법에서 시작된 유치원 3법이 유아교육계에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정책들을 빠르게 현실화하도록 이끌어낸 신호탄이자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3법은 박용진 3법보다 강도가 떨어지고 희석되었으나, 유치원 3법이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은 매우 컸다고 본다.

유치원 3법으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유아교육의 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유치원의 정체성, 회계 분리, 에듀파인, 유치원 평가, 감사, 급식, 원비 횡령에 대한 처벌, 설립 및 폐원, 국공립 다양화 방안, 공영형·협동조합형·매입형·장기임대형 유치원, 법인화, 국공립과 사립의 상생, 정보공시 등에 관한 여러 논쟁과 정책적 진보가 있었다. 지난 10년 치의 정책이 거의 1년 만에 다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급격한 변화들이었다.

유치원 3법의 내용을 다시 돌아보자. 임재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의 주요 내용과 골자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아교육법 개정안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이 회계관리의 업무를 위한 유아교육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함과 동시에 유치원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 유치원의 운영정지 명령을 받고도 명칭을 바꿔 다시 개원하는 일이 없도록 유치원 설립을 제한하고 유치원 설립의 결격사유를 명시하는 조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원이 보조금·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 보조금·지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을 명할 수 있는 조항 등이 포함되어 있음.

▲사립학교법 개정안

현행법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의 학부모부담금과 정부의 유아교육비 지원금을 유치원 설립·경영자(개인)등이 유용한 경우에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제4조 위반 등을 이유로 ‘유아교육법’ 제30조에 따라 지원금의 유치원 회계 여입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 형사처벌이 불가능함. 이에 개정안에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및 재산의 부정사용금지의무를 법률에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근거를 포함함. 

▲학교급식법 개정안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급식업무를 위탁하게 하여 유아들의 먹을거리 안전과 급식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임. 유치원의 실태 등을 고려한 효율적인 영양교사 배치를 위해 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며, 기존에 유치원에 배치된 영양사에 대한 고용유지 등을 위해 부칙을 신설함.

지난해 비리유치원 사태 이후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유아교육 공공성 토론회. ©베이비뉴스
지난해 비리유치원 사태 이후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유아교육 공공성 토론회. ©베이비뉴스

◇ #3: 유치원 3법 통과촉구와 유연한 현장적용 필요 

지금의 시점에서는 유치원 3법의 통과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유연한 현장적용 방안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첫째, 일단 국회는 ‘유치원 3법’의 애초 취지를 되살려 본회의에서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 초저출생시대에 공공성 높고 믿을 만한 유치원을 만드는 일은 여야가 정쟁화하여 싸울 일이 아니라 머리를 맞댈 일이다. 정당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유치원 3법이 잘 안착될 수 있도록 현장과 충분히, 유연하게 소통해야 한다.

사실 단기간 급격한 변화를 겪은 사립 유치원들에게 형사처벌 조항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때로는 소규모 유치원들에서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장에서는 아직 법에 대한 체감정도가 높지 않으므로, 충분한 홍보와 정책 안착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단지 유치원들의 경우, 급식법을 반영하여 기존의 급식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증축해야할 때,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거나 급식시설 환경개선을 위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법을 따르고 싶어도 현장에서 어려운 점들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4: 코미디빅리그의 ‘순서가 뭐가 중요해’ 식 오류를 막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유치원 3법이 아직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근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넘어 ‘공공선’으로 가자, ‘스마트 시티’로 가자는 다양한 주장들을 본다.

그러나 무언가를 넘어서려면(beyond), 넘어설 토대가 무르익고 무르익어 ‘반동’의 흐름이 생길 때쯤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다음 단계를 말하는 건, 현학적인 말장난이거나 현장을 모르거나 공공성을 패싱 하고 싶은 또 다른 정치적 꼼수이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들도 아직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 유치원 공공성을 못 넘어섰다. 공공성 문제는 넘어서지 못하면, 해결을 요청하며 또 다시 돌아올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우선순위는 유치원 3법 통과이다. 유치원 3법의 통과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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