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에 대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에 대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 기고=이기숙
  • 승인 2022.01.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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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마이크 특별기고] 1.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베이비뉴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베이비뉴스 

대선 정국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에 대한 논의(이하 ‘유보통합’)는 대선후보들의 경제 정책에 밀려 이번에도 또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아 교육자들의 오랜 숙원과제가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고,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으로 만 0~5세 영유아가 대상이다. 물론 두 기관이 담당부처나 법적 체계, 교사, 시설기준이 다르지만  이러한 차이점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 버렸다. 아이 수는 점점 줄어들고 부모들은 어느 기관을 가든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좋은 교육과 돌봄을 요구하다 보니 점차 두 기관의 차별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두 기관의 기능이 점점 유사해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행정관리와 국가 재정투자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세계 최저출산율 기록이 이어지면서 운영난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제 유보통합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고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유보통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요한 몇 가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관리 부처이다. 그간 여러 정부에서 유보통합에 대한 노력을 해왔고 더구나 이전 정부에서는 총리실 산하 유보통합위원회까지 있었음에도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 원인은 부처통합보다는 우선 여러 기반을 마련한 후에 부처통합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일환으로 누리과정, 평가 등의 통합이 있었으나 실제 추진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행정관리, 법체계, 재정 지원, 시설과 운영, 교사의 문제 등 기본이 되는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한 부처가 책임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때만이 그 원동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부처 간의 통합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집단이나 영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소위 흡수통합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되며 관련 집단들 간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현명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상 연령에 대한 문제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된다면 당연히 연령은 0~5세를 대상으로 할 것이다. 흔히 우리는 0~2세와 3~5세 연령의 이원화를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들의 발달특징이 차이점이 있다. 교육과 보육의 접근성도 달라야 하겠지만 이러한 영유아들이 분리되기보다는 발달의 연속성을 이루어야 하고, 보육과 교육의 차별없는 혜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영아의 경우도 돌봄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보살핌과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유아들의 체계적이고 연속성 있는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국가의 종합적인 계획이 요구된다. 단순히 이원화하는 것은 이러한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 영아와 유아의 교육과 보육의 연속성을 이루면서 차별화를 이룰 방안이 연구돼야 할 것이다. 전문가 중에는 3~5세의 경우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고, 0~2세의 경우는 ‘영아학교’로 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영아의 경우, 영아들을 자칫 학교라는 틀 속에 넣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일 부처가 교육부로 통합되었을 경우에는 더더욱 영아학교를 부모들의 요구에 맞춰 교육과 함께 어떻게 안전한 돌봄과 영아들의 가정에서와 같은 정서적 지원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셋째, 무상교육과 보육이 완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교육비와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고 여러 가지 유형의 정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며 지원 방법에서도 부모나 기관. 영유아의 연령, 지역에 따라 다르며 결국 학부모의 부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유아가 동등하게 부모의 부담 없이 국가의 책임제를 통해 0~5세 영유아를 위한 공교육과 보육의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일부 단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무교육을 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의무교육이라는 체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나이 어린 영아들의 취학의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으로 신중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에 여러 가지 국가의 지원을 다양화하기보다는 유보통합을 통해 표준 유아교육과 보육비를 책정하고 적용하면서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여 교육과 보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공립과 사립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유보통합을 이루어 공교육체제를 확립하고 무상교육을 이룬다고 하여 모든 기관이 국공립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현재 국공립 유치원은 29%, 국공립 어린이집은 20% 수준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간 국공립기관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은 사실이나 현재 아동수의 감소와 지역적 불균형으로 인해 국공립의 확충은 공사립과 민간의 영유아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내지는 사립기관들의 폐원 증가로 연결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유보통합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국공립기관의 단순 확충보다는 부모의 다양한 요구에 대하여 반응할 수 있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시설 유형 분석을 통해 효율적인 확충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리 부처가 이원화돼 있는 상황에서는 어려운 일이며 결국 유보통합이 이루어져야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유보통합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관리 부처, 대상 연령과 이용 시간, 시설기준, 교사 자격과 양성체계, 재정 문제, 공사립과 민간의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보통합은 행정편의를 위해 모든 기관을 하나의 틀과 규칙에 맞추어 획일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논의의 중심에는 각자의 이해관계보다는 영유아의 삶의 질에 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는 유보통합의 문제는 미루어져서는 안 되며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절실한 과제이며 정부가 바뀌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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