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지금 ‘애착 물건’과 이별하는 중입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애착 물건’과 이별하는 중입니다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0.06.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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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애착 물건 대하는 아이의 정서적 흐름과 함께 하기

Q. 여섯 살, 세 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리 큰애는 특정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합니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따로 보관하고, 좋아하는 것을 아끼는 것까진 좋으나, 결국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저나, 아빠나, 동생은 손도 못 대게 합니다. 이런 아이의 행동엔 혹시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문제가 있는 행동인지 궁금합니다.

A. 아이들의 ‘애착’과, ‘애착 물건’에 대한 정보는 이미 다양한 통로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아이가 특정 물건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혹시 애착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냐는 걱정을 하게 되는데, 오늘은 애착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 아이에게 ‘애착 물건’이란 나를 지키는 행위이자,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

"다 큰 녀석이 무슨 이런 걸, 그만 갖다 버려!" 하지 마시고, 아이가 애착 물건과 '잘 헤어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소중히 함께해주세요. ⓒ베이비뉴스
"다 큰 녀석이 무슨 이런 걸, 그만 갖다 버려!" 하지 마시고, 아이가 애착 물건과 '잘 헤어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소중히 함께해주세요. ⓒ베이비뉴스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된 아이는 ‘소외감’에 유난히 취약합니다. 자신이 심리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에서 그 두려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물건에 집착하고, 지키려고 신경을 씁니다. 특정 물건이 자신을, 자신의 마음을 대신하기 때문에 소중하고,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그 물건을 함부로 대할 것만 같고, 그러다가 그 물건이 망가지거나 잘못될까 봐 불안합니다.

즉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의 행동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심리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한편, 정신분석학자 도날드 위니캇은 ‘엄마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아이가 독립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중간대상, 중간역할 혹은 중간공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때 ‘애착 물건’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데요, 이 애착 물건은 엄마의 온정과 돌봄을 간접적으로 대신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유아기 애착 물건과 애착적인 다양한 행위는 아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준비 과정이자, 아이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애착 물건은 나이별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느 시기까지 필요할까요?

애착 물건은 아이가 엄마에게서 분리되어 온전한 개체가 되기까지 필요하지만, 양육자와 아이의 정서 발달에 따라 그 시기와 필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3세 전까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했다면, 3~5세까지는 애착이 견고해지고 분리를 준비하게 됩니다. 대개 이 무렵에 애착 물건이 생깁니다. 6~7세가 되면 본격적으로 또래 관계가 시작되는데, 관심이 친구와 놀이로 옮겨가면서 애착 물건의 필요가 어느 정도 줄어들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이후 학령기가 되면 또래 관계, 놀이, 학습으로 아이가 해야 할 일, 관심 둘 일이 확장되고 많아지면서 애착 물건은 서서히 잊히거나, 가끔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만 찾게 됩니다. 그리고 아동기 후반이 되면 애착 물건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죠. “예전에 OOO 정말 좋아했는데”라며 애착 물건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된다면 비로소 애착 물건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애착 물건과 잘 헤어진 아이, 한 뼘 더 의젓하게 커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애착 물건은 충분히 ‘특별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의 애착 물건이 그 역할을 마칠 때까지 아이의 정서적 흐름과 함께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착 물건을 사용하는 시기가 길어지거나, 자칫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현상이란, 특정 물건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고집스럽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와 정서적인 흐름을 함께하라는 말은, 부모가 아이와 똑같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며,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차단하지 않고 기다리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애착 물건이 제 역할을 다하고 아이와 헤어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적절한 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언제쯤이면 이별할 수 있을까?”라고 아이에게 물어봐 주세요. 그 시기를 아이가 주도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시기를 정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려 노력할 것입니다.

두 번째, 아이가 애착 물건과 이별 인사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고 그 이후의 과정 또한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이때 물건을 버리거나 자신의 보관함으로 보내는 일을 아이는 주도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 이별 후 물건이 종종 생각나더라도 참을 수 있게 격려해주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 참고 견디는 힘을 키웁니다.

애착 물건의 처음과 끝을 마치고 나면 아이의 개별성이 성취됩니다. 개별성은 놀이의 기본이 되고, 연합성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혼자서도 잘 놀고, 또래와 함께 잘 어울리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개별성과 연합성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내 것’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포용력과 이해심이 필요합니다. 내 것과 함께 하는 것의 분명한 경계를 알아가는 것이 관계의 시작점이 되고, 사회성 향상의 토대가 됩니다. 

‘혼자, 혹은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은 개별성과 연합성을 성취해야 가능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 준다면 아이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으로 긍정적인 자아감을 획득하고, 그로 인해 세상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형성하며 외부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개별성이 형성됩니다. 즉 애착 물건과 함께 하는 과정은 아이가 세상과 연합하는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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