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그 아이가 혹시…' 신고가 아이를 살립니다
'오늘 만난 그 아이가 혹시…' 신고가 아이를 살립니다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0.11.18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11월 19일은 아동학대예방의 날
어쩌면 오늘 만난 그 아이가 학대피해아동일지도 모른다. 아동학대 신고는 112. ⓒ베이비뉴스
어쩌면 오늘 만난 그 아이가 학대피해아동일지도 모른다. 아동학대 신고는 112. ⓒ베이비뉴스

매년 11월 19일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 범국민적으로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아동복지법 제23조가 정한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은 내게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며 수 년간 아동학대 현장에서 수많은 학대피해아동들을 만나왔기 때문인지, 그날이 되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결연한 의지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날만큼은 그동안 만났던 학대피해아동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민호(가명)도 그중 하나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 민호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모두 가출을 한 상황에서 할아버지는 홀로 민호를 돌보셨다. 그러나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민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밤늦게까지 동네를 배회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은 체벌이었다. 민호의 문제행동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체벌의 강도는 더 커져만 갔다. 결국 할아버지는 민호가 아예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민호의 두 다리를 묶어 놓았고, 이를 우연히 본 이웃 주민은 할아버지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초짜 상담원이었던 나는 그렇게 민호를 처음 만났다.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온몸이 퉁퉁 부어 있고, 쇠사슬에 두 다리가 묶여 있던 민호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민호는 집이 아닌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고, 할아버지도 지난 행동들을 반성하며 양육 상담과 심리치료 등에 열심히 참여했다. 민호와 할아버지는 다시금 함께 지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 학대피해아동을 발견하고 신고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의무

이후 내가 다른 기관으로 발령을 받아 그 이후 상황들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민호도, 할아버지도 잘 회복돼 행복을 되찾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보건복지부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3.81‰로, 전년도에 비하면 0.83‰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의 아동학대 발견율이 9‰을 상회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굿네이버스 ‘2020 아동 재난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 위험상황을 겪은 아동이 약 5~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이전 대비 가정 내 아동학대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2~4월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약 20%나 감소했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아동들이 주된 신고의무자인 교사, 보육교사 등과 만날 수 없어 학대피해아동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예방에 대한 국민 모두의 관심이 중요하다. 학대피해아동을 발견하고 신고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의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오늘 만난 그 아이가 학대피해아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민호를 떠올리며, 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앞으로는 행복한 삶만 살아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본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1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