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올해 여섯 살이 된 아이는 13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두 곳을 거쳐 지금은 유치원에 다닌다.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든 생각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는 것이었다. 국공립이라면 보육 환경이나 교사 처우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살던 지역에는 입소신청을 할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없었다. 아이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에서 동네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가장 좋은 ‘영아전담 민간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복직을 위해 아이가 7개월쯤 되었을 때 ‘아이사랑보육포털’을 통해 입소를 신청했고, 6개월간 대기한 후 입소허가를 받았다. 운이 좋게 지역 양육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지만 1년 후 우리 가족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돼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사 갈 지역에 국공립어린이집은 없었다. 이사 갈 시기에 입소가 가능한 어린이집을 찾아본 결과,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가정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가정어린이집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이다. 접근성은 좋았지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실외놀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창 뛰어다니며 에너지 발산을 해야 할 아이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환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교사들 대부분의 근속연수가 6년이 넘었고 매일 동네 공원과 놀이터에서 산책과 야외활동을 부지런히 해주고 계셨기에, 시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운 좋게 이사 갈 시기에 맞춰 아이와 우리 부부가 만족하는 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뒤 아이는 다시 기관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정어린이집은 만 2세까지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계속해서 다니고 싶다고 했지만 만 3세가 되기 때문에 행정적·제도적으로 더는 다닐 수 없었다. 만 3세가 된 아이가 다닐 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더 쉽지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선택지가 혼란스럽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만 5세(취학 전)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유치원으로 갈 것인가. 유치원으로 간다면 병설로 갈 것인가, 사립으로 갈 것인가. 어린이집으로 간다면 만 5세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이 많지 않다. 어떻게 하지?”
우리 부부의 최종 선택은 사립유치원이 되었다. 실내외 놀이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저녁까지 종일반 운영도 충실했으며 학습보다는 놀이를 강조하는 곳이었다. 유치원은 어린이집과는 다르게 ‘처음학교로’라는 포털을 통해 입학 지원을 해야 했고, 추첨을 통해 입학이 확정되었다. 나와 아이는 또다시 운 좋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기관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아이의 기관 입소·입학기를 서술해보았는데,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이제 초등 입학 전까지 기관을 옮겨 다닐 일이 없고 또 초등학교는 이리저리 발로 뛰며 알아보지 않아도 학군에 따라 배정이 되니 한시름 놓은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든 생각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기관이라면 안심하고 어디든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
우리나라 영유아들이 다닐 수 있는 기관은 기본적으로 ‘어린이집-유치원’으로 이원화가 돼 있다. 만 0~2세는 어린이집만 다닐 수 있지만 만 3~5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의 선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린이집 유형은 민간, 가정, 직장, 국공립 등으로 나뉘고, 유치원도 병설과 단설(국립), 사립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유형, 설립 주체 등에 따라 급식, 교사의 노동환경, 재정지원, 놀이환경에 차이가 발생한다. 또 부모의 노동형태나 사는 지역, 지자체에 따라 선택 가능한 기관에도 차이가 생긴다. 그러나 영유아라면 부모의 배경이나 다니는 시설유형과 상관없이 모두가 안정적이고 풍족한 환경에서 보육·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어디든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기관’, 이것은 모든 영유아 기관이 질적으로 상향 평준화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양육자 입장에서 그것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교사 대 아동 비율의 축소다. 나는 운 좋게 ‘인천형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인천형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보다 한 반의 정원수가 1명이 적다. 이런 환경은 양육자에게 많은 신뢰와 안심을 준다.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양육자라면, 선생님들이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1분이라도 더 눈 맞추며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해주시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시설의 개선이다. 코로나19 이후 실외 놀이시설을 잘 갖춘 기관이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가정어린이집과 같이 실외 놀이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는 기관도 있다. 놀이는 아이들 삶에 있어 그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기관에 보내더라도 마음 놓고 실내외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재정확보다. 우리나라의 모든 유·보육기관이 제도·행정적으로, 환경적으로, 질적으로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진다면 우리 양육자들은 큰 고민 없이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기관이 제일 좋은 기관’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시설 개선 등을 위해서는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지금의 상황이라면 기관과 양육자들의 부담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시간을 보낼 질 높은 환경을 위해 아낌없이 재정이 지원되어야 한다.
양육자의 배경이나 사는 지역에 의해 아이들의 식판과 놀이터,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더는 차이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정치인, 행정가들은 저출생이 심각하다며 많은 임신, 출산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일단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어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여러 갈래로 나눠진 영유아의 교육·보육 환경이 이제는 아이들 중심으로 재편되어, 아이들이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그것을 올해 대선주자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과제로 삼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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