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km가 답답합니까? 아이들 눈에도 그럴까요
시속 30km가 답답합니까? 아이들 눈에도 그럴까요
  • 기고=이서영
  • 승인 2020.08.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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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①]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장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많은 아이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많은 아이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아파트 입구 횡단보도가 앞에 있다. 아이는 평소 집이나 학교에서 어른들로부터 교육받은 대로 잘 건널 수 있을까. 여덟 살 아이는 빨간불에 차가 오지 않으니 그냥 건너갔다.

아이를 불러세워 큰 소리로 야단을 치니 상황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는 "다시 돌아가 초록불에 건너면 되잖아"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아이 때문에 급 브레이크를 밟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아이들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아이가 어디로 갈지, 아이 앞에 무엇이 장애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부모들은 안전벨트를 매는 것부터 도로에서, 지하 주차장에서, 셔틀버스에서, 등하굣길에, 등 상황별 주의사항을 계속 이야기하고, 아이들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란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한다. '만약'이 늘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외출해보면 안전교육에 끝이 없음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교통사고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3349명으로, 보행 중일 때가 1302명(38.9%)으로 가장 많았다.

보행자 사망비율은 OECD 국가 평균(18.6%) 대비 2배 이상이고,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도 OECD 평균(1.0)의 3.3배라고 한다. 보행 중 14세 이하 사망은 10만 명당 0.5명으로 OECD 평균(0.2명)의 2배를 넘는다. 최근 5년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아동 사망자도 31명에 달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스쿨존 교통사고 통계와 어린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는 어린이가 길을 건널 때 자주 발생하고, 어린이의 행동 특성과 운전자의 신호위반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실시한 아동의 생활환경 안전연구에서도 학부모 2명 중 1명은 어린이가 생활하기에 지역사회는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아이들의 행동특성을 고려하면 아이들이 활동하는 스쿨존에서 각별한 주의가 당부되고, 운전자 스스로 법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 내 안의 동심을 깨워 아이들의 시선으로 안전을 지켜준다면

과거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긴 시간을 등하굣길에서 보내야 했지만, 교통사고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지금은 이동이 편해진 만큼 사고의 위험은 높아졌고,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아이들이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조차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이 통학로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 최근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 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통과됐다.

통과된 법에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눈을 감는다. 일례로 운전자에게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는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린 보행자가 느끼는 시속 30km의 속도는 어떠할까.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에는 ‘아동은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주변은 더 안전해야 한다.

친구들과 나란히 걸어 다닐 수 없는 좁은 도로,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곳,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없거나 불법 주·정차로 시야가 가려진 곳 등 곳곳이 위험천만한 지뢰밭이다.

안전한 통학로에 대한 아이들의 요청은 매번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 문제만큼은 아이들이 전문가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해결의 당사자인 아이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꿈을 키워보지도 못한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다. 우리 어른들이 내 안의 동심을 깨워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준다면,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더 많은 아이를 구할 것이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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