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주거권 보장을 향한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아동 주거권 보장을 향한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 기고=최은영
  • 승인 2021.04.1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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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2.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최은영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협약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19년 10월 24일 정부는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해 아동의 권리로서의 주거권 실현을 약속했다. 1919년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 제155조에서 ‘국가는 토지의 분배와 사용을 감독해, 주택을 모든 국민 특히 다자녀 가구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 지 정확히 100년 만이었다.

1924년 제네바 아동권리선언에서는 ‘아동에 대한 특별한 보호’라는 국제사회의 원칙과 규범이 제시됐다. 1989년 UN 유엔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은 ‘아동권리’를 단순한 선언이 아닌 법률상의 권리로 만들었다.

이러한 규범과 법률적 토대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주거 정책에서는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 정책에서 아동이 있는 가구는 특별한 배려의 대상이자 우선 정책 대상이다. 

◇ 아동의 주거 문제,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아동의 주거권 선언이 다른 나라보다 늦게 이뤄진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아동의 주거 문제가 부모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지 7년 이하인 신혼부부의 자가점유율이 50.7%로 전체 가구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다. 이는 집이 결혼 계획과 자녀 계획에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환경에서 키우지 못하는 것이 본인 탓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주거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1명은 주거빈곤 상태에 살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전국 94만 명의 아동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지하·옥탑에 살거나 컨테이너, 여관·여인숙처럼 집이 아닌 곳에 산다.

◇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충해야

정부가 아동 주거권 보장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다자녀 가구를 위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햇볕이 드는 창문을 가진 집으로 이사한 아이, 난생 처음으로 자기만의 방을 가지게 된 아이, 비염이 나았다는 아이의 이야기가 속출하고 있다. 사는 게 힘들 때마다 떠오르던 나쁜 생각이 사라졌다는 엄마, 이사하며 마련한 작은 식탁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는 엄마의 이야기도 들린다.

집을 옮기고 난 아동가구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마음이 더 급해진다. 아직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도 충분하지 않고, 주거비 지원을 받는 아동가구의 수도 적다.

정부의 아동 주거권 보장 선언이 나오기까지 시흥시의 민관이 함께 참여한 ‘정왕지역 아동주거환경개선 네트워크’,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같은 아동권리 옹호기관, 언론의 기획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모든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우리 사회가 힘을 모을 때다.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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