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린이, 헬린이, 골린이, 주린이... 듣는 어린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요린이, 헬린이, 골린이, 주린이... 듣는 어린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1.06.0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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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린이' 용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한 ‘2020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연구에 따르면 66.2%의 아동이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시간이 증가하였다고 응답했다. ⓒ베이비뉴스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한 ‘2020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연구에 따르면 66.2%의 아동이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시간이 증가하였다고 응답했다. ⓒ베이비뉴스

“아빠, TV 조금만 더 보다가 자면 안 돼요?”

“엄마, 주말인데 유튜브 30분만 볼게요.”

평일에는 아이들에게 TV나 유튜브 등 미디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 편이지만 주말에는 가족 모두의 평화를 위해 아이들에게 2~3시간 정도 미디어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집만의 풍경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있는 거의 대부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하루 평균 방송 프로그램 시청시간은 TV이용자 기준 3시간 9분, TV를 제외한 데스크톱, 노트북 등 다른 매체 이용자 기준 1시간 39분이라고 한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엄청난 시간을 미디어에 할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매체 이용형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송시청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1%나 되었다.

아동들 역시 마찬가지다.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한 ‘2020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연구에 따르면 66.2%의 아동이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시간이 증가하였다고 응답했다. 특히,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및 인터넷 문제로 가족과의 갈등이 발생한 아동은 47.6%로 나타나 약 2명 중 1명의 아동이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보호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디어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미디어는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MSG 워너비라는 이름의 남성 보컬 그룹을 제작하는 특집을 방송 했는데 그 이후로 SG 워너비라는 그룹이 다시 소환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유행하고 있는 트로트 열풍, ‘부캐’ 신드롬 모두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는 ‘언어’의 사용을 지배하기도 한다.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유행어가 일상생활에서 유행이 되기도 하고 미디어를 통해 신조어가 생성되어 퍼지기도 한다.

그만큼 미디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는 사람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냥 소소하게 쓰이던 말들도 미디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 모두가 쓰는 일상어가 되곤 한다.

최근 미디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린이’를 어미로 합성해 사용하는 신조어들이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을 ‘요린이’로, 헬스를 처음 하는 사람을 ‘헬린이’로, 골프에 서툰 사람을 ‘골린이’로, 주식투자에 서툴러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람을 ‘주린이’로 표현하는 경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어린이라는 단어는 ‘어린 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다. 사실상 아동을 존중하는 뜻의 말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예를 든 ‘요린이’, ‘헬린이’, ‘골린이’, ‘주린이’에서 쓰인 ‘린이’는 처음 하는 사람, 미숙한 사람, 부족한 사람을 넘어 그런 사람을 놀리거나 무시하기 위해 사용되어지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러한 단어를 어린이들이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신조어는 아동에게 자신이 나약한 존재라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하여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아동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강화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디어에서 쓰인 말로 인해 아동이 상처 받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사용을 멈추고,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린이’, ‘헬린이’, ‘골린이’, ‘주린이’ 등의 단어가 미디어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 속 아동 다시보기 캠페인’ 속 인터뷰를 통해 ‘~린이’라는 단어 대신에 ‘초보’,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아동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동을 조금 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미디어가, 그리고 이 사회가 되어 지기를 기대 해 본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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