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른 아이들, 협업을 통한 대처가 필요해요
모두가 다른 아이들, 협업을 통한 대처가 필요해요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1.04.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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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용기 내어 쓰는 개별화교육회의에 대한 이야기

매달 개별화교육회의를 진행합니다. 함께 모여 아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편안한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개별화교육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사례는 전문서적에서조차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것인지, 다른 기관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개별화교육회의는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래서 정답이 없습니다. 때문에 선뜻 공유하기를 주저하는지도 모릅니다. 용기내서 조금 옮겨 봅니다.

◇ 개별화교육회의라는 것을 아시나요?

개별화교육회의를 아시나요? 매년 장애통합어린이집에서는 개별화교육회의를 통해 아이들의 1년 목표와 교육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비장애아이들의 상담과는 사뭇 방법과 절차가 다른 '개별화교육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드리고자 합니다.

혼자서 키우기 힘든 아이들은, 함께 키우라는 뜻으로 '우리'에게 보내진 아이입니다. 혼자 키우기에 마음이 힘들거나 몸이 힘든 아이들은 누구나 예외없이 '함께' 키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아이들도 마찬가지이고, 장애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3월, 첫 시작은 개별화 회의팀을 꾸리는 것으로 부터 시작합니다. 우리원의 협력기관인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치료실과 상의해 치료사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맞춰 봅니다. 보통은 원장, 비장애아반 담임교사 장애아반 교사, 부모, 언어치료사, 감각통합치료사, 인지치료사 등으로 구성됩니다. 아이가 받는 치료의 종류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여하지 못하는 치료사들의 경우 사전에 담임교사와 연락을 해 협력의뢰서를 받아두기도 합니다. 팀이 꾸려졌으면 이제 본격적인 회의준비를 합니다. 장애인 등을 위한 특수교육법에서는 이런 팀을 꾸리는데는 14일 이내라고 명시하고 있고, 개별화교육회의는 개학 후 30일 이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월 중 부모님들과 치료사, 그리고 담임교사들과 함께 하는 개별화교육 회의를 열게 됩니다.

사실, 형식적인 회의에서 탈피해 가급적이면 따뜻한 분위기의 티타임 정도면 좋겠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형식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 고민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좀 더 편안하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부모가 가진 두려움으로 겹겹히 둘러싼 완고한 껍질도, 치료사가 가진 전문성 바탕의 권위도 살짝 내려놓고 아이만 생각하는 말랑한 마음으로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장애통합어린이집을 개원해 함께 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제대로 된 개별화교육회의였습니다.

학부 때 책에서는 이렇듯 각급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하나만 놓고 회의하고 토론해 정해진 목표를 가지고 일 년을 함께 키워내는 일들이 꽤 멋있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할 때 겁 없이 사설 치료실에 다니는 치료사들을 학교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에 몇 군데 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나서야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시행되지 못한 개별화교육회의의 치료사 참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됐습니다. 사설치료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이나, 보건소 등의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만 가르치던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을 위한 '협업'은 먼 나라,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처럼만 들립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키워내듯, 학부모들도 조금씩 성장해 어린이집 바로 옆에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이라는 아동발달센터를 설립하고 나서야 우리원도 제대로 된 치료협업이 시작됐습니다.

매년 장애통합어린이집에서는 개별화교육회의를 통해 아이들의 1년 목표와 교육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비장애아이들의 상담과는 사뭇 방법과 절차가 다른 '개별화교육회의'라는 절차가 있는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매년 장애통합어린이집에서는 개별화교육회의를 통해 아이들의 1년 목표와 교육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비장애아이들의 상담과는 사뭇 방법과 절차가 다른 '개별화교육회의'라는 절차가 있는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 개별화교육이 필요했던 아이 A의 이야기

