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수린이의 비밀친구
일곱 살 수린이의 비밀친구
  • 칼럼니스트 김정은
  • 승인 2019.01.1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그림 엄마글] 말 트임이 늦었던 딸의 그림이야기

수린이가 둘이랍니다. 수린이와 수린이의 비밀친구, 둘은 항상 붙어 다닙니다.

비밀친구와 함께(7세 그림). ©유수린
비밀친구와 함께(7세 그림). ©유수린

일곱 살 수린이가 그린 ‘비밀친구와 함께’에서 왼쪽 아이가 비밀친구이고 오른쪽 아이가 수린이입니다.

“수린아, 언제부터 비밀친구가 있었어?”

“태어날 때부터요. 지금도 같이 있어요.”

‘옆에 아무도 없는데 친구가 있다니, 올해 열한 살인데 이 아이가 지금 제정신인가?’ 의심스런 눈으로 수린이를 쳐다봤습니다.

“엄마, 그러지 마세요. 내 비밀친구는 엄마 때문에 사라졌다고요.”

열다섯 살 수민이가 원망 가득한 눈을 하고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수민이에게도 비밀친구가 있었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비밀친구라니, 무슨 소리야!”라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비밀친구가 사라졌고 그때부터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동생 수린이의 비밀친구는 사라지지 않도록 엄마가 수린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 엄마가 너무 미안한데?”

그때가 언제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큰아이 수민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아렸습니다. 때늦은 사과를 하고 작은아이 수린이에게는 같은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비밀친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기 때부터 비밀친구가 늘 옆에 있었지만 다섯 살까지 수린이는 비밀친구에게 알은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섯 살에 유치원에서 수업이 힘들 때마다 비밀친구가 나타나서 말을 걸었습니다.

“수린아, 영어는 집어치우고 나랑 놀자!”

유치원 수업이 너무 힘들어서였을까요? 늘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비밀친구를 일곱 살에 단짝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바로 그날 ‘비밀친구와 함께’를 그렸습니다. 그림 속 비밀친구는 수린이와 닮았습니다. 같은 옷을 입고 멋진 화관을 썼습니다.

“우린 늘 함께할 거야.”

여덟 살 수린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10점을 받은 날, 비밀친구는 또 말을 걸었습니다.

“괜찮아, 다음번엔 100점 받을 거야!”

열 살이 되자 수린이는 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느라 비밀친구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비밀친구가 심심할까봐 수린이는 다른 비밀친구들을 여러 명 소개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밀친구는 매우 쑥스러워 하는 성격이어서 다른 비밀친구들과는 말을 하지 않았고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그때 수린이가 비밀친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괜찮아, 넌 마음씨가 따뜻해서 따뜻한 그림을 그리잖아. 네가 자랑스러워.”

수린이의 비밀친구 이야기를 듣고 나니, 수린이가 비밀친구인지, 비밀친구가 수린이인지 헷갈렸습니다. 다섯 살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니 다섯 살에 말문이 트인 수린이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눴던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비밀친구가 누구든, 항상 수린이 곁에서 수린이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있다니 한편으로 맘이 든든했습니다.  

문득 수민이가 끼어들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수민이의 비밀친구가 다시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수민이의 비밀친구를 환영했고 저는 수민이의 비밀친구에게 사과했습니다. 이젠 어른티가 나는 열다섯 살 수민이는 오랜만에 비밀친구와 만나서인지 금세 귀여운 어린아이가 됐습니다.

두 아이의 비밀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도 비밀친구가 있었나?’ ‘언제 무슨 이유로 사라졌지?’ 엄마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사라질 수 있고 다른 비밀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는, 이 섬세한 친구들을 잘 보살펴주어야겠습니다. 내 비밀친구를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칼럼니스트 김정은은 글 쓰는 엄마입니다. 다년간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은 경험을 담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2016)과 엄마와 두 딸의 목소리를 담은 「엄마의 글쓰기」(2017)를 썼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1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