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에 ‘무조건 운전자 과실’ 표지판 붙이는 나라
스쿨존에 ‘무조건 운전자 과실’ 표지판 붙이는 나라
  • 기고=이향옥
  • 승인 2020.09.07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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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②] 이향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과장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어린이들의 학교 가는 길, 정말 안전한가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어린이들의 학교 가는 길, 정말 안전한가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친구와 함께 가는 길/ 두 손을 마주 잡고 걷는 길/ 골목길에 정다운 모습이 가득한/ 꽃처럼 환하고 빛나는 웃음 넘치는 길/ 별과 같은 이야기/ 서로가 나누는 발걸음 가벼운 아침/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의 가사 일부다. 어린이들의 학교 가는 길은 가사처럼 정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웃음이 넘치는 길이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말하는 학교 가는 길은 등이 오싹할 정도로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횡단보도가 없어 자동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기도 하고, 교문 앞에는 많은 자동차가 주차돼 있어 학교 들어가는 길을 막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매일 안전하게 학교에 도착하는 것이 기적이 아닐까?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연간 1.3명으로, OECD 평균인 10만 명당 1.1명보다 여전히 높다. 보행 중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연간 0.8명으로, 이 역시 OECD 평균인 10만 명당 0.3명보다 훨씬 높았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는 횡단보도이다. 7세부터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행 교통사고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며, 등교 시간인 오전 8시 무렵과 하교 시간인 오후 4~5시경에 두드러진다.(2016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의 생활환경 안전연구)

이는 어린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인 보행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통학로 교통안전이 강화돼야 함을 시사한다.

◇ 일본은 스쿨존 시속 20km로 제한… 등·하교 시간 차량통행 금지

미국은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에 등·하교 안전 통학로를 지정하고, 안전 통학로 상에 특별히 설치된 횡단보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통학용 스쿨버스가 학생들의 승하차를 위해 정차할 경우 양방향 차량은 모두 정차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일반 도로에서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 및 벌칙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은 스쿨존 보행자 녹색 신호주기가 어린이 보폭에 맞추어 조정되는데, 한 초등학교 정문 앞 녹색 신호주기는 0.5m/sec로 우리나라 어린이보호구역의 0.8m/sec와 대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녹색신호가 끝난 뒤에도 횡단보도에서 운전자용 신호등은 3~4초 후에 녹색신호가 들어와, 어린이들이 도로를 횡단하는 데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스쿨존 내의 표지판 중에는 사고 발생 시 ‘무조건 운전자 과실’을 의미하는 표지판도 있어, 어린이 사고 다발지역에 제한적으로 부착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어린이보호구역은 학교 중심으로 ‘반경 500m'의 지역을 설정해, 보도, 가드레일, 신호기, 교통안전표지, 도로표지 등의 교통안전시설 중심으로 정비하고, 차량 속도는 시속 20km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차량에 대한 통행제한은 주로 어린이들의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시차제로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 모든 일에 어린이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의무

위의 해외사례를 통해 볼 때 우리 정부는 어린이가 실제로 통학하는 길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확대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량통행을 제한해 보행 안전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어린이가 보도를 이용할 때 양방향의 이동하는 차량은 모두 정차하고, 아동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시설물 운영을 설계해야 한다.

차량 속도 또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현행 시속 30km에서, 어린이의 보행 속도에 맞게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법규 위반 및 사고에 대해서는 벌금 및 벌칙을 더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높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어린이(당시 9세)의 사고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일명 ‘민식이법’이 발의됐고, 2020년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일부에서는 ‘민식이법’의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있고, 주관적 판단 기준에 따른 양형기준이 불명확다는 문제제기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어린이 통학로의 안전은 어린이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며, 국가는 어린이의 생명을 보호하고 모든 일에 어린이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더 이상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두고 볼 수 없다. 통학로 교통사고를 줄이고, 예방하는 일은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지방자치단체,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관리하고 운영하여 제도가 현실화돼야 할 것이다. 이는 어린이의 보행 방향과 속도, 대응 능력 등 어린이의 행동 특성에 대한 이해와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권 보장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인식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맞는 세상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맞는 세상”(2002년 유엔총회 아동특별세션에 참가한 아동 대표 성명서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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