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넷에 낳은 늦둥이 딸.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소중하고 예쁜 아이를 위해 감기 걸리지 말라고 신경 써서 가습기도 틀어주고 가습기살균제로 청소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네 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혹시 균이라도 있어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 그 피를 받아 마셨다.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살 자신이 없었다.”
지난 19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 이언주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 심상정 의원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교실, 가습기살균제피해대책시민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대전에서 올라온 피해자 장동만 씨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무너진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장 씨는 “아이가 세상을 떠난 뒤 1년 10개월 만에 아내가 똑같은 병에 걸려 쓰러져 폐이식을 하게 됐고 계속해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며 “현재까지 아무런 생활대책도 없이 아내를 돌보고 있는데 현재까지 2억 원 가까운 병원비가 들었지만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장 씨는 “아무도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말을 하는 사람도 없다. 우리 가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업체는 우리나라 제일가는 로펌을 사서 대응하겠다고 하고, 과연 내 나라 국민들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는 게 과연 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젠 병원비도 더 이상 빌릴 곳도 없고 너무 힘들다. 그저 정부에서 허가 내준 걸 안전하다고 해서 쓴 것 뿐인데 내 삶이, 우리 가정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습기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사람은 장 씨 뿐만이 아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영유아와 산모 등 53명이 사망했고, 질병관리본부에 민원으로 접수된 피해사례만 180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지금도 심각한 폐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환경보건학회 소속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지난해 9월 이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책모임으로 접수된 피해 사례 174건, 133가족을 대상으로 3개월에 걸친 방문면접조사 등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현황 및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건강영향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피해증상이 최초로 발생한 시기는 1~4개월이 가장 많았으며 증상호소부터 사망까지 이른 시기는 1~3개월 사이가 대부분으로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발병이나 사망까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7년부터 2010년까지 통계를 보면 영유아의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매년 줄고 있지만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줄지 않고 있으며 가습기 사용 패턴과 간질성 폐질환 사망 패턴이 상당히 유사하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2010년에는 2명이었던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 영유아가 2011년에는 9명으로 늘어나는 등 간질성 폐질환 사망 영유아 비중이 전체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증가했다”며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영향과의 상관성 100% 연관성을 조사에서 찾기는 어렵지만,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중단된 2012년 이후 신규 발생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건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과 연관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중 사망자가 있는 등 피해가 클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났고, 자살 충동도 증가해 매우 위험한 상태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정상적인 인간관계 및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며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한편, 화학물질 피해에 대한 국가와 기업이 법적 책임만 논의하며 피해가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 귀하디 귀한 자식이 피토하고 죽는 모습을 보며 미쳤을것 같아요..
어찌 정부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