이번 칼럼은, 이런 개별화교육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칼럼을 쓰면서 알게 됐습니다. 비난받기가 두려워 얼마나 많은 기관에서 개별화교육회의를 진행하면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A는 작년에 처음 우리 원의 아이가 됐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올 때 마다 뒤집어 지듯 울음을 터트렸고, 담임교사와 비장애아반 교사까지 달려나가 부모와 함께 아이의 팔다리를 붙잡고 들어와야 겨우 교실로 데리고 올 수 있을 정도로 등원 거부가 심했습니다. 그렇게 울고 소리지르면서도 교실에 들어오면 또 비교적 잘 적응했고, 일과를 재미있어 하는 아이였습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출석일수가 많지 않았고 그 나마도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들쭉날쭉한 등원으로 그 격렬한 등원거부는 잦아들 줄 몰랐습니다. 더구나 이 행동은 만 1세 이전 부터 가정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형성된 행동이라는 부모보고를 받고 슬슬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3년간 지속된 행동이라면 행동을 바꾸는데 쉽지 않음이 예상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2학기 개별화교육회의 이후에 아이의 성장을 읽어내고 각 영역별 전문가들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야, 이 아이가 인지기능이 꽤 괜찮은 편이라 울음으로 회피하긴 해도, ‘다음 상황에 대한 예측하기’가 가능함을 알게 됐습니다. 매주 있는 어린이집의 등산 프로그램은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활동이었으나, 부모와 함께 산 정상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다음부터는 산에 오르기 싫어하던 패턴이 완전 바뀌어져 신나게 정상까지 오르려 고집을 부리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을 기대하게 만들자.' 작년에 세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단어로 측정가능한 행동용어로 서술해야 하는 개별화교육의 기본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종이에 옮기는 것과 우리가 마음먹는 것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중고 시장에서 거금을 들여 뽑기 기계를 샀습니다. 초등학교 문구점 앞처럼 우리 원 앞에는 뽑기 기계가 설치되었습니다. 뽑기 기계 안에는 동그란 캡슐에 아이가 가장 애정하는 젤리를 넣어두었지요. 일과 중 칭찬받을 일이 있을 때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500원을 받았고, 젤리 뽑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A도 마찬가지로 가장 좋아하는 젤리를 맛볼 수 있었지요. 울지 않고 등원한 사람은 젤리를 뽑을 수 있는 500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는 부모차에서 아이가 내리기전에 울지 않을 때 500원을 쥐어주고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뽑기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울음 행동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강도는 분명 처음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등원을 힘들어 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사이 좋아하는 강화물이 바뀌어서 젤리도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을 맞이하고 다시 개별화교육회의가 시작됐습니다. 부모와 치료사, 담임교사가 모여 아이의 행동에 "왜?"라는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오래된 고착행동이 되어버린 '등원거부'는 자폐성을 가진 아이의 루틴이 되어버렸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 루틴을 조금씩 비틀어줄 방법을 찾아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과 속에서 힌트를 얻어 '어린이집 차를 타고 등원하기'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실외활동을 위해 노란차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올 때는 기분이 좋은 아이였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에 정답이 어디 있나요? 정답을 찾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교육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패가 두려워 혹은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게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습니다. 실패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떤 일이든 기회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그림카드를 준비해 집에서 나오기 전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도록 함께 했습니다.

◇ 개별화교육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변한 아이

지난 주부터 A는 1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노란차가 태우러 갔습니다. 첫날은 엄마차를 타는 줄 알고 있었던 터라 엄마 차의 손잡이를 붙잡고 힘겨루기가 벌여졌습니다. 결국은 운전하던 원장과 선생님 엄마, 성인 3명이 아이를 떼어내고 겨우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현관 앞에서 버티는 아이를 번쩍 안아 차를 태워야 했지만, 전날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나서 울음은 길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에 그냥 들어왔을 때보다는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갑니다. 아이는 훨씬 안정적이 됐고, 어린이집에서 기분이 좋아 수업활동 참여율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합니다. 등원거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마음이 점점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 기분이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학교 가기 전에 등원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도 어린이집과 학교를 즐겁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마음 한 켠 무겁습니다. 당분간은 어린이집에 기분 좋게 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행동을 학습하는 것에 주력할 테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 걸음 더 앞을 내다보고 길을 닦아 놓는 일인 듯 합니다.

개별화교육회의의 작은 부분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부적응 문제를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아이의 부적응 문제를 글로 써드리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무엇인지 말 한마디 더하는 것, 선긋기 하나 더하는 것 이면에 가려진 무언가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개별화교육계획안에는 더 많은 현행수준에 대한 기록과 목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그 목표들도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할테지만, 서류 안에 아이를 가두는 어리석은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A4용지 몇 장에 아이를 다 담을 수 없습니다. 아이는 우리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더 다채롭습니다.

고집을 피우고 앙앙대는 울음소리조차 발달장애아이들에게는 잘 살아보려고 하는 노력이자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요청임이 분명합니다. 함부로 ‘무능’, ‘문제행동’으로 읽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 궁금증을 가지고 바라보는 선생님들이, 부모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애닿는 마음으로 키워낸 나의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중학생이 되어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늘 사랑받는 존중받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대한민국의 장애영유아보육교사, 유아특수교사 그리고 바톤을 이어 받아 아이들을 키워낼 특수교사들에게 무한 존경의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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